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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은 오늘(12일, 한국시각)이 2068년 마지막 날이다. 한해를 마감하는 네팔에는 다양한 행사들이 열린다고 한다. 그러나 그 중에서 제일은 각종 기도의식이다. 네팔의 새해는 각 종족별로 다르지만 이번 새해는 정부의 공식 지정 새해로 모든 종족이 공통적으로 받아들이는 새해다.

각 종족의 의식에 따라 행해지지만 연말을 맞아 각 가정마다 하루에서 일주일씩 가정의 길흉화복을 비는 기도의식이 열렸다. 이미 한 달 전부터 시작된 기도는 각 종족의 문화적 차이에 따라 다르게 열리지만, 이방인의 눈에는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네팔의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새해 축원을 비는 다양한 디자인들이 페이스북이나 인터넷 등에 등장하고 있다.
▲ 2069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네팔의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새해 축원을 비는 다양한 디자인들이 페이스북이나 인터넷 등에 등장하고 있다.
ⓒ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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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자리(poojari)라는 신의 말을 전하는 사람에 의해 주도된다. 그는 기도를 위해 모여든 모든 사람들을 향해 축복을 빌어준다. 구릉족인 아내의 여동생(처제)의 초대로 찾아갔더니 동서되는 사람의 이웃과 친척들이 대거 몰려 있었다. 지금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어린 시절 고향 마을에 풍경 그대로다. 동네 아무개의 집에 길흉화복을 비는 굿을 하는 날이면 동네 사람과 가까운 친인척들이 모여들던 모습 그대로였다.

조금 다르다면 기도에 쓰이는 제수와 이마에 꽃을 으깨 만든 디까 의식이다. 사과나 배가 기본 제수 음식인 한국과 달리 네팔은 바나나와 오렌지 등이 많이 등장한다. 또한 쌀을 동그랗게 오려붙여 가운데 구멍이 뚫린 링도너츠 모양의 로띠가 있다는 것이다. 쌀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한국의 떡과 비교해도 될 듯하다.

기도를 주관하는 뿌자리(poojari)가 단상에 앉아 기도를 주관하고 있다.
▲ 뿌자리를 중심으로 가족기도 기도를 주관하는 뿌자리(poojari)가 단상에 앉아 기도를 주관하고 있다.
ⓒ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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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친인척들을 모두 불러 한 자리에 모인 가족들이 고인이 된 가족의 만복을 빈다. 또한 살아있는 가족의 길흉화복을 비는 것은 과거 한국의 농경 사회, 가족 중심 사회의 모습이 엿보여 정적인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오늘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이다. 저녁에는 다양한 기원의식이 행해진다고 한다. 특히 카트만두에 옛 맹주였던 네와리족들의 성스런 기도는 맹렬하다고 할 정도로 행해진다. 아침부터 열리는 기원 의식에는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오늘 아침 수업에 한 학생이 불참했다. 기도 때문이다. 세상 어디를 가도 새해를 밝히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기도하는 마음가짐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막연하게 어딘가에 기대고자 하는 마음은 모두 같다고 생각했다. 2069년 다가오는 새해 네팔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기도할까?

가족 기원의식이 있어 초대를 받았다. 그곳에서 또 다른 뿌자리로 부터 디까(지혜의 샘에 꽃을 붙여준다)의식을 받는 아내 먼주 구릉, 네팔인들은 기도 순간마다 디까의식을 거행한다.
▲ 디까 의식을 치르는 아내 가족 기원의식이 있어 초대를 받았다. 그곳에서 또 다른 뿌자리로 부터 디까(지혜의 샘에 꽃을 붙여준다)의식을 받는 아내 먼주 구릉, 네팔인들은 기도 순간마다 디까의식을 거행한다.
ⓒ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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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제(11일) 끝난 총선을 보며 조금은 절망스러운 마음을 가졌다. 내 나라의 안녕이 소수 기득권 세력에 의해 좌우될까 노심초사하는 마음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네 국민들이 언제나 희망을 향한 기도의 문을 열고 있다는 믿음도 있다. 그러니 절망은 미루고 싶다. 한 하늘 아래서 살아가는 한 함께 어깨를 걸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믿음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절망은 하지 않기로 했다. 기대를 가질 삶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에도 게재합니다.



태그:#네팔 새해, #네팔 연말, #네팔인들의 기도, #네팔 카트만두,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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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사람의 사막에서" 이후 세권의 시집, 2007년<히말라야,안나푸르나를 걷다>, 네팔어린이동화<무나마단의 하늘>, <길 위의 순례자>출간, 전도서출판 문화발전소대표, 격월간시와혁명발행인, 대자보편집위원 현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홈페이지sisarang.com, nekonews.com운영자, 전우크라이나 예빠토리야한글학교교사, 현재 네팔한국문화센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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