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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복 국민석유회사 설립 준비위원회 상임대표.
 이태복 국민석유회사 설립 준비위원회 상임대표.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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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20% 싼 기름을 공급하겠다고 나선 국민석유회사에 대한 시장 반응이 심상치 않다. 간단한 취지 설명만으로 20일 만에 인터넷으로 자본금 273억 원이 걷혔다.

국민석유회사는 정유 4사의 독과점 구조인 지금의 정유시장을 경쟁구도로 바꾸겠다는 목표로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정유 4사들이 쓰는 비싼 중동산 중질유 대신 질 좋고 저렴한 시베리아산 원유를 사용해서 소비자 가격을 20% 낮추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보다 자세한 얘기를 듣기 위해 지난 9일 서울 신도림에 위치한 국민석유회사 사무실을 찾았다. 이태복 국민석유회사 설립 준비위원회 상임대표는 "초기 폭발적인 호응에 이어 최근에는 매일 7억~10억씩 꾸준하게 자본금이 모이고 있다"며 "높은 유가가 만든 한국 사회의 고통들이 국민석유회사에 대한 호응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상임대표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준비위원회 출범 이후 있었던 사업 현실성 논란 등 국민석유 관련한 비판에 대해 반박했다. 원유 도입가와 정제과정 비용, 운송비 등 원가를 낮춰서 석유 가격 20% 인하에 이르는 과정도 이전보다는 자세하게 밝혔다.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자본금이 걷히면서 사업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이 상임대표는 "당초 연말까지로 예상했던 주식 약정금 1차 목표액 500억 원은 8월 중으로 모일 것 같다"면서 "자본금을 더 확충할 경우 원래 목표였던 하루 10만 배럴이 아니라 30만 배럴을 공급할 수 있는 정제시설을 만드는 식으로 사업이 진행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석유 하루 소비양은 240만 배럴이다.

정유회사 설립에 필요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 상임대표는 "경영 자문을 위한 '경영위원회'와 석유 정제시설 관련 기술 전반을 검토하는 '기술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석유회사와 관련 중소기업의 고용 규모는 5000명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일자리의 40%는 일찍 퇴직한 40~50대 인원으로 채울 예정이다.

국민석유회사 설립 준비위원회는 전국 주요도시에 1000명 이상의 준비위원 조직을 만드는 한편, 약정 1차 목표액인 500억 원이 모이는 대로 정부에 국민석유회사에 대한 정책적 지원 의사를 타진할 계획이다. 회사 설립은 정부 지원 의사가 확인되면 주식시장에서 자본금 납입을 받으면서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전국 준비위원회에는 이윤구 전 적십자 총재, 김재실 전 산은캐피탈 회장, 윤종웅 전 하이트맥주 CEO, 이팔호 전 경찰청장, 안경률 전 새누리당 사무총장, 추미애·이인영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설훈·민병두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사진작가 조세현, 윤준하 환경운동연합 고문, 이부영 한국교육복지포럼 상임대표 등 사회 각계 인사 2000여 명이 참여했다.

다음은 이 상임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원유 도입가, 정제비용, 운송비 낮춰서 석유가격 20% 내릴 것"

- 국민석유 회사를 만들겠다고 한 지 19일 만에 주식 청약금이 273억(인터뷰 당시 수치)이 걷혔다.
"최근에는 매일 7억~10억씩 들어오고 있다. 고유가가 만든 한국 사회의 고통들이 국민석유회사에 대한 호응으로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은 석유 가격 관련해서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몇십 원 싼 곳 찾아가는 게 고작이다. 4대 정유 대기업들이 자기 주머니 채울 생각만 하다 보니 그 피해를 소비자들이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기름 값 관련해서는 정부도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들었지만 변한 게 없다. 나도 청와대에 있어봤던 사람이니까 아는데 나는 TF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대통령을 기만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기름 값 내리라고 만든 TF에서 결국에는 정유사에게 유리한 정책들만 나오지 않았나."

- 석유 가격을 20% 내리겠다는 공약(?)이 파격적이다.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들도 많다. 정말 가능한가?
"우리가 처음 얘기를 꺼낸 후에 경제신문 같은 데서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들을 했다. 우리에게 구체적인 방법을 말하라는데 정유회사 홈페이지 같은 데 가 봐도 자사 홍보기사나 대차대조표 빼고는 공개한 게 없다. 굳이 그 방법을 우리가 공개해야 할 이유가 없는 거다. 지금은 또 시장 반응이 좋으니까 비판도 쑥 들어갔다. 대략적으로 밝히자면 원유 도입가를 낮추고 정제과정 비용을 낮추고 운송비를 낮춰서 석유 가격 20%를 내리겠다는 거다. 또 대주주가 없는 국민기업이고 사회적기업이니까 대주주 몫으로 갈 이익도 기름 값을 내리는데 사용되게 된다."

-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원유시장은 구매 루트가 다양하다. 구매 방법과 원산지에 따라 비슷한 시점에도 보통 5%에서 10%, 스팟(현물거래) 물량의 경우 많게는 20%까지 가격 차이가 난다. 얼마 전에는 나이지리아 산 원유가 시장가보다 20% 낮은 가격에 나오기도 했다. 국내 4대 정유사들은 대부분 값비싼 중동산 원유를 쓴다. SK같은 경우는 공급선에서 융통성이 좀 있긴 하지만 마찬가지다.

이들이 중동산 원유를 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대주주가 중동 석유회사이기 때문이다. S오일 대주주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ARAMCO)다. GS칼텍스는 미국의 메이저 정유사인 쉐브론 그룹이 50대 50으로 합작한 회사라 그쪽 이해관계가 반영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중동 원유시장에서는 아시아 국가들에게 배럴당 2달러 상당의 프리미엄을 이유 없이 더 붙인다. 한국에서는 이 프리미엄을 일년에 20억 달러 가까이 추가 부담하고 있다. 비싸다는 얘기다."

- 국민석유회사는 중동산이 아닌, 다른 원유를 쓰나.
우리가 들여올려고 하는 캐나다나 시베리아산 원유는 일단 가격이 중동유에 비해 싸다. 그리고 특히 시베리아 같은 경우는 운송시간과 비용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인근 송유관에서 나오는 시베리아 산 원유를 실어오면 한국까지 38시간이 걸리는 반면 중동에서는 38일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수송비가 대폭 절감된다. 캐나다나 시베리아산 원유는 유황이 적게 함유되어 정제하는 과정에서도 탈황비용을 아낄 수 있다. 특히 한국의 4대 정유사들은 자기 계열사에서 나오는 비싼 촉매를 쓰지만 그보다 30~40% 싼 촉매를 쓰고도 얼마든지 좋은 품질의 석유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우리 판단이다. 이미 국내 중소기업들이 이런 촉매제를 개발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 역시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국민석유회사의 7월 10일자 주식 약정현황. 293억 4173만 원이 모였다.
 국민석유회사의 7월 10일자 주식 약정현황. 293억 4173만 원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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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자문 그룹인 '기술위원회', '경영위원회' 가동 중"

- 정유시설 건설 등 기술적인 부분의 검토도 마쳤나.
"자체적으로 기술적인 자문과 문제 해결을 맡은 기술위원회가 있다. 마찬가지로 경영적인 영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경영위원회도 두고 있다. 기술위원회는 기본적인 정유시설 설계와 부속시설 설계, 운용 등을 검토하는 기구로 업계 전문가 7~8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석유 정제시설에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하지만 기술위원회 검토에 따르면 정제시설 건설비의 50% 정도는 거품이라고 하더라."

- 어떤 인사들이 기술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나.
"한국에서는 4대 정유사의 입김이 워낙 세고 각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기술위원회나 경영위원회 참여 인사가 누구인지 밝힐 수는 없다. 모두 자원 봉사하고 있다. 나를 포함해 대부분 자원봉사 인력이다. 이 일을 하면서 선의가 모여서 놀라운 일들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느낀다. 다양한 분야로부터 선의가 결집 되서 한국사회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셈이다. 지금 있는 국민석유회사 홈페이지도 재능기부로 만들어진 것이고 종이로 만든 홍보자료도 디자인, 인쇄, 종이 모두 기부자들의 도움으로 만들고 있다. 석유 정제 플랜트 설계를 재능기부 하고 싶다는 분도 있다."

- 국민 주식청약으로 자본금 1000억 원을 만들고 매일 5만~10만 배럴의 정제유를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갗추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이라고 보나.
"일단 올 연말까지로 잡았던 500억 약정은 8월 중 끝날 것 같다. 지금 내부에서 약정 금액을 늘려서 자본금을 더 확충하고 갈지 말지를 논의하고 있다. 1000억으로 시작하려고 했던 자본금을 2000억까지 모아보자는 의견이 많다. 자본금을 더 확충할 경우 하루 10만 배럴이 아니라 30만 배럴 수준의 정제시설을 만드는 식으로 갈 수도 있다.

- 1000억으로 정유회사를 만들 수 있겠냐는 지적들이 많다.
"SK도 3만 5000배럴짜리 정제시설로 처음 시작했고 LG 같은 경우는 6만 5000배럴로 시작했다. 정부의 정책자금을 얻어서 오늘날의 거대 석유회사가 된 것이다. 국민석유회사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회사니만큼 낮은 이자로 정부에서 정책자금을 대출받는 것이 목표다."

이태복 국민석유회사 설립 준비위원회 상임대표. 이 대표 등 뒤로는 시베리아산 원유의 수송거리 이점이 표시된 동아시아 지도가 보인다.
 이태복 국민석유회사 설립 준비위원회 상임대표. 이 대표 등 뒤로는 시베리아산 원유의 수송거리 이점이 표시된 동아시아 지도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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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명 신규채용 예정... 회사 설립은 정부 지원의사 밝힐 때"

- 5000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원유를 정제하면 휘발유나 경유 말고도 다양한 석유제품들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국민석유회사가 만들어지면 화학 산업에서 수십 개의 중소기업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일자리는 여기서 창출된다. 우선 사회에서 열심히 일할 창창한 나이에 회사에서 쫓겨나 있는 40~50대 인원으로 40%를 고용하고 나머지는 청년들을 고용할 생각이다."

- 6월 말부터 지역을 순회하며 홍보하고 있다. 반응이 어떤가.
"6월 28일 대전, 7월 3일 광주, 4일 전남을 다녀왔다. 광주, 전남 같은 경우는 준비위원으로 참여한 분들이 1000명이 넘는다. 참고로 우리 주식은 1주에 만 원인데, 100주 이상 사면 준비위원이 된다. 12일에는 부산에 간다."

- 언론에서는 상대적으로 반응이 덜하다.
"나는 '언론봉쇄'라고 표현하고 싶다. 일부 언론을 빼놓고는 아예 언급을 안 하고 있다. 한 언론은 취재해 놓고 20일이 지나도록 보도하지 않고 있다. 물론 정유회사들이 언론사들의 주 광고주들이니까 그런 건 이해를 한다."

- 앞으로의 계획은?
"잠정적인 목표는 지역 거점마다 준비위원 1000명 이상씩을 만드는 것이다. 농업경제연구원 연구자료에 따르면 현재 쌀값의 45%가 기름이라고 하더라. 이걸 20% 싸게 공급할 수 있다면 국민경제 전체적인 측면에서 비용절감 효과가 일어난다. 앞으로도 전국 주요도시를 다니면서 국민석유회사의 출발을 알리고 불가능한 현실이 아니라 충분히 우리가 함께 만들어낼 수 있는 미래라고 설득할 예정이다. "

- 본격적인 회사 설립은 언제 되나?
"일단 1차 목표인 500억 원 약정을 달성하면 정식으로 책임 있는 정부 당국자들과 접촉을 가질 생각이다. 그리고 정부에서 국민석유를 지원하겠다는 의사가 확인되면 본격적으로 자본금 납입을 받고 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자본금 납입은 주식을 약정한 주주들이 우선권을 받는다. 지분율 제한을 둬서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게 만들 것이다.

회사가 설립되면 '착한기름(가제)'같은 독자적인 브랜드를 만들거나 필요하다면 주유소를 세울 계획도 있다. 현재 시중 유통과정의 80~90%를 4대 정유사가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을 약정한 주주들에게는 국민석유회사 기름을 살 수 있는 우선권을 줄 예정이다."

- 왜 정부 지원 의사가 확인되어야 회사 설립을 시작하나?
"안정성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일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있으면 안 되니까. 정부가 인정하는 모양새가 나오고 정책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대선 후보들도 지지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혹시라도 정치적인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해당 후보가 누군지는 자세히 밝히기 어렵다. 현재 전국에서 고르게 주식 청약이 들어오고 있는데 이런 순수한 움직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태그:#국민석유회사, #이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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