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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간단한 수술 때문에 병원에 입원한 지인이 병문안을 오라며 병원 이름을 알려준다. 그런데 글쎄, 병원 이름이 '안 아파 병원'(?)이란다.

"뭐, 안 아파 병원? 지금 장난해?"
"아, 진짜로 안 아파 병원이라니까 그러네…."

전화상이라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닌가 하고 몇 번을 되물었지만 역시 '안아파병원'이란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실제로 '아나파병원'이다. '안 아파'를 소리 나는 발음 그대로 '아나파'라고 바꾼 원장의 기발한 작명 센스에 그저 감탄할 따름이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건 지인이 수술을 했는데도 정말 하나도 안 아프더란다. 기가 막힌 병원 이름 아닌가? '아나파병원'. 원장의 네이밍 기법(?)이 다소 어색하고 우스꽝스럽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으리라.

처방전에 "자하자 2일분 2정, 세지그라 10정…" 쓰는 날 오겠네 

국내제약회사가 출시한다고 발표한 비아그라 복제약인 발기부전치료제의  이름들이다.
 국내제약회사가 출시한다고 발표한 비아그라 복제약인 발기부전치료제의 이름들이다.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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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알려진 제약회사들이 비아그라 복제약 이름을 짓는 데 보이기 있는 저질 싸구려 작명 센스보다는 어쨌거나 한 수 위임에는 틀림없다.

이달 중 발기부전치료제인 비아그라의 물질특허 만료를 앞두고 국내 제약사들이 앞다퉈 복제약 출시 준비에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지금까지 CJ제일제당, 제일약품, 삼아제약, 삼진제약, 코오롱제약, 근화제약, 건일제약, 한국유니온제약 등 8개사가 분말 형태의 '세립제'를 포함 총 15개 품목의 비아그라 제네릭(신약의 특허기간이 만료되어 동일성분으로 다른 회사에서 생산하는 약)의 허가를 받았다.

남성들의 폭발적인 수요가 불 보듯 뻔한 일이니 제약회사들이 어디 가만 있겠는가? 추가로 20여 개사가 비아그라 제네릭 개발에 착수, 올해 제약시장은 그야말로 '비아그라 대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그런데, 제약회사들이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발기부전치료제 복제약의 이름을 보니 작명 센스가 참 유치하다 못해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소비자를 사로잡겠다는 제약사의 당찬 포부가 눈물겹기까지 하다.

'스그라', '오르거라', '자하자', '누리그라', '프리야', '오르맥스', '세지그라', '바로그라'….

인터넷 유머가 아니라 실제로 시판을 준비하고 있는 약의 이름들이다. 이러다가 국어사전을 뒤져서 가장 노골적이고 다중적 의미를 가진 음담패설은 모두 제품명으로 오를 기세다. 독창적이고 인상적인 상품명을 내세웠다면서 '느끼그라', '오래가그라', '또하그라'는 왜 없는지 모르겠다. 의사의 처방전에 "자하자 2일분 2정, 세지그라 10정…"이라는 처방이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다.

정말로 이런 이름으로 시판될 경우 자칫 '정력제'로 둔갑해 성기능 강화제 등으로 오·남용될 우려는 없는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는가? 꼭 그 이름밖에 없던가?


태그:#아나파병원, #발기부전치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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