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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자 매수 혐의로 기소된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뒤 판결에 대해 "도저히 납득할수 없는 판결이다"며 "사실관계가 달라진 게 없는데 양형의 기계적 균형만 맞췄다"고 유감을 표하고 있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자 매수 혐의로 기소된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뒤 판결에 대해 "도저히 납득할수 없는 판결이다"며 "사실관계가 달라진 게 없는데 양형의 기계적 균형만 맞췄다"고 유감을 표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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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김동오 부장판사)는 17일 서울시교육감 선거 당시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로 사퇴한 박명기 후보에게 선거가 끝난 9개월 뒤 2억 원을 건네 후보자 매수 혐의(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 대해 벌금 3000만 원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물론 구속에 따른 교육감직 수행의 차질과 상고심에서의 방어권 보장을 고려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지만, 항소심에서 무죄를 기대했던 곽노현 교육감 측으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재판부가 벌금형을 깨고 왜 실형을 선고했는지 그 판단 내용을 면밀히 들여다봤다.(이하 존칭 생략)

무엇보다 검사는 2억 원의 대가관계와 관련해 "곽노현은 2010년 5월 19일자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에 따른 사퇴에 대한) 금전 지급 합의를 그 무렵부터 인식하고 있었고, 그 합의에 대한 이행으로 박명기에게 2억 원을 지급한 것"이라는 것이 공소장의 핵심이다.

하지만 곽노현과 박명기는 1심에서 "후보 단일화 당시 금전 지급 합의가 없었다"며 검사와 맹렬히 다퉜고, 항소심에서도 금전 지급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2억 원과 후보 사퇴 행위 사이에 대가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특히 곽노현 측 주장의 핵심은 "후보 사퇴 전에 금전 제공에 관한 합의가 없었더라도 대가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해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결은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대가관계는 박명기의 후보 사퇴행위와 그 이후에 제공된 2억 원이 급부 또는 반대급부로서의 실체를 가졌는지에 의해 결정된다"며 "이는 2억 원의 명목 여하와 상관없이 ▲ 사퇴한 후보자와 금품제공자의 관계 ▲ 사퇴한 후보자의 후보 사퇴행위로 금품제공자가 얻은 이익이 있는지 여부 ▲ 금품의 다과 ▲ 금품을 제공·수수한 시기와 경위 등 '객관적 요소'에 의해 정해진다"고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실제로 재판부는 곽노현이 2010년 5월 19일자 금전 지급 합의 내용을 파악하게 된 시점을 2010년 10월 중순으로 판단했다. 후보 단일화 당시에는 몰랐고,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금전 지급 합의에 따라 돈을 건넨 것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무죄가 아닌 실형이 선고됐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결국 이 사건에서 대가성에 관한 논의의 핵심은 박명기의 후보 사퇴행위와 그 후 곽노현이 교부한 2억 원 사이의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정리했다.

사퇴한 후보자와 금품 제공자의 관계

박명기는 "곽노현 사이에 부조가 필요한 '특수한 관계'가 성립했기 때문에 이에 기한 부조는 자신의 후보 사퇴행위와 무관하다"고 하고, 곽노현은 "박명기 사이에 있었던 금전 지급 합의와 관련한 심각한 오해가 해소된 후 화해할 수 있었고, 박명기가 처한 경제적으로 궁박한 상황에 대한 특별한 동정심과 너그러움으로 인해 부조한 것이지, 후보 사퇴에 대한 대가로 준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박명기와 곽노현은 2010년 3월 '서울시 민주진보교육감 후보 범시민 추대위원회'에서 후보 경선 방식을 논의할 때 처음 만났고 그 전에는 서로 교분이 없었던 점, 박명기는 '곽노현이 2010년 5월 19일자 금전 지급 합의를 보고받아 알면서도 약속한 2억 원을 주지 않는다'고 오해해 교육감 집무실에 찾아가 '합의 사항을 이행하라'고 항의했고, 곽노현도 '무슨 말하는 거냐'고 대꾸하면서 서로 고함을 지르는 일까지 있었던 점, 또 박명기가 곽노현에게 '위선자'라며 격렬하게 비난한 점, '곽노현이 합의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면 그냥 있지 않겠다'며 폭로 기자회견을 말하기도 하는 점 등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위 사정을 종합하면 박명기와 곽노현의 갈등 관계는 장기간에 걸쳐 심각한 상태였고, 비록 이를 불식하려는 노력이 있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금전 액수와 관련해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 못함으로써 양자 사이의 갈등 관계가 완전하게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렇듯 박명기와 곽노현 사이에 '대가 없는 선의의 부조'가 가능한 특수한 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후보 사퇴행위로 금품제공자가 얻은 이익이 있는지 여부              

박명기는 "자신의 후보 사퇴로 곽노현이 '후보 단일화'라는 정치적 이익을 얻었지만 2억 원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곽노현은 "그 당시 박명기를 지지한 유권자층이 보수 성향이어서 정작 진보진영의 후보였던 자신은 박명기의 후보 사퇴로 얻은 정치적 이익은 미미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후보 단일화 이전의 여론조사에서 보수 성향의 이원희 후보가 지지율 7.0%로 1위를, 곽노현이 지지율 6.7%로 2위를 한 반면, 단일화 이후의 여론조사에서 곽노현이 지지율 11.8%로 1위를 차지하고 이원희 후보가 지지율 8.6%를 얻는데 불과했던 점, 곽노현은 득표율 1.1%의 근소한 차이로 이원희를 누르고 당선된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곽노현은 박명기의 후보 사퇴로 언론 보도를 통해 진보진영의 단일후보로 부각됨으로써 인지도를 높여 교육감으로 당선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박명기의 후보 사퇴로 곽노현이 향유한 정치적 이익은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금품의 다과

곽노현은 "2억 원은 큰돈이기는 하나 강경선의 신앙심을 바탕으로 한 권유에 이끌려 박명기가 처한 경제적 곤궁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어렵게 결정한 금액이고, 서울시 교육감으로서 향후 직무 수행의 계속성을 담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액수였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2억 원은 사회통념상 의례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액수를 훨씬 상회하는 점, 곽노현은 '자신의 자산규모로 볼 때 2억 원은 굉장히 벅찬 금액'이라고 진술하고 있고, 실제로 2억 원 중 1억 원을 지인에게서, 5000만 원도 친척으로부터 차용하는 등 어렵게 마련했던 점 등을 들어, "2억 원은 사회통념상으로 보나, 2억 원을 마련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나, 모두 '의례성'을 벗어나 '대가성'을 인정할 만큼 큰 금액"이라고 판단했다.

금품을 제공·수수한 시기와 경위   

박명기와 곽노현은 "후보 사퇴 후 9개월이 경과된 시점에서야 비로소 금전이 제공됐고, 이러한 금전 제공도 금전 지급 합의와 무관하게 선의의 부조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어서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먼저 "비록 후보 사퇴 후 금전이 지급되기까지 9개월이나 걸렸다 하더라도, 이는 박명기와 곽노현 사이의 오해가 해소되고, 2억 원이라는 큰돈이 마련되기 위해 불가피하게 소요된 시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금품 제공·수수의 경위에 관해 재판부는 "비록 박명기와 곽노현이 금전 지급 합의의 이행으로서 2억 원을 주고받지는 않았지만, 곽노현은 후보자를 사퇴함으로써 채무초과 상태에 빠진 박명기를 도와주고 향후 자신의 교육감직을 보전하기 위해 금전을 제공했고, 박명기는 자신의 사퇴로 말미암아 곽노현이 교육감에 당선됐으니 곽노현 측에서 부채의식을 가지고 도와준다고 생각하며 2억 원을 수수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따라서 사퇴 후 최초 금전 지급 시점까지 9개월이 지났고, 금전 지급 합의의 이행으로서 2억 원을 주고받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위 돈은 여전히 박명기의 후보 사퇴행위와 대가관계에 있다"며 "그러므로 박명기와 곽노현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결했다.

곽노현의 대가성 인식 여부

곽노현은 "2010년 5월 19일자 금전 지급 합의와 무관하게 진보진영의 도의적 책무로 박명기를 도와준 것이므로 대가성의 인식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돈을 전달한 강경선도 "박명기 후보 단일화 합의와 무관하게 진보진영의 도덕적 책무로 도와주는 것이라고 하며 돈을 준 것이지,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로 2억 원을 준 것이 아니어서 대가성이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곽노현은 2010년 10월 중순경 금전 지급 합의의 존재를 알게 된 후 박명기의 오해를 불식하고자 노력했던 점, 당시 박명기의 후보 사퇴가 선거에서 자신이 교육감으로 당선될 수 있었던 주요 원인 중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었던 점, 2억 원은 사회적 통념상 대가 없이, 그것도 곽노현 자신이 아닌 '진보진영'의 도의적 책무의 이행으로써 1인이 제공하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액수이고, 곽노현도 2억 원이 굉장히 벅찬 금액이었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강경선은 2010년 12월경 박명기에게 돈을 주자고 곽노현을 설득하면서 박명기가 요구하는 금액이 비록 큰돈이지만 '선거 빚'이라는 맥락을 감안하자고 말했던 점 등을 고려해 보면, 비록 2억 원이 금전 지급 합의와 무관하다고 하더라도, 곽노현은 박명기의 후보 사퇴행위에 대한 대가로서 지급한다는 사정을 충분히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벌금 3000만 원에서 징역 1년

양형과 관련,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후보자가 사퇴하는 경우에도 그 사퇴가 명목 여하를 막론하고 사후적으로도 금품과 결부돼서는 안 됨을 선언하고 있는 공직선거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라며 "이는 후보 사퇴를 매개로 금전이 제공·수수됨으로써 후보자들 사이의 공정한 경쟁과 이를 통한 올바른 선거문화 정착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유권자의 자유로운 선거권 행사를 방해하고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해할 우려가 큰 범죄"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서울시교육감 직은 우리나라 교육의 중심지인 수도 서울에서 숭고한 교육의 이념을 현실화할 뿐만 아니라, 약 7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교육 예산을 집행하고 5만5000여 교원의 인사권을 행사하는 실로 중요한 자리로, 국가의 백년지대계를 담당하는 교육감을 뽑는 선거에 금품이나 부정이 개입돼서는 절대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물론 피고인 곽노현에게 금전 지급 합의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곽노현은 계속된 박명기의 금전 지급 요구에 응하지 않았던 점, 또 박명기를 도와주자는 강경선의 설득과 후보를 사퇴함으로써 선거비용도 보전 받지 못해 빚에 허덕이는 박명기의 딱한 사정을 고려해 돈을 지급하는 등 행위의 동기에 참작할 사정이 있는 점, 그동안 대학교수·사회운동가로서 성실하게 생활해온 점 등은 유리한 양형 조건"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숭고한 교육의 목적을 실현하고자 하는 교육감을 선출하는 선거에서 후보자를 사후적으로 매수하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인 점, 곽노현은 오랫동안 대학에서 법학을 가르쳐온 학자로서 평균인보다 월등한 법률지식과 치밀한 위법성 판단 능력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박명기가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정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측근의 만류에도 돈을 건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곽노현이 박명기에게 지급한 2억 원은 역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비추어 볼 때 실로 '거액'에 해당하는 점, 돈을 지급한 이유가 향후 법률적 정치적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후 불안요소를 제거하고 자신의 교육감직을 보전하기 위함이었던 점,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비리에 대해 교육의 염결성을 강조하며 이를 막아야 할 교육감이 오히려 자신의 안위를 위해 2억 원이나 되는 큰돈을 후보직 사퇴의 대가를 요구하는 자에게 지급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이 선고한 형량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1심 "돈을 주게 된 경위와 동기에 참작할 부분 있다"

한편, 돈을 지급한 이유와 관련,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27형사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는 박명기를 만나고 온 강경선이 "박명기가 선거비용 지출로 인한 채무 때문에 카드 돌려막기를 하는 등 극도의 경제적 곤궁 상태에 있다. 만약 박명기가 유서를 써놓고 자살을 하면 교육감직 수행에 지장이 생기므로 금전을 지급해 박명기를 도와야 한다"는 등의 말로 설득해 당초 금전지급 요구를 거부하던 곽노현 교육감이 돈을 주기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돈을 건넨 경위와 동기에 참작할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항소심 판결에서 대가성을 인정하는 판단 요소는 1심과 같다. 다만 양형요소와 관련해 항소심 재판부가 이같이 바라보는 판단기준이 1심과 달라 벌금형에서 징역 1년이 선고된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곽노현, #후보자매수, #박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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