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일제고사 치르는 초등학생들(자료사진).
일제고사 치르는 초등학생들(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충남 아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제고사를 앞두고 학생들의 실력향상을 위해 '모의고사 점수에 따라 귀족-평민-노예로 등급을 나누고, '노예' 등급인 학생에게는 하급생 교실에 가서 '나는 수학을 못하는 노예입니다'라고 외치라고 하는 일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 학교에서는 학업성적 향상을 위해 학생들의 발바닥을 때리는 체벌을 했고, 심하게는 90대까지 맞은 학생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점수에 따라 귀족-평민-노예로... 한 문제 틀릴 때 발바닥 1대 때리기도

지난 26일 치러진 일제고사를 앞두고 아산의 A초등학교의 6학년 담임 B교사는 일제고사 대비 시험문제를 풀면서 자기반 학생들을 모의고사 점수에 따라 '귀족'-'평민'-'노예' 등의 등급을 나누어 학생들끼리 부르도록 했다.

또한 이 교사는 저학년 수학문제를 틀린 한 학생에게 저학년 교실에 가서 '나는 수학을 못하는 노예입니다'라고 외치게 한 뒤 그 반 담임의 확인도장을 받아오게 시켰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 학교 영어교과 전담교사는 학생들이 모의고사 시험문제에서 1개 틀렸을 경우 발바닥을 1대씩 때렸다. 이게 누적되어 최대 90대까지 체벌을 당한 학생이 나타나기도 했다는 것.

이러한 사실은 어느 날 아이들이 양말을 두 겹으로 신고 가는 것을 보고 학부모가 추궁한 결과 밝혀졌고 학부모들이 학교로 찾아가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전교조충남지부는 28일 성명을 내고 "일제고사로 인한 학생체벌과 인권유린이 도를 넘고 있다"며 "김종성 충남교육감은 공개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충남지부는 성명에서 "이번 사태는 어떠한 변명을 하더라도 납득할 만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며 "성적으로 아이들의 신분을 귀족과 노예로 나누고, 일제고사 준비가 제대도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해진 지속적인 체벌은 학생들에 대한 인권유린이자 폭력"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이번 사태의 본질은 특별한 학교의 사례이거나 교사의 우발적 행동이 아니"라면서 "이번 일의 이면에는 일제고사로 대표되는 충남교육청과 정부의 무한경쟁 교육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는 물론, 체벌 현장에 있었던 아이들과 노예 취급으로 인권을 유린당했던 아이들이 받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며 "더불어 일제고사로 말미암은 교육과정의 파행은 없다고 했던 충남도교육청 김종성 교육감과 아산교육지원청 김광희 교육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공개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아산교육청 "비교육적인 일...재발하지 않도록 주의촉구서 발부"

이에 아산교육청 관계자는 "현장에 가서 확인한 결과 알려진 내용이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며 "다만, 학생들의 신분을 나눈 것은 교사가 더 재미있게 수업을 하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상의하다가 온라인 게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도입한 것으로 강압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저학년 학급에 가서 '나는 수학을 못하는 노예입니다'라고 외치게 한 것은 맞지만 저학년 학생들은 없고 교사만 있는 상태였다"며 "이런 일이 모두 비교육적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어교사의 체벌도 학생들과 합의를 통해 결정한 것이었고, 매의 강도도 매우 약한 것으로 심각한 상처를 입거나 부상을 당한 학생은 없었다"며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당 교사와 학교장에게 '주의 촉구서'를 발부했다"고 밝혔다.

이 학교 교장도 "항의한 학부모들도 해당 교사들의 전보 등은 원치 않는 등 원만하게 일을 마무리 지었다"며 "열정을 가지고 더 잘 해보고자 했던 일이 이렇게 되어 모두가 마음아파하고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제고사#충남교육청#아산교육지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