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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
 담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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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도로 양편으로 열을 맞춰서 햇살을 받고 있다. 균형 잡힌 몸매에 멀쑥한 키는 가로수로 아주 제격이다. 담양을 방문하면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메타세쿼이아가 터널을 이룬 도로에서는 저절로 속도를 줄인다.

담양읍을 지나서 금성면으로 달린다. 호남 3대 산성 중 하나인 금성산성을 찾아간다. 금성산성에 대한 기록은 고려 우왕 때 처음 나타나고, 축성 시기는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진왜란 때는 의병들의 거점이 되기도 했다. 산의 능선과 골짜기를 따라 축조된 포곡(包谷)식 산성으로 성 외곽 둘레만 6486m다. 대단히 큰 규모다.

금성산성에는 성벽을 따라 걸어가는 길이 있다. 그 길을 걸으며 천년의 세월을 이야기하고 싶다. 산성은 말 그대로 산에 쌓은 성이다. 포곡식 산성을 걸어가려면 산봉우리들을 연결한 성벽을 오르락내리락 걸어야 한다. 쉽지만은 않다. 산성의 최고봉인 산성산 정상은 605m나 된다.

금성산성 보국문
 금성산성 보국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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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산성 성벽을 따라 걸어가는 사람들
 금성산성 성벽을 따라 걸어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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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산성 오르는 길은 순창 강천사계곡을 따라 올라오는 길도 있다. 하지만 금성산성의 가장 매력적인 풍경을 보려면 담양 쪽에서 오르는 게 좋다. 담양온천 못가서 주차장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주차비 2000원을 받는다. 주차장에서 산성 남문까지는 2.3km다. 산책하듯 걷는 길은 가파른 산길로 변한다. 높이 오르지 않았는데도 숨이 찬다.

소나무 숲을 빠져나오면 커다란 바위가 언덕을 이루고 그 위로 성벽이 둘러쳤다. 고약한 곳에 성문을 만들어놨다. 적이 공격하려면 사방이 훤히 터진 바위 위에서 공격해야 한다. 숨을 곳도 없다. 설령 성문을 통과하더라도 다시 성벽을 마주친다. 들어서면 독 안에 든 쥐가 된다. 난공불락 요새를 만들었다.

보국문을 지나고 남문인 충용문을 지난다. 충용문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시원하다. 넓은 곡창지대를 가진 담양은 이 일대의 군사와 행정의 중심지 역할을 할 만 했다.

성벽을 따라 걸으려고 길을 찾는데 보이지 않는다. 동자암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동자암에는 다양한 돌탑들이 서있다. 동자암은 예전에 'TV 인간극장'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무술을 배우는 동자들이 나오면서 유명해졌다. 언젠가는 성에서 쫓겨났다가 다시 들어왔다고도 했다.

동자암 마당에는 스님이 수염을 길게 기르고 방문객과 차를 마시고 있다. 여전히 입담이 좋다. 이야기 중에는 스님들이 격식을 차리는 것에 대해 못마땅해 하는 이야기도 한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내게도 그렇지 않느냐는 듯 눈길을 준다.

금성산성 시루봉. 성벽의 일부다.
 금성산성 시루봉. 성벽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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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우리를 연결하는 축성된 금성산성 성벽
 봉우리를 연결하는 축성된 금성산성 성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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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내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니 성벽이 또 나온다. 내성이다. 대체 성이 몇 겹일까. 내성을 따라 올라서면서 드디어 성 둘레를 걸어가는 길을 찾았다. '시루봉 가는 길' 표지판 밑에는 길이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성벽이 얼마나 위험하겠느냐며 들어섰는데, 하늘로 솟은 높은 봉우리를 만난다.

시루봉은 커다란 시루를 엎어 놓은 것 같은 바위다. 가파른 바위벽을 줄 타고 올라간다. 경고가 장난이 아니었다. 시루봉에 오르면 금성산성 전경이 펼쳐진다. 높은 봉우리마다 줄을 걸어놓듯 연결한 성벽이 장관이다.

성 위를 따라 걷는다. 성벽은 바위봉우리 사이를 막아놨다. 적이 그냥 올라오라고 해도 힘든 곳까지 성을 쌓았다. 이 성을 쌓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원됐을까. 성벽을 쌓은 기법도 특이하다. 얇은 판석을 만들어서 차곡차곡 쌓음으로써 성벽이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공력을 들였다. 일일이 바위를 쪼개서 얇게 만든 흔적이 보인다.

금성산성은 봉우리들을 연결하여 쌓은 포곡식 산성이다.
 금성산성은 봉우리들을 연결하여 쌓은 포곡식 산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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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산성 연대봉
 금성산성 연대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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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장성 생각이 나네."

지나가는 분이 감탄을 한다. 내가 보기에도 장관이다. 만리장성에는 비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만리장성보다 못하지도 않다. 크기가 아니라 아름다움으로 보자면 훨씬 좋다. 사람들이 성벽을 따라 걷는 풍경도 아름답다. 터만 남은 동문을 지난다. 운대봉을 지나고 연대봉에 서면 순창 강천사계곡이 보인다.

동학농민혁명군의 대장이었던 전봉준이 이곳에 주둔하던 중 순창 쌍치면 피노리에 있는 친구 김경천에게 식량 보급을 요청하러 찾아갔다. 그러나 친구가 배신을 했다. 친구의 밀고로 전봉준은 잡히고 말았다. 대장을 잃은 농민군은 금성산성에서 20여 일간 관군과 싸우다가 모두 희생되거나 체포됐다. 이때 금성산성 내 시설들도 불탔다고 한다. 난공불락 같은 성이지만 함락됐다. 전쟁에서 가장 무서운 건 사람이다.

북문을 지나서 서문으로 내려서면서 성벽을 가파르게 내려간다. 아름다운 담양호가 보인다. 서문까지는 계속된 내리막이다. 서문은 협곡에 자리를 잡았다. 문루는 없고 터만 남았는데, 특이한 것은 물이 흘러가는 문이 따로 있다. 포곡식 산성의 특징을 제대로 보여준다.

서문 성벽위에 서 있으니, 여기가 최대 격전지라는 생각이 든다. 금성산성을 빙 둘러서 대규모 군대가 공격할 수 있는 곳은 이곳밖에 없다. 경사도 완만해 공방전을 펼치기에도 좋다. 그래서 서문 성벽은 다른 성벽과 다르다. 성벽 위에서 많은 군사들이 공격해오는 적들과 싸울 수 있도록 성벽 폭을 넓게 만들었다.

금성산성 노적봉. 봉우리 위에는 거북을 닮은 바위가 담양호를 바라보고 있다.
 금성산성 노적봉. 봉우리 위에는 거북을 닮은 바위가 담양호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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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산성 보국문. 아름다운 선을 보여준다.
 금성산성 보국문. 아름다운 선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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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을 한바퀴 돌아 금성산성 충용문에 서서.
 산성을 한바퀴 돌아 금성산성 충용문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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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에서 철마봉까지는 가파르게 올라간다. 지형을 이용해 천혜의 요새를 만들어 놓은 옛사람들의 안목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담양호가 들쑥날쑥하게 물을 가두고 있다. 철마봉 위에 선다. 건너편 추월산이 우뚝 섰다. 성벽은 여전히 구불구불 자연스럽게 흐른다. 그 위로 오랜 시간도 묻혀서 흐른다.

[금성산성 오르는 길] 담양 쪽에서는 연동사주차장과 담양온천에서 오르는 길이 있다. 순창에서는 강천사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금성산성으로 오른다.

금성산성이 있는 산성산 지도
 금성산성이 있는 산성산 지도
ⓒ 담양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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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굴법당이 있는 연동사] 고려시대 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연동사지지장보살입상(煙洞寺址地藏菩薩立像)은 특이한 손 모양을 하고 머리를 비스듬히 기울고 있다. 처음 마주한 느낌은 억지로 만들래도 힘들었을 것.

백제탑과 신라탑 양식이 복합된 고려시대 담양연동사지삼층석탑(潭陽煙洞寺址三層石塔)은 너무나 단정해서 최근에 만들어 놓은 것인 줄 알았다. 둘 다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188호와 제200호로 지정돼 있다.

금성산성 아래에 있는 연동사 토굴법당
 금성산성 아래에 있는 연동사 토굴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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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11월 18일 담양 금성산성 풍경입니다.



태그:#금성산성, #산성산, #산성길, #성벽, #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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