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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더불어 졸업여행이 17일부터 19일까 2박3일간의 일정으로 시작됐다.
 제5회 더불어 졸업여행이 17일부터 19일까 2박3일간의 일정으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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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까지 흩뿌리던 빗줄기가 멈춘 덕분이었다. 정말 맑은 가을 하늘, 멋진 햇볕을 품고 있었다. 17일 오후 1시,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풍경이 참 선명했다. 오가는 인파 사이로 플래카드도 더욱 도드라졌다.

"더불어 졸업여행에 온 6학년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무슨 말이지? 가던 걸음을 멈추고 바람에 너풀거리는 플래카드에 애써 시선을 고정시킨 행인들이 표정이 꼭 그랬다. 졸업여행이면 졸업여행이지, 친구들과 함께 가는 거지, 무슨 더불어 졸업여행? 그렇게 잠깐 잠깐 스치는 시선 사이로 전국 각지에서 온 6학년 학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혼자 6학년이다. 내년 2월 졸업식 주인공도 혼자다. 말 그대로 '나홀로 6학년'인 그들에게 동갑내기 친구를 만나 여행을 하면서 함께 하는 즐거움을 잠시라도 누리도록 하기 위해 <오마이뉴스>는 지난 2008년부터 '더불어 졸업여행'을 진행하고 있다.

30분, 어색한 '시츄에이션'이 풀리는 시간

제5회 더불어 졸업여행. 어색함은 잠시...
 제5회 더불어 졸업여행. 어색함은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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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다섯 번째, 이번 여행에는 '나홀로 5학년' 동생들도 함께했다. 다 모이니 스물한 명, 함께 온 부모님이나 선생님들까지 더하니 서른다섯 명, 일단 졸업여행에 어울리는 규모는 갖췄다. 허나 만나자마자 졸업여행이라니, 낯선 서울에서, 이보다 어색할 수 없는 '시츄에이션'이다. 어른의 눈에는 특히 그렇기 마련이다.

마주 보기보다는 아직은 대한문 현판에 시선을 꽂고 있는 친구들이 훨씬 많다. 그 모습에 한 아버지의 마음은 급해지는 듯 싶었다. 얼마 만에 사귀게 되는 동갑내기 친구인가. 조금 더 빨리 친해졌으면 하는 바람에, 일단 아들과 친구를 대한문을 배경으로 나란히 세운다. 기념촬영, 아직 어색한 모양이다. 어색하게 함께 선 두 친구 사이에 '바람구멍'이 이만큼, 물론 어깨동무도 '아직'이다.

제5회 더불어 졸업여행
 제5회 더불어 졸업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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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이면 충분하다. 아마 아버지는 덕수궁을 한바퀴 돌고 다시 대한문을 통과할 때, 스스럼없이 어깨동무를 하거나 손을 잡고 '끼리끼리' 어울리는 '아들들 또는 딸들'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그런 모습은 덕수궁에서 청와대로, 다시 경복궁에서 뮤지컬 <비밥> 공연장 등으로 이동하면서 더욱 많아질 테고, 아마도 내일(18일) 에버랜드를 돌아다닐 때쯤이면 보호자의 '존재감'은 매우 가볍게 될 것이다.

이미 시작됐다. 전남 영광군 홍농서초등학교 6학년 최진성군, 일찌감치 경북 봉화군에서 온 유현모(소천초등학교 분천분교장)군과 악수를 나누더니, 아직 대한문을 통과하기도 전에 경북 울진에서 온 이재창(삼근초등학교 옥방분교장)군과 씩씩하게 악수를 청한다. 보아하니 활발한 성격, 이번 여행의 분위기 메이커가 될 기색이 농후하다.

더불어 졸업여행에 오면, 그들은 금방 친구가 된다

전국 각지 '나홀로 6학년' 학생들이 모여 함께 하는 기쁨을 즐기는 제5회 <오마이뉴스> 더불어 졸업여행이 17일부터 2박 3일 동안 진행된다. 17일 덕수궁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참가자들.
 전국 각지 '나홀로 6학년' 학생들이 모여 함께 하는 기쁨을 즐기는 제5회 <오마이뉴스> 더불어 졸업여행이 17일부터 2박 3일 동안 진행된다. 17일 덕수궁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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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첫 번째 단체 기념 촬영. 마침 덕수궁에 단체관람 온 학생들이 많아 그 차이가 대번에 나타난다. 친숙한 그들의 기념촬영 모습을 지켜보니, 두 명 중 한 명 꼴로 손가락이 '브이 모드'다. 참 신기한 일이다. 스무 명 남짓 다음 그룹 역시 정확히 열 명이 '브이'를 그리고 있다.

이번에는 더불어 졸업여행 참가자 차례, 단 한 친구만 손가락이 '브이' 모양이다. 나머지 친구들은 아직 심드렁한 표정, 아니 그보다는 진지한 얼굴들이다. 어렴풋하게 같은 반 친구들과 졸업 사진을 찍던 때가 떠오른다. 그때만은 다들 진지한 얼굴이었지. '본의 아니게' 우리들만의 졸업식 사진으로는 제격인 얼굴들이다. 그래, 이렇게나마 먼훗날 '더불어 졸업식'을 기념하자, 친구들.

기념 촬영을 마치고 다시 대한문으로 향하는 일행, 강원 양양에서 온 이아연(상평초등학교 현서분교장)양과 전남 신안군에서 온 장영선(흑산초등학교 흑산동분교장)양이 나란히 걸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낙엽이 막 떨어지기 시작한 숲길과 썩 잘 어울린다. 언뜻언뜻 숲 그늘 사이로 두 친구를 비추는 햇볕, 그 웃는 얼굴들이 참 예쁘다. 오랫동안 함께한 짝꿍 모습이다.

전남 여수시 화태초등학교 두라분교장 6학년 김시온군, 다른 친구를 얼싸 안는다. 그 곁을 함께 따르던 어른들의 눈에는 그저 신기한 모습, 당장 "시온아, 벌써 이렇게 됐어?"란 기분 좋은 음성이 귀에 감긴다. 어른들이야 이리 재고 저리 재고, 그렇게 하지 않아야 어린이다운 것. 그 어린이다움을 자주 목격할 수 있는 것이 '더불어 졸업여행'의 즐거움이기도 하다. 청와대 사랑채에 도착했다.

청와대 해설사 선생님도 못 말리는 그들의 '수다'

전국 각지 '나홀로 6학년' 학생들이 모여 함께 하는 기쁨을 즐기는 제5회 <오마이뉴스> 더불어 졸업여행이 17일부터 2박 3일 동안 진행된다. 17일 청와대 사랑채를 방문한 학생들.
 전국 각지 '나홀로 6학년' 학생들이 모여 함께 하는 기쁨을 즐기는 제5회 <오마이뉴스> 더불어 졸업여행이 17일부터 2박 3일 동안 진행된다. 17일 청와대 사랑채를 방문한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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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사랑채, 이름 그대로 청와대로 온 손님들을 맞이하는 곳이다. 수도 서울의 과거와 현재, 역대 대통령들의 발자취 등을 관람할 수 있고, 대통령 집무실을 체험하거나 대통령과 '사이버 기념촬영'도 할 수 있는 곳이다. 큰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일까. 해설사 선생님 말씀에 아이들 눈이 의외로 초롱초롱했다.

하지만 그 집중력은 얼마 가지 않았다. 해설사 선생님 말씀보다는 새로 사귄 친구와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좋은 모양이다. 허승범(경북 경주시 양남초등학교 상계분교장)·최효석(경남 창원시 웅천초등학교 연도분교장)·윤량근(강원 양양군 상평초등학교 현선분교장)군, 이들은 아예 잠시 일행에서 떨어져 나와 '라운드 테이블' 수다판을 벌였다. 그들의 마음은 이미 '내일'에 가 있는 모양이다.

- 바이킹 타 봤냐?
"야, 나, 진짜 잘 타거든."

청와대 사랑채를 나서자 이제 대부분 친구들은 보호자 곁을 떠났다. 끼리끼리, 삼삼오오, 소곤소곤, 시끌시끌, 광화문 광장에 이르자 '뛰고 쫓고' 추격전도 나타난다. 슬슬 어른들의 통제력이 잘 먹히지 않는 시점이란 뜻도 된다. 세 번째 기념 촬영, 아까 덕수궁에서 의도하지 않았던 '졸업사진'과는 달랐다. 씨익- 카메라를 보며 웃는 얼굴들이 확실히 늘었다.

어울리는 기쁨, 어른들은 그 '맛'을 자주 잊지만 …

전국 각지 '나홀로 6학년' 학생들이 모여 함께 하는 기쁨을 즐기는 제5회 <오마이뉴스> 더불어 졸업여행이 17일부터 2박 3일 동안 진행된다. 17일 참가자들이 관람한 창작뮤지컬'비밥'의 공연 모습.
 전국 각지 '나홀로 6학년' 학생들이 모여 함께 하는 기쁨을 즐기는 제5회 <오마이뉴스> 더불어 졸업여행이 17일부터 2박 3일 동안 진행된다. 17일 참가자들이 관람한 창작뮤지컬'비밥'의 공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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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 비밥에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밥! 비밥! 비밥!"

비트박스, 아카펠라, 비보잉, 아크로바틱 등이 어우러진 퍼포먼스 쇼 '비밥(BIBAP)' 공연장. '더불어 졸업여행'에서는 올해 처음 준비한 단체 공연 관람이다. 흥겨운 리듬 사이로 출연자들의 재미있는 대사와 몸짓이 섞일 때마다 여지없이 웃음이 터져 나온다.

아마도 공연의 재미도 재미지만, 동갑내기 친구들과 함께 한다는 즐거움도 더해졌을 것이다. 함께 하는 웃음은 더 커지는 법이니까. 조명 사이로 어깨를 흔들며 또는 친구와 마주보며 웃는 실루엣들이 '또렷하다'. 다양한 재료가 어울리지만 각 재료들이 맛을 잃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비빔밥' 그 모습 그대로다.

전국 각지 '나홀로 6학년' 학생들이 모여 함께 하는 기쁨을 즐기는 제5회 <오마이뉴스> 더불어 졸업여행이 17일부터 2박 3일 동안 진행된다. 17일 종로 비밥전용관에서 창작뮤지컬'비밥' 관람중인 참가자들
 전국 각지 '나홀로 6학년' 학생들이 모여 함께 하는 기쁨을 즐기는 제5회 <오마이뉴스> 더불어 졸업여행이 17일부터 2박 3일 동안 진행된다. 17일 종로 비밥전용관에서 창작뮤지컬'비밥' 관람중인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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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지켜보는 어른들의 마음도 흐뭇한 듯했다. 태풍 피해 복구를 잠시 미루고 좋은 기회란 생각에 딸 정고은(전남 완도군 보길동초등학교 예작분교장)양을 데리고 왔다는 백성례 어머니는 "아이들끼리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석택 선생님의 감회는 더욱 진한 것 같았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학교의 '나홀로 6학년' 제자는 물론, 전근으로 '이별'하게 된 인근 학교 제자까지 함께 인솔해 온 선생님은 "평소 동갑내기 친구와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어 안타까웠다"며 "첫 참가라 과연 어떨까 싶었는데, 다른 친구들과 금방 친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기분이 참 좋더라. 다른 분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어울리는 기쁨, 어른들은 그 '맛'을 자주 잊고 산다. 때로는 일부러 외면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기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나홀로 6학년 친구들'은 매년 생생하게 일깨워주고 있다. 또 항상 그랬듯이, 우리 친구들은 강화도 오마이스쿨에서 매우 특별한 '캠프 파이어'로 그 기쁨을 맘껏 누리는 친구들의 얼굴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태그:#오마이뉴스, #더불어 졸업여행, #나홀로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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