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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아파트 참 많죠? 옛것도 남겨서 자연과 과거가 남아있는 서울이 되길 바랍니다."

 

아파트 단지와 빌딩으로 가득한 서울 모습은 거꾸로 뒤집어 봐도 차이가 없었다. 1995년부터 한국의 다양한 모습을 작품에 담아온 독일인 미디어 아티스트 올리버 그림은 이렇듯 개발을 명분으로 전통과 역사, 문화를 너무 쉽게 갈아엎는 '아파트 공화국' 실태를 꼬집었다.

 

27일 오후 서울에서 네 번째로 열린 '테드엑스서울(TEDxSeoul)'에선 우리가 사는 터전인 '장(場)'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이 어우러졌다. 공교롭게 이날 행사 장소는 서울의 마지막 단관 극장, 서대문아트홀(옛 화양극장)이었다.

 

문화 획일화 희생양된 단관 극장과 노인

 

서대문아트홀은 그동안 노인을 위한 '실버 영화관'으로 명맥을 유지해왔지만 대기업 관광호텔이 들어서기로 하면서 또 다시 폐관 위기에 몰렸다. 이날 모처럼 찾은 '젊은 관객'들을 맞은 건 '철거'를 알리는 붉은 경고 문구들과 '어르신의 문화를 제발 지켜주세요'라고 호소하는 대형 간판이었다.

 

지금까지 서대문아트홀을 운영해온 김은주(39) 허리우드극장 대표는 이날 테드 발표자로 직접 나서 '어르신들의 문화 공간'이 줄어드는 데 대한 안타까움을 털어놨다.

 

지난 2008년 첫 번째 폐관 위기 당시 <더티 댄싱> 상영을 계기로 '추억을 파는 극장'로 거듭난 김 대표는 "시간은 많고 갈 곳이 없는 어르신들은 마음으로 영화를 보고 위로 받고 상처를 치유한다"면서 "하루 500~1000명 관객이 이곳을 계속 찾고 있는 까닭"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복합상영관이 넘치는 요즘 누가 단관 극장을 찾을까 싶다가도 극장에서 어르신들이 소통하는 모습을 보면 이 일을 멈출 수 없었다"면서 "오늘 간판에 어르신 문화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듯이 이 문화를 끝까지 지켜가겠다"고 말해 젊은 청중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아파트 공화국' 벗어나면 '반값 월세'도 가능

 

'테드(TED)'는 IT, 문화,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 연사들이 등장해 '18분'동안 청중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세계적 행사로, 서울에서 2009년에 시작된 '테드x서울'은 올해로 네 번째다.

 

이날 행사에는 뮤지션 '다이나믹 듀오' 최자와 개코의 노래와 인생 이야기를 시작으로, 테드를 본 따 강연과 공연, 생태여행을 결합한 제주 투어 프로젝트를 만든 고건혁 붕가붕가레코드 대표, 가상 의상 제작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오승우 클로버추얼패션 대표, 목재 재활용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안연정 문화로놀이짱 대표 등 연사 10여 명이 6시간에 걸쳐 400여 청중들과 아이디어를 나눴다.

 

"영감은 지역에서 얻되 고립되지 않고 전 세계와 소통하는 게 내가 생각하는 세계화다."

 

'테드x서울' 1회에 이어 두 번째로 연단에 선 건축가 황두진씨는 앞서 올리버 그림과 마찬가지로, 획일적인 동질성만 요구하는 '세계화' 흐름 속에서 지역의 문화적 다양성을 강조했다.

 

단관 극장의 퇴장이 젊은이 중심의 획일화된 문화에 밀려난 노인들을 상징하듯, 아파트 공화국이란 공간적 획일화는 하우스 푸어를 양산하는데 그치지 않고 많은 젊은이들에게 '내집마련'의 굴레에 가두고 있다.  

 

디자이너 이재준씨는 "주거권을 지키는 기본 조건인 집이 팔리는 상품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되면서 아파트가 최고 가치를 지니게 됐다"면서 "정부나 자본이 집을 생산하면 수요자들이 집을 사용하는 개념으로 바꿔야 한다"며 '공정주거'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당장 대학생 주택협동조합이나 주거자산연합을 만들어 기존 다세대 다가구 주택을 '공동구매'해 재건축하면 '반값 월세'도 가능하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보다 건축 기간도 6년에서 1년으로 줄어들 뿐 아니라 획일성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태그:#테드엑스서울, #테드, #서대문아트홀, #실버영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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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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