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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경찰이 23년 전 영국 축구 경기장에서 100명 가까운 관중이 사망한 참사를 조작 및 은폐한 사실이 밝혀져 총리가 사과했다.

1989년 4월 영국 셰필드의 힐즈버러 스타디움에서 열린 리버풀과 노팅엄 포레스트의 FA컵 준결승 경기에서는 수용 인원을 초과하는 엄청난 관중이 한꺼번에 몰려 담장이 무너지면서 96명이 사망하고 700여 명이 부상을 당하는 끔찍한 사고가 벌어졌다.

당시 영국 경찰은 술에 취한 극성 축구팬들 때문에 사고가 벌어졌다는 결론을 내렸고 누구도 책임을 지거나 처벌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의 조사 결과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구성한 진상조사위원회가 45만 쪽 분량의 비공개 문서를 검토한 결과 발표한 사건의 진상에서는 경찰이 불리한 증언을 위주로 무려 164건의 진술을 조작해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관중에게 전가한 것이었다.

진상조사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경기장 안전 관리에 허점이 있었고, 경찰이 적절한 응급조치를 취했더라면 희생자의 절반에 가까운 41명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캐머런 총리는 "그동안 희생자 유족들은 두 배의 부당한 고통을 받아왔다"며 "국가가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했다는 점과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profoundly sorry)"고 밝혔다.

영국 노동당의 에드 밀리반드 당수도 "국가가 힐즈버러 참사의 진실을 밝혀내는 데 23년이나 걸렸다는 것이 부끄럽다"며 "그동안의 모든 정권이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고 사과했다.

축구 역사상 최악의 사고 중 하나로 꼽히는 힐즈버러 참사로 인해 당시만 해도 대부분 입석이었던 영국의 축구장에 좌석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마련되었고, 전 세계 스포츠 경기장 역시 안전 규정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리버풀 구단은 힐즈버러 참사가 벌어졌던 매년 4월 15일마다 희생자 유족과 선수, 팬들이 함께 모여 추모식을 열고 있다.


태그:#힐즈버러 참사, #리버풀, #데이비드 캐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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