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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리고 비 조금...꽃에서 꽃으로 릴레이 하듯 피고 지고 피고 지는...
이 좋은 계절에 금정산성 길 따라 ...
▲ 금정산... 흐리고 비 조금...꽃에서 꽃으로 릴레이 하듯 피고 지고 피고 지는... 이 좋은 계절에 금정산성 길 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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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 걷다...
▲ 금정산성 길... 따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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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여왕, 신록의 계절이라고 흔히들 명명하는 달, 5월이다. 4월은 꽃 멀미를 할 정도로 앞 다투어 꽃이 피고지고 피고 지고 꽃 멀미 속에서 지나갔다. 잎의 계절, 싱그러운 신록으로 산천을 물들여가는 5월 초하루(1일) 날. 날씨는 꾸물꾸물 비라도 올 것 같은 하늘 표정이지만, 모처럼 얻은 남편의 휴가(?)인데 그냥 집에 있기엔 좀 그렇다. 먼 산까지 갈 순 없다 해도 지척에 있는 금정산이라도 만나고 와야 하지 않겠나 싶어 길을 나섰다. 버스를 몇 번 갈아타고 동문입구에서 내렸다.

금방 비라도 쏟아질 것처럼 흐린 날인데도 금정산은 사람들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동문 주변에는 철쭉꽃이 환하게 피어있는 풀밭에 아이들이 모여앉아서 노래를 부르고 게임을 한다. 매화꽃, 목련, 개나리, 벚꽃, 개나리 앞 다투어 피고 지더니 철쭉꽃이 뒤를 이었나보다. 동문을 지나 산성 길 따라 걸어서 북문까지 가서 곧장 계곡 길을 따라 범어사로 하산할 생각이다.

대지의 숨소리 들으며 낮게 핀 야생화...
▲ 금정산... 대지의 숨소리 들으며 낮게 핀 야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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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정해진 산 목적지가 없을 때, 우린 자주 금정산을 찾는다. 짧게는 범어사에서 고당봉으로, 혹은 장군봉으로 가기도 하지만 동문에서 북문 북문에서 동문까지 이어지는 산성 길걷는 것을 특히 좋아한다. 금정산성은 우리나라 성들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 길이가 1만7377m에 성내 면적 2512천 평, 성벽 높이는 1.5~3m 가량 된다. 금정산성이 처음 축조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고대로부터 왜구의 침입이 잦았다는 역사적 사실과 출토유물 등으로 신라 때 이미 성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만 할 뿐이다.

초록 비라도 내리는 것 같은 숲속 길 걷는 것도 좋지만, 산성 길 걷는 즐거움은 무엇보다도 사방이 툭툭 트여 있어 가슴이 후련해지는 데 있다. 사방으로 뻗어있는 크고 작은 금정산 길이 또렷이 보이고 그 길 위에 있는 산사람들 모습도 보이는 길 위에서 고당봉을 마주보며 걷는다. 산성 길을 걷다가 마주보는 길도 왔던 길 돌아본 길도 멋지다. 앞태도 뒤태도 고운님과 같다. 머리 위엔 하늘, 눈을 들어 바라보는 곳마다 먼 산과 가까운 산이 어깨동무를 한 듯 굽이굽이 펼쳐져 있고 도시와 강과 산 빛이 어우러져 한 눈에 들어온다.

바위 틈에서 꽃을 피우고...
▲ 금정산에서... 바위 틈에서 꽃을 피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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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틈에 꽃을 피우고...
▲ 금정산... 바위 틈에 꽃을 피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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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숲길을 지나 약수터 앞에서 산성 길로 접어들었다. 한적하고 좁은 길 따라 걷노라면 해동수원지와 부산 시내 광안대교와 먼 바다도 조망된다. 가을이면 장관을 이룰 억새 길에 철쭉꽃이 예서제서 반긴다. 꽃길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분홍빛 철쭉꽃 길 아래 풀숲 낮은 자리에 핀 야생화들에 발목이 잡힌다. 이름도 잘 모르는 들꽃이 지천이다.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자주 걸음을 멈추고 여릿여릿하면서도 어여쁜 꽃들을 어루만지듯 바라본다.

길 양쪽에 도열해 있는 철쭉꽃들 사이사이, 나무둥치 밑이나 풀밭에 대지와 바짝 붙어 핀 제비꽃도 보이고 창포꽃을 닮은 것 같고 제비꽃 같기도 한 보랏빛 꽃 노랑꽃 여기저기 피어있다. 내 발걸음은 자꾸자꾸 야생화들 앞에서 자주 멈추어 선다. 사람이 사람을 낯가림을 하기도 하지만, 꽃은 낯가림하지 않는다. 꽃은 마음 문을 저절로 열게 만든다. 꽃빛에 취하고 꽃향기에 취한다.

비를 잠시 피했던 제3망루...바위 뒤에 숨었다...
▲ 금정산성길... 비를 잠시 피했던 제3망루...바위 뒤에 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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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 걷고 또 걷고...
▲ 금정산성 길... 따라 걷고 또 걷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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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인의 말대로 우리 마음은 '꽃에 여닫히는 자동문'이다. 그 꽃을 '들여다보는 이가 다 꽃으로 보이는 이상한 거울'이다. 어쩌자고 봄은 이토록 꽃에서 꽃으로 꽃 릴레이를 하는지. 바톤을 이어받듯 봄꽃은 피고 지고 피고 지고 또 피어 내내 꽃비를 맞게 하는지. 어쩌자고 '돌림병처럼' 꽃이 피고 또 피고 있는지. 이 한 계절 내내 산에서 들에서 내 마음 꽃향기 꽃빛에 끌린다.

동문에서 북문까지 이어지는 길 내내 피어 흐드러진 꽃들에 홀린 듯 꽃에 마음 빼앗겨 걷는다. 암벽훈련장 맞은 편, 억새능선 바위 밑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점심 도시락을 먹고 갈 생각이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수상하다. 자리를 깔고 컵라면 물을 부어 놓은 순간, 소나기가 내린다. 얼른 자리를 걷고 저만치 화강암바위들로 둘러싸인 제3망루가 있는 곳으로 달려간다. 제3망루 지붕 아래 비를 피해 앉아 도시락을 먹었다. 비옷을 꺼내 입었다. 잠깐 비가 온 뒤 하늘은 시치미를 떼고 있다.

꽃불 밝히고...
▲ 금정산... 꽃불 밝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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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길 따라 걷다...
▲ 금정산성 길... 꽃 길 따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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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꽃길이 이어진다. 철쭉꽃은 그 선연한 꽃빛으로 흐린 날에 밝음을 선사한다. 꽃을 보며 걷는 산행 길은 지치지도 않고 지루한 줄도 모르고 홀린 듯 걷는다. 멀고 가까운 산 빛은 유록빛 물결, 신록으로 점점 번져 초록의 향연을 이루고 있다. 눈을 들어보면 연녹색 빛으로 물든 산 빛, 눈을 내리뜨면 낮게 핀 야생화들과 철쭉꽃... 문득 자연은 누가 뭐래도 시나브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묵묵히 끈질기고 부지런하게 제 할 일을 하고 있는데, 나는 과연 무얼 하며 살고 있을까. 나는 내게 주어진 시간들을 제대로 살고 있을까. 새삼 부끄러워졌다.

제4망루에 다다랐다. 멀찍이 보이는 해동수원지는 잦은 봄비로 물이 한껏 불어난 것 같다. 아스라이 광안대교가 보인다. 제4망루를 지나 원효봉까지 이르는 길은 제법 경사가 지고 능선도 꽤 길게 느껴진다. 언제 걸어도 좋은 금정산성길이다. 북문 앞에 도착. 저만치 물러나 앉은 금정산의 주봉인 고당봉에는 날씨 때문인지 사람 없이 텅 빈 듯하다. 우리는 북문사거리에서 범어사로 내려간다. 잦은 봄비로 한껏 불어난 계곡 물소리가 시원하다.

...
▲ 금정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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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산행수첩
1. 일시: 2012년 5월 1일(화). 흐리고 비 조금
2. 산행기점: 동문입구
3. 산행시간 : 4시간 15분
- 진행: 동문입구(12:20)-약수터(1:00)-3망루(1:15)-식사 후 출발(1:50)-4망루(2:25)- 원효봉2:50)-북문(3:15)-범어사 (4:10)-범어사 버스정류장(4:15)



태그:#금정산성, #5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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