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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26일 플로리다주 샌포드시에서 한 흑인소년 피살사건이  일어났을 때, 이 사건이 미국의회를 상대하는 최고로 막강한 로비스트 그룹인 'ALEC'(American Legislative Exchange Council)의 실상이 폭로되는 대형사건으로 비화하리라고 예견한 사람은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

후드 달린 자켓을 입고 어두운 밤길을 배회하던 17세 고등학생인 트레이본 마틴은 무심코 동네를 지나다, 때마침 그 지역의 자원봉사 방범원으로 활동하는 죠오지 짐머만과 맞닥뜨려, 강도로 오인하여 총격을 받고 그 자리에서 사망한다. 그러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플로리다 주법에 명시된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Stand Your Ground)'법 조항에 따라 가해자를 체포도 하지 않는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분노한 지역 흑인 주민은 인종차별이라 주장하며 본격적으로 데모를 하게 되고, 전국적인 신문과 방송사에서 연일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미 전국이 양분되어 정당방위다, 아니다, 범인을 체포해야 한다는 상반된 여론으로 들끓는 지경에 이른다.

처음에는 정말로 이 소년이 강도행각을 하려다 살해된 것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했다. 차츰 사건이 확산하면서 도대체 사람을 죽이고도 체포조차 되지 않고 내버려 둘 수 있는지,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Stand Your Ground)'법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의문으로 옮겨갔다. 비로소 이 법의 내용과 법률 통과에 대한 배경이 새롭게 조명을 받게 된다.

플로리다주법으로 통과되어 시행되고 있는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Stand Your Ground)' 법은 간단히 말해서 "일반인이 상대방으로부터 신체의 위협을 느낄 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총기를 사용하여 상대방을 제압하더라도 법의 처벌을 받지 않도록 한다"고 한다. 마치 서부 개척시대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인명 손상의 매우 위험한 소지를 내포하고 있는, 총기 휴대를 옹호하는 법률이다.

현재, 그 정당성에 대해서 많은 미국인이 의문을 갖고 있음에도 여러 다른 주에서도 유사한 내용의 법이 통과하여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것은 이 법의 통과 과정이다. 이 법은 ALEC이 그 유명한 미국 최대의 보수주의 단체 '전국 총기협회, NRA(Nation Rifle Association)'와 함께 초안하여, 주 의회 의원들을 로비하여 법률로 채택시킨 많은 법안들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그럼 ALEC은 어떤 단체이기에 이토록 위험한 법안을 만든 것일까?

미 전국의 주의회 의원들 (대다수가 공화당)의 친목 단체로 출발한 ALEC은 사실상 대형 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주 의회를 타킷으로 하는 가장 강력한 로비 단체이다. 실상은 수많은 대기업의 막대한 후원금으로 운영되면서도, 표면적으로는 순수 비영리단체임을 표방하고 있다. (최대 후원 인은 극우 보수주의 기업인으로 유명한 대기업 코흐 인더스트리스(Koch Industries)의 찰스 코크(Charles Koch)다). 

자신들이 직접 초안한(스폰서 기업의 이익 극대화를 도모)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켜 주면 그에 상응하는 반대 급부를 제공하는 전형적인 로비 단체인 것이다. 그래서 의원들에게 정기적으로 지원금을 보내며, 선거 때면 상대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묵계 하에 의원들은 부도덕한 기업의 이익만을 위해서 만든 법안을 아무런 고민없이 통과시켜 버리는 비리가 여러해 동안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마침내 ALEC에 대한 국민의 비판적인 여론이 거세지기 시작하자, 빌 게이츠(Bill Gates)가 설립한 Gates & Melinda Foundation이 제일 먼저 더 이상 이 단체에 지원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이어서 Coca Cola, Pepsi Co. MacDonald, Kraft Foods, Wendy's, Intuit 같은 굵직굵직한 기업들이 잇달아 회원 탈퇴를 발표하였다. 기업 이미지를 보호하기 위해서 취한 결정이겠으나 과연 얼마나 오랜 기간 그러한 관계 단절이 지속될 지는 계속 주시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태그:#트레이본 마틴, #죠오지 짐머만, #ALEC, #NRA, #플로리다 총기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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