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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이 진보신당 선거 유세차 진입을 막기 위해 차를 둘러싸고 있다.
▲ 선거 유세차를 에워싼 경찰 경찰이 진보신당 선거 유세차 진입을 막기 위해 차를 둘러싸고 있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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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11시, 전날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쌍용차 사망 노동자 분향소를 짓밟은 경찰에 항의하는 의미로 청와대 앞 유세를 벌이려던 정진우 진보신당 비례대표 후보가 경찰을 상대로 선거유세를 벌여야 하는 이상한 선거 유세판이 벌어졌다.

청와대 진입로에서 선거유세를 벌이려던 진보신당 유세차량이 경찰에 막혀 경찰들 앞에서 선거 유세를 벌이게 된 것이다.

정진우 국회의원 후보가 선거 유세차량 진입을 막는 이유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고 잇다
▲ 해명을 요구하는 정진우 국회의원 후보 정진우 국회의원 후보가 선거 유세차량 진입을 막는 이유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고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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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후보와 진보신당 희망운동본부는 일주일 전에도 청와대 앞에서 유세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법으로 보장된 국회의원 후보의 거리연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앞이라는 이유로 피켓을 빼앗고 유세를 중단하게 하려는 등 경찰의 방해가 있었지만 유세를 끝까지 마쳤다고 한다.

9일 경찰은 아무런 설명도 없이 일반인과 관광버스의 통행이 가능한 길에서 진보신당 유세 차량을 막아섰다. 정 후보는 진입을 막는 이유를 해명하라고 요구했지만 경찰은 묵살했다. 종로선관위는 경찰이 이유 없이 유세 차량을 막는 것이 선거법에 위배된다고 하면서도 사법권이 없으니 관할 경찰서에 연락하라는 등 미온적이고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선관위의 제안에 따라 관할 경찰서인 종로경찰서에 불법을 자행하고 있는 경찰이 길을 열어주도록 부탁했지만 신고를 받고 나온 경찰은 같은 경찰인데다 소속 경찰이 아니라 해산 명령을 할 권한이 없다며 그냥 돌아갔다.

정진우 비례대표와 희망본부는 선거법과 헌법을 무시하는 유례 없는 대응 방식에 대해 오전 11시부터 스피커를 사용해 선거 유세가 가능한 밤 10시까지 12시간 동안  릴레이 토크와 연대 발언 형식의 선거유세를 진행한 후 대한문 분향소에서 쌍용차 노동자들과 연대했다.

정진우 비례대표 후보는 "대한민국 헌법과 선거법을 무시한 채 경찰을 동원, 진보신당을 탄압아고 유세차를 막은 자들과, 침묵하는 경찰과, 직무를 유기한 선관위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진우 비례대표 후보는 지난해 송경동 시인과 함께 '희망버스'를 기획했다는 죄목으로  87일간 옥살이를 했다. 진보신당 희망운동본부에는 퀵서비스 노동자, 대리운전 기사, 학원 경영자, 전직 교사, 3D 업종 비정규직 노동자 등이 참여하고 있다.

발언 중인 유명자 재능노조 지부장
▲ 유명자 재능노조 지부장 발언 중인 유명자 재능노조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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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연대 발언에 나선 유명자 학습지노조 재능지부장은 "이 자리에 선 심정을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들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4년 내내 정권과 자본의 탄압에 맞서 싸웠다. 학습지 교사도 노동자다. 노동조합을 지키겠다는 것이 4년 동안 길거리에서 살아야 하고 성희롱을 당하고 걸핏하면 경찰에 의해 유치장으로 끌려가야 할 일이냐"고 항의했다.

그는 "걸핏하면 '소싯적 어머니가 노점상을 했다', '나도 노가다를 했다'고 말하는 이명박 대통령은 단 한 번도 노동자의 자리에 함께한 적이 없다. 오히려 자본의 편에 서서 부자 배를 불렸다"고 질타했다.

유 지부장은 "여기 서 있는 사람들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가장 척박한 조건에 놓여 있는 해고노동자다. 경찰들이 '우리도 힘들다. 그만 좀 해라'라고 말한다"며 경찰들에게 "주변에 재능 해고노동자와 같은 사람이 없는지. 내 가족 생계를 유지할 일자리 달라고 외치는 노동자는 없는지 돌아보라. 살기 위해서 울부짖는 것이다. 국민의 심판을 두려워하는 경찰과 정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직 교사 출신 장혜옥 후보가 발언을 하고 있다.
▲ 장혜옥 후보 발언 해직 교사 출신 장혜옥 후보가 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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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해직교사 출신인 장혜옥 진보신당 비례대표 후보는 "노인이 송전탑을 껴안고 죽고, 쌍용차에서 스물두 번째 해고노동자의 죽음 소식이 들리는 등 죽음이 난무하는 세상이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죽음이다"라며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사회와 노동자의 현실에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장 후보는 "그것은 절망의 교육, 패배자의 교육, 폭력의 교육의 결과며 아이들이 희망 없이 유령처럼 떠도는 세상"이 되었다고 개탄했다.

장 후보는 "정치는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며 "진보신당은 작지만 노동자 민중의 아픔을 껴안고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죽음을 기억하며 한 걸음씩 나가겠다. 평범한 시민, 노동자, 유권자가 스스로 정치의 주체가 되어 정치가 무엇인지 깨달아가는 세상을 만들겠다. 죽어서 절망하는 자, 죽음으로밖에는 자기를 증명할 수 없는 이들과 함께하겠다. 더 이상 죽음과 절망이 없는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함께 떼자"고 말했다.

장 후보는 "공권력은 누구를 위해 쓰여져야 하는지 돌아보라. 공권력이 절망하는 사람을 위해 쓰여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문기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비지회장은 면담요청서를 들어 보이며 "4월 21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에서 '4차 희망텐트'가 만들어진다. 이 자리에 이명박 대통령이 참여해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현실을 직접 보고 사과하고 해고노동자의 아픔에 함께해달라는 요청이 담긴 면담요구서를 전달하려는데 누구나 할 수 있는 민원 접수마저도 거부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경찰과 민원을 담당하는 청와대 직원은 서너 시간이 지난 뒤 상복을 벗으라는 조건으로 문기주 지회장의 통행을 허락했다.

정진우 후보가 경찰 앞에서 유세를 이어가고 있다.
▲ 정진우 후보 정진우 후보가 경찰 앞에서 유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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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버스 기획자였던 정진우 후보는 "4월 21일 4차 희망텐트는 23번째 죽음만은 막자는 절박함으로 시민들과 쌍차 동지들이 집결하는 것이다. 희망버스는 누가 기획한 것이 아니다. 제2의 희망버스도 가장 고통 받고 가장 절실한 곳에서 시작해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자리가 될 것이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외롭지 않도록 4차 희망텐트 꼭 성사시킬 것이다. 23번째 죽음 막아낼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정진우 후보는 "작년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때 진행했던 72시간 정당연설회의 방식을 다시 쓰도록 하겠다. 칼라티비로 생중계되고 있다. 칼라티비 채팅창으로 의견과 격려주시면 좋겠다. 제 트위터 아이디로도 의견을 달라. 실시간으로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정 후보의 트위터와 칼라티비 채팅창에는 "정진우와 용감한 녀석들의 청와대 앞 절규", "바보들의 이야기", "이상한 선거유세" 등의 반응이 이어졌으며, 정 후보는 "바보 같은 나보다 더 어리석은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현명한 투쟁. 유명자가 승리해야만 증명될 수 있는 바보들의 이야기"라며 즐거움을 나눴다.

바보들의 현명한 투쟁에서 미래의 희망이 보인다.
▲ 정진우와 용감한 녀석들 바보들의 현명한 투쟁에서 미래의 희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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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후보는 "군소 정당을 탄압하고 선거를 방해하는 청와대 핵심 책임자를 색출해 엄중 처벌을 요구할 것이다.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만들어낸 책임자는 법적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경찰의 선거 유세 방해로 득표율 3%가 안 되어 김순자 후보가 탈락하고 정당 국고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반드시 민형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퀵서비스 노동자 김현씨는 "난생 처음 선거유세를 해본다. 보통 유세를 하면 경찰들이 지켜주던데 여기는 경찰이 막고 있다. 41 기동대, 광화문과 시청 광장에서 시민들을 막았던 기동대다. 내가 맞아봐서 기억한다. 도대체 경찰이 시민을 보호하자고 있는 건가, 높은 자리에 앉은 한 사람을 위한 경찰인가"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이어 "평생 경찰 할 것  아니다. 친구, 가족, 친척 모두가 경찰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청와대 철문 뚫고 가겠다고 말했나, 대통령 만나보겠다고 했나. 대통령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빨간색 점퍼를 입어서인가. 빨간색을 입은 새누리당은 왜 안 잡고 안 막는가. 힘없는 사람에게 강하게 나오고 힘있는 사람에게는 빌빌 기는 것이 대한민국 경찰이냐. 특권층 1%의 개가 되겠다고 선서했나, 민생치안과 중립 지키겠다고 선서한 경찰 아닌가. 경찰 될 때 선서한 초심 잊어버리고 특권층의 방패막이가 되니 좋으냐"고 질책했다.

공무원이었다가 소신껏 세상을 살아보기 위해 대리운전을 시작했다는 진보신당 당원 한기석씨는 "대리운전은 힘든 일에 비해 대가는 미미하고 대접도 받지 못한다. 하지만 직장 잘 그만뒀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보면 온통 가슴이 답답하다. 그들과 고통을 나누면서 살아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해고없는 세상을 향한 99%의 희망이 이루어지기 까지 투쟁은 계속된다
▲ 정진우와 용감한 녀석들 해고없는 세상을 향한 99%의 희망이 이루어지기 까지 투쟁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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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총선특별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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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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