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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재단은 1일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에서 '계사년 신년 합동 참배' 행사를 열었다. 사진은 문재인 의원과 노건호씨, 이병완 이사장 등이 너럭바위 쪽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노무현재단은 1일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에서 '계사년 신년 합동 참배' 행사를 열었다. 사진은 문재인 의원과 노건호씨, 이병완 이사장 등이 너럭바위 쪽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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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전 후보가 (민주통합당 문재인 전 후보보다) 더 경쟁력이 있었다."

4일 안철수 전 대선후보 캠프에서 새정치공동선언 협상 실무팀으로 활동했던 김민전 경희대 교수의 말이다. 김 교수는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안 전 후보가 사퇴하는 날조차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앞서고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여러 가지 변수가 있다'는 사실도 같이 고려해야 할 것"이라는 단서를 붙이기는 했지만 최근 법륜 스님이 제기한 '안철수 필승론'에 힘을 보탠 것이다. 앞서 남재희 전 노동부장관, 김기식 민주당 의원 등이 '문재인 옹호론'을 펴면서 안 전 후보 측과 민주당의 '책임론 공방'이 점차 확대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대선 패배 후 대외활동을 자제했던 문재인 전 후보는 트위터를 통한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이를 '정치활동 재개'로 해석하면서 찬반 논란까지 일고 있다. 대선 패배의 원인과 책임을 둘러싼 공방이 뒤늦게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비대위원장 선출을 앞둔 민주당의 향후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책임론 공방] "안철수가 후보였다면?" VS "문재인 필패론은 주관적"

"대선이 끝난지 열흘이 넘었는데도 아직 패배의 원인을 모르겠다."

3일 저녁 술자리에서 만난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대선 투표 당일 오후 4시까지 대선 승리를 점치던 분위기를 괴롭게 상기했다. "50대, 지역주의, 이정희, 친노 패권주의 등 여러 가지 패인 분석이 나왔지만 어느 하나 맞아떨어지는 게 없다"며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민주당 대선 패배의 원인을 둘러싼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당내에서 파악되는 두 가지 큰 기류는 '후보 책임론'과 '당 책임론'이다. 당 밖에서도 이런 식의 논쟁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김영삼 정부에서 노동부장관을 지내고 김종인 박사,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과 함께 대표적인 '합리적 보수' 인사로 통하는 남재희 전 장관은 '당 책임론'을 제기했다. 남 전 장관은 최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이길 수 없는 구도에서 문재인 후보가 최선을 다했다"고 평가한 것.

"한 번도 문재인이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보수표가 본래 많다. 특히 경상도 표가 많으니까 별다른 일이 없으면 이긴다. 별다른 일이라는 것은 국민들의 엄청난 흥분 상태, 민란 상태를 말한다. 조용하면 100% 보수가 이긴다."

남 전 장관은 '결정적인 패인'으로 민주당의 무기력과 전략 부재를 꼽았다. 그는 "민주당 의석이 (128석이면) 엄청나다. 거대 야당"이라며 "그런데 이 사람들이 대선 기간에 현 정부의 실정과 관련해 이슈를 확 부각시키지 못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재인이 잘못했다'고 몰아치는 것은 잘못이라고 본다. 문재인은 상당히 성공적으로 했다"며 "오히려 문재인을 중심으로 단결하는 게 민주당의 살 길이라고 본다. 문재인을 밟고 가는 것은 (민주당이) 죽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문 후보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전체투표의 48%, 1469만 표를 얻은 것은 "보수진영이 문재인이라는 사람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면, 안철수 전 후보의 '멘토'로 알려진 법륜 스님은 '후보 책임론'을 꺼내들었다. 그는 지난 2일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객관적으로 볼 때 이길 수밖에 없는 선거를 졌다"며 "안철수로 단일화하는 카드를 썼으면 이기고도 남는 선거였는데, 문재인으로 단일화는 선택 자체에 실책이 있었다"고 말했다. 야권이 총결집하면서 야당 후보가 이길 수 밖에 없는 판이 만들어졌지만 결국 문 전 후보의 한계로 승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문재인으로 단일화되면서 안철수 지지세력 중에 도저히 민주당으로 올 수 없는 세력들이 떨어져 나갔다"며 "아무리 진보세력이 힘을 모아도 (득표율) 50%의 벽을 넘기 어려웠다"고 분석했다.

법륜 스님의 '안철수 필승론'에 대해 민주당 내 일부 인사가 공개적으로 반박에 나서면서 대선 패배 책임론 공방이 본격화됐다. 김기식 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안 전 후보 측의 그런 인식 때문에 단일화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며 "안 전 후보 측 협상팀은 기본적으로 문 전 후보로 단일화되면 무조건 지고 안 전 후보로 단일화되면 무조건 이긴다는 주관적 사고에 빠져 있었다"고 반박했다.

대선 당시 단일화 협상팀의 일원이었던 김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법륜 스님 얘기대로 하면 민주당은 영원히 대통령을 배출할 수 없는 정당인데, 실제로 검증된 객관적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그런 점에서 안철수 후보로 냈으면 무조건 이겼고 문재인 후보가 된 것 자체가 패배를 이미 예정한 것이라는 주장은 대단히 주관적인 평가"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안철수 전 후보 쪽 김민전 교수가 반박에 나섰다. "정당의 정체성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기고자 한다고 하면 정체성보다는 확장성이 중요했다"며 '후보 책임론'을 편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중도·비주류가 대체로 법륜 스님이나 김 교수의 의견과 맥을 같이하는 반면, 친노·주류 쪽은 남 전 장관의 의견과 비슷하다. 중도·비주류는 민주당을 해체 수준으로 다시 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친노·주류는 혁신적인 재창당을 주장하고 있어, 그 해법도 갈린다.

[문재인 정치 재개 찬반] "자숙해야 할 시기" VS "앞으로 역할 기대"

대선 패배 책임론 공방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당사자인 안 전 후보는 미국에 머물며 발을 뺀 상태지만, 문재인 전 후보는 상황이 다르다. 대선 패배 이후 대외활동이 위축되면서 오히려 트위터 활동이 부각되고 있다.

문 전 후보는 지난 3일 자신의 트위터에 학교 비정규직 호봉제 전환 예산 문제와 관련한 글을 올렸다. "쪽지 예산에 밀려 삭감됐다니 더 안타깝습니다. 제 공약이기도 했는데 미안합니다"라며 간접적으로 대선 패배에 대한 사과의 뜻을 전한 것이다.

38만여 명의 팔로어를 가진 그는 대선일인 지난 19일 이전에도 관심사안에 대해 직접 글을 올렸다. 그러나 대선 이후 트위터는 그의 심경을 세상에 내비칠 유일한 소통의 도구가 됐다. 대선 직후인 21·22일 연이은 노동자들의 잇단 자살 소식이 발단이 됐다. 문 전 후보는 22일 오후 "안타까운 소식에 죄스런 마음을 어찌할 수 없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마시길 소망한다"는 글을 시작으로 매일 1~2건의 트윗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지지층에 대한 위로와 격려로 시작된 트윗은 등산, 성탄 미사 참석, 폭설 소식 등 소소한 자신의 근황과 서평 등이 추가됐다. 반면 정치현안에 대한 메시지는 최대한 자제해오던 문 후보는 지난 2일 다소 의미심장한 글을 올렸다. 그는 이날 헬렌 켈러의 말을 인용해 "비관주의자들은 별의 비밀을 발견해낸 적도 없고 지도에 없는 땅을 향해 항해한 적도 없으며, 영혼을 위한 새로운 천국을 열어준 적도 없다"는 글을 남겼다.

공교롭게도 법륜 스님이 "안철수로 단일화됐으면 이기고도 남았다"며 문 전 후보 측을 자극한 날, '비관주의자'에 대한 단상을 피력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문 전 후보가 지난달 29일 트윗에 올린 <조선시대 당쟁사>에 대한 감상평과 연관지어 비주류 측의 최근 공세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피력했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특히 문 전 후보의 대외 행보가 조금씩 노출되면서 당내 비주류 쇄신파를 중심으로 정치일선 복귀를 위한 수순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됐다. 앞서 문 전 후보는 지난달 27일 한진중공업 직원 고 최강서씨의 빈소를 방문하고, 30일에는 광주 5·18 국립묘지 참배했다. 이날 문 전 후보는 무등산 등반, 광주지역 원로들과의 원탁회의 등의 외부 일정을 가졌다. 지난 1일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도 참배했다. 또 부산 지역 측근들과 금정산 산행을 갖고, 지역구인 사상의 자원봉사자들과도 만남의 시간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민주당 사무총장을 지낸 정장선 전 의원은 문 전 후보의 외부 활동 자제를 우회적으로 요구했다. 정 전 의원은 4일 SBS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과 인터뷰에서 "(문 전 후보에게) 책임이 얼마나 있느냐에 대한 논의는 나중에 하겠지만 대선에 나선 후보들이 꼭 정치활동을 재개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문제는 진지하게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선에서 패배한 뒤 정치 활동하는 것은 본인이 판단할 문제지만 후보까지 가셨던 분은 당분간은 활동을 조용히 하면서 당이 반성하고 제대로 갈 수 있도록 뒷받침 해주는 조용한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 지도부는 대선 패배 후 당 수습과정에서 문 전 후보의 역할이 일정 부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기춘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와 인터뷰에서 "문 후보는 (당의) 소중한 자산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여러 가지 역할이 기대되는 분이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 문 후보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놓고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자중해야 하느냐, 아니면 당 쇄신과정에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줘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문 전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무본부장직을 맡았던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도 KBS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지금 야권 전체에서 어떻게 보면 자산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분"이라고 문 전 후보의 역할론을 주장했다.

한편, 문 전 후보는 지난달 30일 광주 5·18 국립묘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비대위가 출범하면 민주당이 거듭나고 국민의 정당으로 커 나가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선 패배 책임론 공방과 정치 재개 논란 속에서도 문 전 후보가 비대위체제로 돌입한 민주당의 쇄신 논의에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태그:#문재인 필패론, #안철수 필승론, #대선 패배, #법륜스님, #민주당 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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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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