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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눈꽃 산행
 무등산 눈꽃 산행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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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일요일 아침에 문자가 한 통 들어왔다.

"무등산에 눈 온다ㅋㅋ"

서둘러 준비를 하고 광주로 향한다. 광주 무등산은 부드러운 산이다. 1187m로 꽤 높은 산이지만 거친 맛이 없다. 그것도 광주 시내에서 우뚝 솟아있어 시내버스를 타고 갈 수 있어 좋다. 아무리 눈이 많이 내려도 위험하지가 않다. 올라가다 적당한 곳에서 돌아오기도 쉽다. 산 정상까지 도로가 있어서 산길이 힘들면 도로를 따라 내려와도 된다. 그래서 겨울 눈꽃산행지로 제격이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계속 문자로 확인한다. 눈이 오고 있느냐고. 정말 엉뚱한 상황이다. 겨울 산에 오르려면 춥고 힘든데 거기다 눈이 오기를 바라고 있는 게 웃긴다.

이왕 산행하는 거 눈이 날리는 하얀 세상을 만나고 싶다

늦게 준비한 산행이라 되돌아오기 쉬운 증심사에서 산행을 하기로 했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12시가 다 되어 간다. 날씨가 무척 차다. 시설지구는 말끔하게 정비가 되었다. 근데 삭막한 느낌은 뭐지? 예전에 길 양편으로 오래되고 정감 있는 가게들이 있던 때가 더 좋았던 것 같다. 지금은 등산복 매장과 커피전문점 등이 들어서서 어색한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눈꽃 산행. 하얀 동화 속으로 들어온 기분
 눈꽃 산행. 하얀 동화 속으로 들어온 기분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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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로 들어서니 다시 눈이 내린다. 산길은 내려오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우리는 이제 올라간다. 눈이 내리는 산길은 걷는 기분이 좋다. 같이 간 일행들은 자꾸만 뒤처진다. 눈 쌓인 풍경을 즐기고 중간중간에 사진 찍느라 걸음이 더디다.

"오늘 중으로 내려오겠어?"

산길을 재촉한다. 중머리재에 올라서니 눈바람이 친다. 거센 바람이 추워야 하는데 시원하게 느껴진다. 산이 주는 마력이다. 이 맛에 겨울 산에 오르는 가 보다. 중머리재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아름답다. 호남정맥이 흘러가는 산 너울이 넘실거린다.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난감하다. 눈 내리고 바람 부는데…. 긴 의자에 음식을 펴 놓고 간단하게 요기를 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든든해야 눈 속에서 즐길 수 있다. 늦은 점심을 먹고 장불재로 향한다. 산길은 여전히 부드럽다. 쉬엄쉬엄 걷는다.

겨울나무와 눈꽃.
 겨울나무와 눈꽃.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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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불재로 올라가는 눈꽃 터널
 장불재로 올라가는 눈꽃 터널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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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추삼거리를 지나면서 풍경이 달라진다. 점점 차가워지는 날씨는 눈들이 나무에 달라붙어 안간힘을 쓰는 모습으로 변했다. 하얀 세상. 동화 속에 나오는 설국이 펼쳐진다. 나무들은 눈꽃으로 터널을 만들었다. 가는 가지마다 눈꽃이 두툼하게 감싼 모습은 바닷속 산호 숲을 보는 듯하다. 하늘을 가리지 못한 겨울나무는 잿빛 하늘과 잘 어우러진다.

얼어붙은 설국, 동화 속으로 걸어가는 길

주변 풍경은 하얀 정도를 넘어서 새하얗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눈길을 걸어가는 걸음은 자꾸만 더디다. 눈으로 보는 것으로 모자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욕심은 눈꽃을 작은 프레임 속에 가둔다. 차가움도 잊었다.

장불재 풍경. 매서운 날씨에 이정표도 얼었다.
 장불재 풍경. 매서운 날씨에 이정표도 얼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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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불재에서 도로를 따라 걸어가는 길. 하얀세상, 동화 속으로 걸어가는 길.
 장불재에서 도로를 따라 걸어가는 길. 하얀세상, 동화 속으로 걸어가는 길.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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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을 빠져나오면 통신탑이 웅장하게 서 있는 장불재다. 해발 900m에 펼쳐진 평원이다. 입석대에서 굴러떨어졌는지 주상절리 파편들이 군데군데 장승처럼 서 있다. 대피소에서 잠시 쉬었다 간다. 대피소 밖으로 보이는 세상은 다른 세상처럼 보인다. 창문도 없고 바람만 막아줄 정도인데도 들어가 있으니 아늑하게 느껴진다.

무등산 정상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서석대까지 오르기에는 어중간하다. 날씨가 너무 춥다. 서석대로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도로를 따라 중봉으로 향한다. 산 위로 난 도로는 또 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하얀 길을 걷는다. 그 길을 걸어가는 사람은 하얀 동화 속 그림이 된다.

도로를 벗어나 중봉으로 가는 길은 바람을 막아줄 아무것도 없다. 무등산 거센 바람이 분다. 지난가을 하늘거리던 억새들은 대롱만 남았다. 작은 나무에 핀 눈꽃은 거센 바람 속에 더이상 달라붙지 못할 정도로 두툼해졌다. 솜사탕처럼.

중봉 오르는 길. 아름다운 선이 드러난다.
 중봉 오르는 길. 아름다운 선이 드러난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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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중봉에 핀 눈꽃.
 무등산 중봉에 핀 눈꽃.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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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추운 곳으로 온 거야?"
"아까 좋았던 기분 다 망가지는데?"
"서석대를 못 가면 중봉이라도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일행들 불만이 말이 아니다. 중봉으로 오르는 길 중간에 뒤를 돌아보니 아름다운 선이 드러난다. 하얀 설국에서 만나는 또 하나의 선. 이런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곳까지 온 보람이 있다. 중봉에는 작은 표지석이 하나 섰다. 이름 그대로 중간에 있는 봉우리다. 해발 915m. 기념사진 한 장 찍는다. 이정표는 추위에 꽁꽁 얼어붙었다. 중봉 바로 아래에는 소나무 한 그루가 외로이 섰다. 겨울이 되어야 소나무의 푸르름을 안다고 했을까?

중봉 아래에 있는 소나무. 추운 겨울에도 푸르다.
 중봉 아래에 있는 소나무. 추운 겨울에도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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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봉에서 중머리재로 내려가는 길.
 중봉에서 중머리재로 내려가는 길.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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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등산 대표적인 등산 코스
증심사에서 중머리재로 올라 장불재거쳐 서석대, 중봉으로 한 바퀴 돌아오는 길
원효사에서 무등산옛길 2코스를 따라 서석대로 올랐다가 장불재로 내려서서 도로를 따라 돌아오는 길

* 겨울산행 준비물
눈길과 언 산길에서 미끄럼 방지를 위한 아이젠과 스틱.
손이 시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두툼한 장갑
체력저하에 대비한 먹기 편한 음식이나 과자.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등산을 하면 땀이 나므로, 체온을 보호할 수 있는 여벌의 옷.
혹시 눈길에 양말이 젖거나 발이 시릴 경우 갈아 신을 양말.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여유로운 산행시간.


태그:#무등산, #눈꽃, #눈꽃 산행, #겨울 산행, #장불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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