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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가 22일 오후 동대구역 무료급식소에서 열렸다.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가 22일 오후 동대구역 무료급식소에서 열렸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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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나이에 신체적인 제한으로 고통스럽게 생을 마친 것이 안쓰럽네요. 살아계실 때 좀 더 따스한 말과 손길 건네지 못해 미안합니다. 저승에선 외로워말고 평온하게 계시길 기원합니다."
"살아계실 때 가족 이야기에 눈물 흘리며 괴로워했던 모습 다 털어놓으시고 그곳에서는 식사라도 마음껏 하시면서 질 지내시길 기원합니다. 모두의 관심과 사랑 받으며 행복한 일만 있으시길 바랍니다."

대구쪽방상담소와 시민단체들은 22일 오후 동대구역 밑 무료급식소 앞에서 지난 한 해 동안 쓸쓸히 죽어간 20여 명의 노숙인들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행사를 열고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

이날 추모제에는 시민단체와 노숙인 등 50여 명이 참가해다. 이들은 "우리는 당신을 기억합니다"라며 "다음 생에서는 더 낳은 삶을 사시라"는 내용으로 이름도 없이 죽어간 고인들의 위패를 모시고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 소장은 "오늘 이 추모제를 통해 우리가 아파하고 무거울수만은 없다"며 "아프지 말고 먹을 것 먹고 입을 것 입으면서 차별받지 않고 살아가는 날이 오도록 희망을 이야기하자"고 말했다.

장 소장은 "몸이 아프거나 나이가 많아 일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지만 일하고 싶은 분들이 많이 있다"며 "돈을 벌고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정부가 이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쓸쓸하게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들을 곁에서 지켜주기 위한 자발적 모임인 '희망회'의 한 회원은 "우리 노숙인들은 태어날 때는 축복을 받고 이름을 갖고 나지만 돌아가시면 행려, 병자, OOO 등 이름이 없다"고 말하고 "저승에서는 부디 먹을 것, 입을 것, 잠자리 등 걱정없는 곳에 게시라"고 추모했다.

대구쪽방상담소가 파악한 2012년 대구에서의 노숙인 사망자는 20여 명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행려환자 사망자 중 가족 등 연고자들을 찾지 못하거나 찾더라도 가족들이 인계를 거부하는 경우에만 무연고사망자로 처리하기 때문에 가족들에게 인계된 경우 등을 포함하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빈곤의 극단적 행태, 정부가 나서야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가 22일 오후 동대구역 무료급식소 앞에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추모하고 있다.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가 22일 오후 동대구역 무료급식소 앞에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추모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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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는 대구에서 33명이 사망했고 2010년과 2009년에는 각각 31명이 사망했다. 지난 2009년에 전국에서 357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쪽방상담소 등 반빈곤운동을 펼치는 시민단체들은 노숙인과 족방거주인, 무연고 사망자 문제 등에 대해 빈곤의 극단적 행태로 보고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노숙인들이 희망을 가지고 다시 사회로 나올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 주거대책과 다양한 일자리를 확보하고 자신감을 가질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권운동연대 서창호 상임활동가는 "가난은 나라도 어찌할 수 없다는 말이 있지만 이제는 나라가 복지를 책임져야 하는 시대"라며 "이들에게도 희망을 주고 사회 참여자로 나설 수 있도록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편 대구에서는 지난 2010년부터 노숙인추모제준비위원회를 꾸려 매년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들을 추모해오고 있다. 이날 추모제를 마친 이들은 300여 명분의 음식을 준비해 무료급식을 실시했다.


태그:#노숙인 추모제, #쪽방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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