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정치(政治)는 정치(正治)'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스리는 것은 올바름에 기초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여기에 덧붙여 '정치(政治)는 정치(淨治)'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정치는 누가 보던 깨끗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치를 조금이라도 깨닫는다면 우리의 정치 발전이 이렇게 더디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른 것에 비해 정치 발전이 지지부진(遲遲不進)한 것은 정치인 각자의 낮은 자질에 기인하는 바가 큽니다.

요즘 세상을 어지럽게 만드는 종북 논란도 따지고 보면 정치인의 낮은 자질에서 출발합니다. '종북(從北)'은 북한을 무조건 추종하는 것을 뜻하는 말 같은데, 과연 지금 새누리당과 수구 언론에서 거품 품고 주장하는 것처럼 북한 정권을 무조건 따르는 종북주의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저는 의구심을 갖습니다. 아니 제 개인 생각으로는 남한의 체제를 부정하고 북한을 따르려고 하는 종북주의자는 우리 주위에 거의 없다고 봐도 좋습니다. 따라서 이 문제는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상이 통제되고 언로(言路)가 막혀 있던 과거 군사 독재 시절에는 우리와 다른 체제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다가가던 때가 분명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21세기 정보화 시대입니다. 모든 것이 개방되어 있는 시대, 심지어 개인의 신상 문제까지 인터넷 검색으로 다 드러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정권을 무조건 추종하는 세력 내지 사람이 있다고 의심하는 것은 지극히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고 구조입니다. 더욱이 극히 지엽적이고 특수한 예를 가지고 일반화시키는 우를 범할 때는 예기치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절대 선(善)이 의심 받고 있는 시대입니다. 이것은 절대 악(惡)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도 될 것입니다. 철학과 심지어 종교에서까지 절대 진리, 절대자의 권위가 흔들리는 시대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이것은 북한 정권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비교우위의 측면에서 북한이 우리보다 못할지 모르지만 남한의 체제에 비해 우위에 있는 것이 전혀 없진 않을 것입니다. 그것을 한 번 찾아 우리의 삶에 적용시켜 보자는 것입니다.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보자는 거예요. 경제에서 우리보다 못하고 군사력 측면에서 우리에게 뒤진다고 해서 삶의 모든 조건이 우리 밑에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남한의 자유민주주의는 '자유'에, 그리고 북한의 인민민주주의는 '평등'에 방점을 두고 있는 체제입니다. 자유와 평등은 우위를 비교할 수 없는 각자 고유 가치를 가지고 있는 개념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자유'에 부족한 점이 없는지, 또 북한 정권은 '평등'을 어느 정도 그들의 정책에서 관철하고 있는지 등이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남한이라고 해서 절대적 우위 가치를 갖지 않으며 북한이라고 해서 모든 것이 다 남한에 뒤지지 않을 것이라는 데에서 인식이 출발합니다.

이런 점에서 요즘 여당인 새누리당 지도부 인사들의 일련의 종북 발언은 자유민주주의를 정체(政體)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득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들의 말대로라면 우리나라에 종북주의자에서 제외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이 남한보다 나은 구석이 하나도 없지는 않을 터이고, 정상적인 사고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역사는 발전하는 것이고 사람의 생각은 그것에 맞추어야 정상입니다. 민주주의가 성숙한 시대를 살면서 과거 냉전 시대의 논리에 빠져 있으면 옛사람으로 손가락질 당하기 십상입니다. 지금의 새누리당 지도부 사람들을 보면서 과거로 회귀하려는 그들의 사고 구조를 염려하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통합진보당의 당내 갈등이 국민의 의사에 부응하지 않는다고 해서 의원직 박탈까지 운위해서는 안 될 것이며, 젊은 시절 남북통일을 희원(希願)하며 북한을 방문했던 민주당 임수경 의원을 종북주의자로 몰아 의원직 제명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야말로 언어도단(言語道斷)입니다.

빈대를 잡기 위해서 초가삼간을 태워서는 안 될 것입니다. 자유민주주의는 다양성을 생명으로 하는 체제입니다. 모든 사람이 극우 논리에 사로잡혀야 하고, 북한 체제를 극렬 반대하는 것만이 애국이 아닙니다. 헌법에 의거해 뽑힌 국민의 대표 국회의원을 극우의 논리로 배격한다면 그것은 전체주의 체제의 획일주의와 다름이 없을 것입니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날아갑니다. 이 단순한 진리가 우리의 삶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그리고 한 나라의 운용(運用)에도 필요한 진리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한쪽만을 지나치게 확대 강조하는 감이 없지 않습니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보수 새누리당은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집권을 하고 싶을 것입니다. 색깔 논쟁도 그들에게는 좋은 무기로 여겨질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것을 지나치게 이용하려 들 때 역풍을 맞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국민의 의식은 많이 성숙해 있습니다. 구태의 정치 행태로는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선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민운동가 출신 박원순이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에서 승리하여 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가 되었을 때, 극우 언론과 여당인 한나라당에서 박원순 후보를 국보법 철폐에 앞장 선 '종북주의자'라고 붉은 덧칠을 했었습니다. 색깔론으로 그를 누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건 국민의 생각과 동떨어진 그들만의 생각이었습니다.

박원순은 시민운동권에서조차 온건주의자, 현실주의자로 인식되어 있던 사람이었는데, 그를 종북주의자로 몰았으니 이것을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었겠습니까. 결국 야권 단일 후보 박원순이 당당히 당선되어 극우 세력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증명해 주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국민 다수에게 배척받는 사상과 표현일 때 생명력을 잃게 됩니다. 매카시즘은 1950~1954년 미국을 휩쓴 일련의 반(反)공산주의 바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미국 위스콘신주(州) 출신의 공화당 상원의원 J.R.매카시의 이름에서 나온 말입니다. 1950년대라면 동서 냉전이 극을 향해 치달을 때입니다. 우리나라만도 6.25전쟁이 있었고, 그 여파로 남과 북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때 붉은 색은 한 사람을 불구로 만들 수도 있었고, 심지어는 죽일 수도 있는 어마어마한 색깔이었습니다. 뜻있는 사람들에게 레드 컴플렉스는 삶을 오롯이 망가뜨릴 수 있는 공포의 기제(機制)였습니다.

그와 비슷한 열풍이 삼반세기가 지난 지금 되살아난다면 그것은 역사에 대한 배반이고 사상에 대한 역린(逆鱗)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새누리당에 감히 고언(苦言)합니다. 신 매카시 바람을 거두십시오. 내가 인정받는 길은 먼저 상대를 인정하는 일입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정치에도, 나아가 남북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될 말입니다. 잘못된 생각으로 국민을 선도할 생각보다 국민의 생각을 충실히 따르는 정치를 하기 바랍니다. 그것이 바로 국민을 섬기는 정치와 연결되는 것입니다.

권위주의 시대에나 통할 법한 월권을 자제하십시오. 검증되지 않은 막연한 생각으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에게 종북이라는 꼬리표를 달아 제명시키려 든다면 이것이야말로 역사의 심판을 받을 때가 있다는 것을 경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태그:#종북주의자, #색깔논쟁, #의원 제명, #민주주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포도 향기 그윽한 김천 외곽 봉산면에서 농촌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세상과 분리된 교회가 아닌 아웃과 아픔 기쁨을 함께 하는 목회를 하려고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