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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밀어 달라는 아내가 있어 참 행복했습니다
 등 밀어 달라는 아내가 있어 참 행복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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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좀 밀어주세요."

아내는 샤워를 할 때마다 제게 꼭 등을 밀어달라고 합니다. 이런 아내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혼자서 샤워를 할 수 있지만, 아내는 못난 남편에게 아직도 등을 밀어달라고 합니다. 아내 말에 한 번씩은 싫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저는 이내 달려가 밀어줍니다. 벌써 15년째입니다. 아내가 등을 밀어달라는 것은 저를 믿는다는 것입니다. 사랑한다는 말입니다. 아무리 남편이라고해도 믿지 못하고, 사랑하지 않는데 등을 밀어달라고 할 리가 없습니다.

"등 밀어주면 좋아요?"
"당연하죠. 손이 가지 않는 곳을 밀어주면 얼마나 시원한지 몰라요.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땀이 많이 날 수밖에 없잖아요."


사실 남자는 집에서는 반바지와 런닝을 입지만 여자들은 아무리 남편 앞이라도 속옷만 입을 수 없습니다. 샤워나 목욕을 할 때마 손이 가지 않는 곳은 개운하지 않습니다. 어딘가 덜 씻은 느낌입니다. 하지만 누가 등을 밀어주면 몸만 아니라 마음까지 깨끗합니다. 그러므로 부부가 서로 등을 밀어주는 것도 좋습니다.

"나도 당신 등 밀어줬으니 내 등도 밀어주세요."
"꼭 이래요. 혼자 밀면 안 되나!"
"서로서로 밀어주면 얼마나 좋아요. 내가 당신 등을 얼마나 잘 밀어주는지 알아요?"
"다 알고 있으니 자기 자랑하지 마세요."

아내 등을 밀어주면 아내가 현재 어떤 몸 상태인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등이 축 쳐저 있습니다. 아내 마음이 심란하고 어딘가 아프다는 것입니다. 그럴 때 작은 위로의 말을 건네면 아내는 이내 밝은 웃음을 되찾습니다.

"요즘 무슨 힘든 일 있어요?"
"당신이 만날 힘들게 하잖아요."

"그런가. 하기사 당신이 100점이면, 나는 60점이지."
"그렇게 자학하지는 마세요."
"아니지 당연한 것 아니예요. 당신은 100점, 나는 60점. 당신이 나에게 해주는 것에 비하면 나는 10분의 1도 못하잖아요."

등 밀어 주는 데 1~2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아내 마음까지 위로할 수 있습니다. 작은 것 하나에 아내는 모든 것을 다 얻은 것처럼 기뻐합니다. 아내 등을 만날 밀어주는 분도 분명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언제 밀어줬는지 모르는 분이 계시다면 오늘 아내 등을 밀어주십시오. 그럼 가장 큰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등 좀 밀어주세요"라고 부탁하는 아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가장 행복한 남편입니다.


태그:#아내, #등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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