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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탈라가 불타고 있어요!!"

26일 밤(현지시각)에서 27일 자정으로 마악 넘어가던 즈음이었다. 귀가하던 아들 라싣은 도로를 가득 메운 십여 대의 소방차와 검붉게 타오르는 화재현장을 목격했다. 화탈라는 우리 동네에 있는 4층짜리대형 슈퍼마켓몰이다. 위치가 좋고 주차하기 편하며 주식회사였기에 다른 대형몰보다 가격면에서도 경쟁력이 있었다. 인근 카이로 스타디움을 넘어 멀리  나스르씨티에서까지도 그 유명세를 떨칠만큼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던 곳이다.

카이로 전체를 통틀어 이 지역의 풍요도와 주민의 생활수준으로볼때 화탈라는 떠오르는 부르조아의 상징이나 다름없었다. 연 10%를 넘어서는 실업률에 연일 소요가 끊이지 않는 사회적 불안정 속에서 화탈라의 질주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간 무수한 고객들을 빼앗김으로 인해 인근 상인들이 입은 피해도 적지 않았슴은 물론이다.그런것이야 어찌되었든 현주민인 우리는 화재소식을 들었을때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 굴렀고, 아침이 되어서야 이 화재가 시사하는 바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었다.

이집트 최고의 명문사학 중 하나인 아인샴스대학에서국방부로 나아가는 도로를 막고 시위대와 군이 충돌하여 300여 명의 사상자가 난 것이 불과 3주 전의 일이다. 한달 전에는 원래 국영기업이었다가 외자본인 프랑스에 팔려간 오마르 아휀디 쇼핑센터가 전소되는 사건이 있었다.

국방부는 카이로의 북쪽을 차지하고 있는 헬리오폴리스 지역의 관문이나 다름없는 장소에 위치하고 있다. 이 국방부를 기점으로 하여 헬리오폴리스는 하나의 군사요새와도 같다. 대통령궁을 비롯하여 육공군본부와 군사병원, 군사대학 등이 거의 모두 포진해있다. 타흐리르의 혁명가들이 북진하여 인근 아바씨야를 지나 국방부까지 전진한 것도, 그 국방부를 비껴서 인근의 화탈라빌딩을 전소시킨 것도 모두가 같은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 하나 하나로는 아무런 힘도 지니지 못한 민초들의 저항, 감히 군사요새의 심장부를 공격한 용기, 나아가 다가올 대선의 결과에 결코 안심하지 말라는 경고다.

온 이집트가 열광한 대통령 선거

지난 5월 23일 24일 양일간 치러졌던 이집트의 대통령 선거는 많은 것들을 증명해 주었다. 말하자면 혁명 이후 이집트의 현주소를 번지 통 반 호수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전 국민의 40%인 5100만 만 명이 투표에 참가하였다. 문맹률이 40%를 넘어서는 이집트에서 이러한 투표율이 나왔다는 것은 만 18세에 달하고 글을 아는 사람은 거의 모두 투표권을 행사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역사상 최초의 대통령선거.

독재를 청산하는 민주주의의 초석. 40%의 투표율은 내 손으로 대통령을 뽑고자하는 이집트 국민들의 열망이 얼마나 간절한지를 나타내어주는 숫자였다.

일단은 현존 이집트 최대의 정당인 무슬림형제단의 모하메드 무르시가 26%를, 그리고 전정권의 마지막 총리였던 아하멧 사휘크가 23%를 획득하였다. 그간 이집트의 여론과 인지도에 비추어 이들은 '의외로 선전한 인물들'임이 틀림없다. 이번 대선 결과를 두고 이집트의 안팎은 다시 한 번 끓어오르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이집트 경선레이스에서 십여 명의 대선 후보들이 난립한 가운데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이들은 선두주자 너댓 명뿐이었다. 그들 중 애초에 무슬림형제단에서 강력한 대선주자로 내보냈던 후보와 살라휘당의 후보가 자격미달이 드러나 경선의 대열에서 탈락했다.이들에게 희망을 걸었던 지지자들은 이에 반발하여 국방부로 진격하였고 이른바 '카이로충돌(Cairo Clash)'이 일어난 것이다.(2012년 5월 9일)

애초에 경선레이스에서 가장 눈에 띄게 선두자리를 꿰찬 이들은 전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이었던 암로 무사와, 무슬림형제단에서 나온 무소속의 압둘 화토, 그리고 아하멧 사휘크 전총리 세 사람이었다. 이들 중 특히 압둘 화토와 암로 무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순위를 다투었다.

이들 세 사람 다음으로 함딘 사바히라는 인물이 있다.그는 재불 이집트인들의 선호도에서만 1위를 했을뿐 각종 순위에서 여타 후보들에 밀리는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무슬림 형제단에서는 모하메드 무르시를 후보로 다시 내세웠으나 무르시는 당 내에서도'카리스마가 없다'는 혹평을 받았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한 번 몰입한 일에는 대단한 집중력을 지니고 밀어부친다'는 평가 또한 받고 있다.

이런 와중이었으므로 선거결과 1위를 한 후보가 암로 무사도 압둘 화토도 아닌 무슬림형제단의고집스런 전직엔지니어 모하메드 무르시가  되고보니 이집트 국내는 물론 서방에서도 앞으로의 이집트를 진단하는데에 애를 먹기 시작한 것이다.게다가 2위 득표자는 구정권의 총리였던 아하맏 사휘크다. 선거결과를 본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개탄했다.

"우리는 애초에 혁명을 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혁명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무슬림형제단의 모하메드 무르시는 '(대통령이 되면) 이슬람법인샤리아에 따라 통치할 것'을 천명하여 서방은 물론이고 국내의 콥틱교도와 외국인 외국자본의 막대한 우려를 초래한바 있다. 아하맏 사휘크 총리는 일단 '구시대로 돌아간다'는 이미지가 너무나 강한 인물이었다. 때문에 이번 이집트 경선결과를 두고 서방의 언론이 "최악의 선택"이라고 표현하고있는 것이다.

무르시와 사휘크, 그리고 소수의 추종자로 기특하게 고군분투한 함딘 사바히 모두 과반수를 득표하지 못하였으므로 오는6월16일 17일로 예정되어 있는2차 결선을 대비해야한다. 십 여 명 후보의 추종자로서 갈리었던 국민들은 이 세후보 중에서 결정을 내려야하지만, 아직도 기회를 놓친 암로 무사나 압둘 화토가 아니면 투표하지 않겠다는 이들도있고, 선거비리부터 파헤쳐야한다고 주장하는 이들, 누가 되든지 투표하지않겠다는 이들까지도 등장했다.

무슬림형제단은 군사정부를, 군사정부는 무슬림형제단을 서로 두려워하고 있다.

이 말은 결코 우스개소리가 아니다. 이집트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고 짐작하고 있는 사실이다.전정권의 탄압을 가장 가혹하게 받고도 살아남은 무슬림형제단에서 모하메드 무르시가, 차기정권하에서는 결코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위기의 기성세대들로부터 아하맏 사휘크 전총리가 이집트 대선의 마지막 주자가 되었다.이전보다 혹독한 레이스가 시작되었고, 소요의 조짐은 이미 나타났다.그리고 나는 무사히 여기 버텨서 끝까지 지켜볼 참이다. 신이 이집트를 구하시는 것을.

덧붙이는 글 | 위 기사는 <마담 아미라의 이집트여행> 네이버카페에도 동시에 실립니다.



#이집트대선#카이로오딧세이#좌충우돌이집트정착기#서주#왕과당나귀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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