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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천평야로 무리지어 날아오는 기러기들
연천평야로 무리지어 날아오는 기러기들 ⓒ 최오균

20일, 이곳 최전방에 위치한 연천은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2도로 무척 춥습니다. 밖에 나가 화롯불을 지피고 있는데 기러기들이 끼룩끼룩 소리를 내며 날아들고 있습니다. 기러기들은 오늘 아침에도 먹이를 찾아 이곳 연천평야로 평화롭게 비행하며 날아들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살펴보는 기러기들이지만, 그들의 지혜는 참으로 놀랍다는 사실을 발견하곤 합니다.

 교각주변을 비행하는 기러기들(12월 4일자)
교각주변을 비행하는 기러기들(12월 4일자) ⓒ 최오균

나는 지난 12월 4일자로 '기러기들 때문에 마음이 조마조마합니다'란 기사를 실은 적이 있습니다. 이곳 연천군 동이리 임진강 변에는 주상절리를 가로지르는 높이 100여 미터의 사장교가 건설되고 있습니다. 그 교각이 서 있는 지점은 겨울이 오면 기러기들이 지나다니는 통로와 우연히도 맞물려 있는 곳입니다. 이상하게도 새들은 자신들이 다니는 통로로만 비행을 하는 습성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교각이 낮을 때에는 큰 문제가 없었는데, 100여 미터 높이로 솟아오르자 기러기들이 비행을 하는데 방해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기러기들이 편대를 지어 날아오다가 우뚝 서 있는 교각지점에서 편대가 흐트러지며 다소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리더십을 발휘하는 기러기들의 지혜. 한 마리의 리더가 날아가면 모두가 따라 비행을 한다.
리더십을 발휘하는 기러기들의 지혜. 한 마리의 리더가 날아가면 모두가 따라 비행을 한다. ⓒ 최오균

나는 혹시 기러기들이 교각에 부딪치지나 않을까 마음을 졸이며 그후로도 기러기들이 비행궤도를 계속 관찰하여 보았습니다. 기러기들은 통상 해가 뜰 무렵에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을 하고, 해가 질 무렵에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을 합니다. 아마 아침에는 먹이를 찾아 이동을 하다가 밤이 되면 잠자리로 이동을 하는 모양입니다.

해가 질 무렵 기러기들의 나는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나는 동1교 교각 밑으로 갔습니다. 추위에 떨며 기러기들이 날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혹시 기러기들이 교각에 부딪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하면서...

 기러기들이 궤도를 수정하여 금굴산 위로 날아가고 있다.
기러기들이 궤도를 수정하여 금굴산 위로 날아가고 있다. ⓒ 최오균

나는 카메라의 앵글을 교각 쪽으로 향하여 포커스를 맞춰놓고 기러기들이 날아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끼룩끼룩'하며 날아오는 기러기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런데 웬일까요? 기러기들은 오늘 따라 교각 쪽으로 날아오지 않고 모두 금굴산 위로 비행을 하지 않겠습니까?

금굴산은 교각에서 북쪽으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기러기들은 계속해서 금굴산 위로 편대를 지어 해가 지는 서쪽으로 날아갔습니다. 딱 한 차례 기러기들이 교각 탑 쪽으로 날아오긴 했는데, 그 편대는 교각 탑에서 역시 100여 미터 빗겨난 반대쪽으로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아마 기러기들이 장애물인 교각 탑을 피해서 비행궤도를 수정을 한 모양입니다. 이렇게 비행궤도 궤도를 수정하여 날아갈 줄 아는 기러기들의 지혜가 참으로 놀랍기만 합니다.

 V자 편대를 지어 날아가는 기러기들의 지혜
V자 편대를 지어 날아가는 기러기들의 지혜 ⓒ 최오균

기러기들은 보통 시속 50~90km정도로 날아간다고 합니다. 기러기들은 이동 시 V자형 편대를 하고 날아갑니다. 여기에는 기가 막힌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맨 앞의 기러기가 펄럭이며 날갯짓을 하면 맞바람과 부딪쳐 소용돌이 상승기류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뒤에 따라오는 기러기가 이 상승기류를 이용하여 맞바람을 덜 받고 힘을 아끼면서 날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

기러기들이 이렇게 V자 편대를 지어 날아가면 혼자서 날아가는 경우보다 무려 70%나 더 멀리 날아 갈 수 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매나 독수리 등 천적들의 공격을 방어하며 보다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다고 합니다.

 리더를 따라 비행하는 기러기들
리더를 따라 비행하는 기러기들 ⓒ 최오균

선두에 선 기러기가 지치지 않도록 뒤를 따라가는 기러기들은 울음소리를 내어 서로 격려를 해주며 편대를 유지한다고 합니다. 이 격려의 소리는 자신뿐만이 아니라 다른 기러기들에게 함께 멀리 날아 갈 수 있는 신념과 믿음을 주는 신호라고 합니다.

기러기들은 이렇게 힘든 여정을 서로 격려하며 공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선두를 지키던 기러기가 지치면 뒤로 물러나고 뒤에 있던 기러기가 차례로 앞으로 사서서 리더가 되어 편대를 리더 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기러기들은 서로 평화적으로 리더를 교체하며 목적지까지 무사히 비행을 마칩니다.

 리더를 뒤따르는 기러기들은 서로 지치지 않도록 소리를 지른다.
리더를 뒤따르는 기러기들은 서로 지치지 않도록 소리를 지른다. ⓒ 최오균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인간사회도 앞에서 올바른 리더가 안전한 방향으로 끌어주고 뒤를 따르는 사람들이 궤도를 유지하며 계속 정진할 수 있도록 격려해 줄 때, 더욱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18대 대통령 선거 치른 우리는 이제 새로운 리더를 선출했습니다. 우리들의 손으로 뽑은 리더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정의로운 리더십을 발휘하여 뒤를 따르는 국민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여야 할 것입니다. 장애물이 나타나면 기러기들처럼 국민들의 소리를 잘 청취해서 항로를 수정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할 줄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기러기들을 관찰하는 탐조대
매일 아침저녁으로 기러기들을 관찰하는 탐조대 ⓒ 최오균

당신은 다른 사람이 힘들어 할 때에 그들을 도와준 적이 있습니까? 또한 당신이 어려울 때에 누군가가 당신을 도와 준적이 있습니까? 우리는 힘들고 어려울수록 기러기들처럼 서로 돕고 협력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합니다. 지금 이 사회는 당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많은 어려운 이웃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을 위하여 당신은 오늘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시겠습니까?


#기러기들의 지혜#연천군#동이리 주상절리#임진강#기러기 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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