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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 위천면 수승대 맑은 계곡에는 더위를 식히는 여행자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 수승대 계곡 거창 위천면 수승대 맑은 계곡에는 더위를 식히는 여행자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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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계속되는 찌뿌듯한 날씨는 사람을 집안에 묶어 두지를 않습니다. 지난 8일(일), 휴일을 맞아 경남 거창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마침 볼 일이 있어 거창을 찾았지만, 반나절에 다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이왕 여행이라 생각했기에 이곳저곳 둘러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거창하면 첫 느낌이 어떤 것이 들까요? 내게 있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단연 '거창사과'입니다. 무엇이든 첫 느낌이 중요하며, 그런 첫인상이 머릿속에 오래 남습니다. 그다음으로 수승대, 거창연극제 그리고 금원산 등도 그 뒤를 이어집니다.

거창 수승대에 있는 현수교.
▲ 현수교 거창 수승대에 있는 현수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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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거의 20년 만에 다시 찾아가는 수승대입니다. 주차장과 주변 환경은 예전과 다른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하지만 수승대 계곡과 주변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물도, 바위도, 소나무도, 계곡도 그리고 정자도 옛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숲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은 카메라 셔터를 쉼 없이 눌러대게 합니다. 셔터 소리가 참으로 맑게 들립니다. 아마,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카메라 셔터 소리에 반해 사진을 찍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북바위에 이르렀습니다. 말 그대로, 꼭 거북과 같은 생김을 한 모습입니다. 벽면에는 크고 작은 한자가 빽빽이 쓰여 있습니다. 한자 공부를 한다고 했지만, 모르는 한자도 많습니다. 계곡에 흐르는 시원한 물은 근심을 잊게 해 주기에 충분합니다.

구연서원
▲ 구연서원 구연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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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승대는 삼국시대 때 백제와 신라가 대립할 무렵, 백제에서 신라로 가는 사신을 전별하던 곳입니다. 처음에는 돌아오지 못할 것을 근심했다 하여 근심 수(愁)자, 보낼 송(送)자를 써서 수송대(愁送臺)라 하였다고 합니다. 수송대라 함은 속세의 근심, 걱정을 잊을 만큼 절경이 빼어난 곳이란 뜻으로 불교의 이름에 비유되기도 했답니다.

지금의 이름인 수승대(搜勝臺)는 1543년 퇴계 이황 선생이 안의현 삼동을 유람을 목적으로 왔다가 지어졌다고 합니다. 이황 선생은 마리면 영승리에 머물던 중, 그 내력을 듣고 급한 정무로 환정하면서 이곳에 오지는 못하고 이름이 아름답지 못하다며, 음이 비슷한 수승대로 고칠 것을 권하는 사율시를 보냅니다. 이를 본 요수 신권 선생이 대의면에 수승대로 새김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근심, 걱정을 잊게해 주는 수승대 맑은 계곡물

거창 위천면 수승대에 있는 요수정.
▲ 요수정 거창 위천면 수승대에 있는 요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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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승대 주변에는 볼거리도 많습니다. 뜨거운 여름 더위를 피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계곡만큼 매력적인 피서법도 없을 것입니다.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면 누구나 시인이 되고도 남을 것만 같습니다.

계곡에 흐르는 시원한 물은 근심을 잊게 해주기에도 충분합니다. 수승대 계곡에 흐르는 맑은 물에서 그동안 쌓였던 근심을 말끔히 씻어 버렸습니다. 정말로 홀가분한 마음입니다.

수승대의 명물 거북바위는 바위가 계곡 중간에 떠 있는 모습이 거북처럼 보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바위둘레에는 퇴계 이황이 수승대로 개명할 것을 제안한 5언율시를 비롯, 옛 풍류가들의 글들로 가득차 있다.
▲ 거북바위 수승대의 명물 거북바위는 바위가 계곡 중간에 떠 있는 모습이 거북처럼 보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바위둘레에는 퇴계 이황이 수승대로 개명할 것을 제안한 5언율시를 비롯, 옛 풍류가들의 글들로 가득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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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소나무는 그늘을 만들고, 계곡은 시원함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자연과 함께하는 휴식도 휴식이지만, 시간을 내어 역사 공부를 할 수 있다면 내면의 양식도 채워갈 것입니다. 경내에 있는 구연서원(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422호)을 찾았습니다. 입구에는 구연서원과 관수루라는 안내문이 서 있는데, 세심하게 읽어 보았습니다.

거창 수승대 경내에 있는 관수루.
▲ 관수루 거창 수승대 경내에 있는 관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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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수루는 요수 신권, 석곡 성팽년, 황고 신수이 선생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하여 사림이 세운 구연서원의 문루로 1740년(영조 16년)에 건립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관수란 <맹자>에 "물을 보는데(관수,觀水) 방법이 있으니, 반드시 그 물의 흐름을 봐야 한다. 흐르는 물은 웅덩이를 채우지 않고는 다음으로 흐르지 않는다"고 한 말을 인용한 것으로, 군자의 학문은 이와 같아야 한다는 뜻으로 이름 지었다고 합니다. 참으로 뜻깊은 사상과 철학이 숨어 있음을 느낍니다.

맑은 계곡을 흐르는 물과 울창한 소나무 숲을 뒤로하며 수승대를 나왔습니다. 수승대 주차장 인근에는 황산벽화마을이 있다는 안내판이 눈에 띕니다. 마을까지 2백여 미터 남짓 걸어서 들어갔습니다.

거창 위천면 황산마을 골목길 담장에 아름다운 벽화가 많이 그려져 있다.
▲ 벽화 거창 위천면 황산마을 골목길 담장에 아름다운 벽화가 많이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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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마을은 거창신씨 집성촌으로 인근에서 보기 드문 대지주들이 살던 곳이었다고 들었습니다. 마을은 실개천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분포해 있으며, 돌담길이 아름다운 마을입니다. 마을 벽면에는 페인트, 대리석 그리고 타일 등을 사용하여 예쁜 그림과 조각품을 만들어 벽면을 아름답게 꾸며 놓았습니다. 거창특산품으로 잘 알려진 유명한 거창사과도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거창 대리석도 유명합니다.

황산벽화마을 골목길, 그림이 살아 있네~

골목길 벽면에는 어느 화가들이 그렸는지, 살아 있는 모습보다 더 훌륭하게 그림을 묘사하였습니다. 황소가 벽을 뚫고 나오는 모습은 실제와 같은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개구리와 무당벌레가 기어오르는 모습, 나비와 잠자리가 나는 그림은 환상에 빠질 정도로 착각에 빠져 들게 합니다.

거창 위천면 황산마을 골목길 담장에 그려진 벽화. 살아 있는 모습이다.
▲ 벽화 거창 위천면 황산마을 골목길 담장에 그려진 벽화. 살아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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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표정한 모습으로 발을 문턱에 걸친 개 한 마리와 똑같은 표정을 한 다른 개. 이 그림이 그려져 있는 곳에 이르면 발길이 멈춰지고 정신 줄을 놓기에 이릅니다. 참으로 잘 그렸으며, 작가가 누구인지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조차 듭니다.

이런 그림은 어릴 적 농촌의 실상이며 삶이었지만, 어른이 돼 다시 이런 모습을 골목길 벽화에서 마주하니 참으로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황산마을의 정확한 역사를 알 수는 없지만, 수백 년 전통이 아직도 그대로 살아 있는 모습입니다. 아름다움을 간직한 마을 풍경과 삶의 궤적이 그대로 녹아있는 골목길을 훼손하지 않고 대대손손 후손에게 물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풀잎 하나, 지푸라기 둘 그리고 동물의 살아 있는 표정 셋 등 세심하게 그려진 화가의 불타는 열정을 볼 수 있는 거창 황산벽화마을. 벽화를 그린 화가들에게 찬사의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수승대 거북바위에 새겨진 수많은 한자.
▲ 수승대 수승대 거북바위에 새겨진 수많은 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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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벽면에 붓 그림과 시가 적혀 있습니다. 퇴계 이황 선생이 쓴 수승대에 관한 시로서, 원문을 담아 보았습니다.

搜勝臺(수승대)

搜勝名新換(수승명신환)   수승으로 이름을 새로 바꾸니
逢春景益佳(봉춘경익가)   봄을 만난 경치 더욱 아름답겠네
遠林花欲動(원림화욕동)   멀리 숲 속 꽃들은 피어나려 하고
陰壑雪猶埋(음학설유매)   응달의 눈은 녹으려 하는데
未寓搜尋眼(미우수심안)   수승을 찾아 구경하지 못했으니
惟增想像懷(유증상상회)   속으로 상상만 늘어 가누나
他年一樽酒(타년일준주)   뒷날 한 동이 술을 마련하여
巨筆寫雲崖(거필사운애)   커다란 붓으로 구름(단애) 벼랑에 쓰리라


거창 수승대 구연교 밑으로 맑은 물이 쉼없이 흐른다.
▲ 구연교 거창 수승대 구연교 밑으로 맑은 물이 쉼없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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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승 제53호로 지정된 거창 수승대는 풍경이 빼어난 곳으로 여행자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바로 인근 황산벽화마을의 정겨움과 풍경들이 골목 안에 가득하였습니다. 정말 살가운 우리네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오는 7월 27일부터 8월 12일까지 제24회 거창국제연극제가 수승대 일원에서 열린다고 합니다. 이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었습니다. 숲과 바다에서, 뜨거운 올여름을 건강하게 보내야 할 것입니다. 다가오는 가을과 겨울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서 말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남 거제지역신문인 <거제타임즈>와 <뉴스앤거제> 그리고 제 블로그에도 싣습니다.



태그:#수승대, #황산벽화마을, #거창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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