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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1년 발생한 용산미군기지 유류오염 사고 이후 최근까지도 미군기지에서 기름이 흘러나와 한강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사건 이후 서울시가 지속적으로 정화작업을 펼치고 있으나, 오염농도가 개선되지 않고 미군기지 내부의 오염원이 처리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은 4일 환경부와 서울시로부터 '용산 미군기지 유류오염 정화 관련 미군측과 협의 요청' 공문과, '녹사평역 유류오염 지하수 정화용역 보고서'를 입수해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서울시가 한국농어촌공사에 용역을 맡겨 기지주변 지하수를 조사한 결과,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이 기준치(0.015mg/L)의 2800배를 초과한 42.745mg/L가 검출됐다. 이는 지난 2004년 해당 지역의 오염 관측 이후 최고 농도이다.

벤젠을 포함해 톨루엔, 자일렌 등 석유유출에 따른 오염농도를 측정하는 석유계총탄화수소(TPH)는 2011년에 기준치(1.50mg/L)의 5300배를 초과한 5060mg/L가 검출됐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용역보고서에서 벤젠이 최대농도로 검출된 관측정이 "용산미군기지 내 오염원으로 추정되는 주유소 부지와 가장 근접한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한강하류 방향으로 지하수 유동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오염된 지하수가 한강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다.

서울시 "미군기지 내 오염원 조사 절대적으로 필요"

용산미군기지의 기름유출 문제는 지난 2001년 1월, 용산구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의 하행선 터널 내 맨홀로 유류가 유입되면서 발견됐다. 같은 해 7월부터 시작된 현장조사에서 녹사평역에 인접한 미군부대 사우스포스트(South post) 내 기름유출이 확인됐다. 당시 기름이 지하 15미터에서 17미터까지 스며들었고, 일대의 지하수가 오염돼 기지에서 약 200미터 가량 떨어진 녹사평역까지 흘러간 것으로 조사됐다. 주한미군도 이를 시인했으나 유출규모를 축소 발표하는 등 논란이 크게 일었다.

이후 서울시는 오염된 기지 주변의 정화작업에 들어갔고 최근까지도 작업이 계속됐지만 오염농도는 개선되지 않았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2월 환경부에 공문을 보내 "유류오염 지하수의 근원적인 정화를 위해서는 유류 누출사고가 발생한 미군기지 내 오염원에 대한 조사와 정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기지 내부의 오염원 확인을 위한 조사 등이 추진될 수 있도록 SOFA 규정에 의거 미군 측과 협의"해줄 것을 요청했다.

계속된 정화작업에도 오염농도가 개선되지 않는 것은 오염원이 제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서울시의 판단이다. 서울시는 공문에서 "우리 시에서 미군기지(녹사평역 일대) 유류오염 지하수를 지속적으로 정화하고 있음에도 미군기지 담장주변 관측정에서 자유상유류가 계속 나오고, TPH가 최대 8060.13mg/L 검출됐다"며 미군기지내 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농어촌 공사가 서울시의 용역을 받아 조사한 용산 미군기지 인근 2개 지점(BH34, BH35)의 벤젠 농도변화. 지난 2004년 처음 관측한 이후  서울시의 정화작업으로 벤젠농도 수치가 감소하다가 3년 전부터 증가하더니 2011년 최고 농도를 기록한 것을 알 수 있다.
 한국농어촌 공사가 서울시의 용역을 받아 조사한 용산 미군기지 인근 2개 지점(BH34, BH35)의 벤젠 농도변화. 지난 2004년 처음 관측한 이후 서울시의 정화작업으로 벤젠농도 수치가 감소하다가 3년 전부터 증가하더니 2011년 최고 농도를 기록한 것을 알 수 있다.
ⓒ 한국농어촌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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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요구는 2011년 한국농어촌공사의 용역보고서가 뒷받침한다. 보고서에는 주변 이태원 광장과 미군기지 담장 밖, 용산구청 일대의 총 52개 관측정 연간평균농도를 분석한 결과 벤젠 기준치 초과 22곳, 툴루엔 기준치(1.00mg/L) 초과 4곳, 에틸벤젠 기준치(0.45mg/L)와 크실렌 기준치(0.75mg/L)를 초과한 관측정이 각각 6곳으로 나타났다. 석유계총탄화수소(TPH) 기준치(1.50mg/L)를 초과한 관측정은 8곳이다.

한국농어촌공사는 보고서에서 "누출사고가 발생한 오염원(용산미군기지) 지역에 접근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대상부지의 토지이용과 부지면적 등 여건상 효율적인 정화공법의 적용에 많은 제한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또한 "오염원 부지특성과 누출이력(누출탱크 위치, 누출유류 종류, 유종별 누출량 등), 오염원 관리(Source Control) 등에 대한 자료 없이 오염원 하류부의 정화는 효율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장하나 의원 "소파 협정 개정해 미군기지 조사해야"

이와 관련해 장하나 의원은 "2001년 용산미군기지 기름유출사건 이래로 지난 11년 동안 독성 발암물질이 함유된 기름이 미군기지 밖으로 유출되어 한강으로 흘러갔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라며 "이같은 사실을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은 것은 국민의 건강보다는 미군 측의 심기에 한국정부가 더 민감한 태도를 보여 왔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또 "현행 소파(SOFA)규정 하에서는 미군기지 오염사고 발생시 미군의 자발적 협조가 없으면 실태를 조사하기도 어렵고 정보접근 자체가 불가능함으로써 정화는 물론 기초적인 오염조사조차 어렵다"며 "오염원이 있는 기지 내부 시설에 대한 한국당국의 접근을 보장할 의무를 보장하도록 소파협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물관리정책과 관계자는 4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미군기지 내 조사 협조 요구와 관련해 "환경부에서 회신은 없었다"며 "서울시는 기지 주변에 관정을 뚫어 지하수를 뽑아 올려 전문업체에서 정화해 방류하는 방식으로 오염된 지하수를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염농도는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까지 오염물질이 계속 나오는 상황"이라며 "조만간 미군기지가 반환되면 안에 들어가 적극적으로 오염원을 정화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태그:#미군기지, #기름유출, #벤젠, #녹사평, #장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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