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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 산골마을의 이 작은 학교로 읍내 아이들이 등교한다.
▲ 풍산초등학교 화천 산골마을의 이 작은 학교로 읍내 아이들이 등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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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학교 아이들이 읍내로 등교를 하는 경우는 흔히 있지만, 역으로 읍내 아이들이 시골학교로 등교를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경우입니다. 따라서 이번 장학금 지급 대상 학교를 이 학교로 정했습니다."

지난 6일 (사)학교녹색실천본부(이사장 이호)는 화천 풍산초등학교(교장 송병수)를 방문해 장학금을 전달했다. 내용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 4명에 대해 매월 5만 원씩 1년(12개월)간 240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22명이 전교생인 시골학교, 읍내 큰 학교로 흡수 통폐합은 불가피

풍산초등학교의 수범사례를 전해들은 (사)학교녹색실천본부에서 장학금을 전달했다.
 풍산초등학교의 수범사례를 전해들은 (사)학교녹색실천본부에서 장학금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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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전체 학생수 57명 중 61.4%인 35명이 읍내에서 오는 학생들입니다. 다시 말해 지역 학생보다 읍내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이 더 많다는 말이지요."

최정순 풍산초등학교 교감 선생님의 말이다. 그러면 왜 읍내 학생들이 촌동네인 이곳 조그만 학교로 등교를 하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강원도 화천군 풍산리 마을은 화천읍내에서 평화의 댐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조그만 농촌마을이다. 마을 인구라야 고작 300여 명. 그런데 이렇게 작은 마을에 초등학교가 번듯한 모습으로 서 있다. 농어촌지역 소규모 초등학교 통폐합에서도 굳건히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이 학교는 어떤 이유가 있는 듯하다.

인구가 고작 300명인 이 동네는 70여 가구를 넘지 않는다. 그러면 고령화로 접어든 이 산촌마을 초등학교 학생 수는 얼마나 될까. 이 마을에 살면서 이곳 초등학교에 등교하는 학생 수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22명이다. 효율적인 교육정책을 위해서라도 읍내 학교로 통폐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07년 읍내와 이곳 풍산리를 연결하는 900여m의 터널(산수화터널)이 완공되기 전까지 이곳 풍산초등학교에서 읍내까지의 거리는 30여 리. 오지지역으로 분류해 존치가 필요했을지 모르나, 산수화터널이 개통되면서 이 마을에서 읍내 학교까지 버스로 가는데 5분도 걸리지 않게 됐다. 그런 이유로 학교의 통폐합을 이야기하던 사람들이 입을 닫아버렸다.

읍내 학생들이 촌 동네 학교로 전학오기 시작했다

흙이 있고 푸르름이 있는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꿈을 펼치는 학교
▲ 풍산초등학교 흙이 있고 푸르름이 있는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꿈을 펼치는 학교
ⓒ 풍산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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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초등학교는 1923년 풍산간이학교로 인가를 받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학교다. 이 학교 출신자만도 1152명에 이른다. 지역주민들과 선생님 그리고 이 학교 출신 어르신들이 모여 어떻게든 학교통폐합을 막자며 머리를 맞댔다.

"실력행사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차별화 전략을 통해 어떻게든 명문을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학교를 지키는 길이다."

이때부터 지역주민과 풍산초등학교 동문회, 학교 교사들이 모여 풍산초등학교 명문화 작업에 착수했다. 학교 환경정화, 학부모와 함께하는 수업, 야외학습 등 시골학교이기 때문에 가능한 차별화된 수업을 시작했다.

교사 1인당 담당 학생수 또한 6.4명으로 20.4명인 읍내 초등학교인 화천초등학교에 비해 큰 장점이다. 학교장을 비롯해 선생님 전원이 학생들에게 개별 학습지도를 해 줄 수 있다. 동문회는 학교에 도서를 기증했다. 따라서 현재 이 학교 보유도서 수는 6022권으로 학생 1인당 도서 수는 134.6권인 셈이다. 화천초등학교의 23권보다 무려 100여 권이 훨씬 넘는다.

골프도 방과 후 학습인 학교

방과 후 학습 프로그램, 골프가 있다는게 특이하다.
 방과 후 학습 프로그램, 골프가 있다는게 특이하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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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 가지고 읍내 학생들이 이곳 촌 학교로 등교하는 이유를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그래서 확인해 본 것이 이 학교의 방과후 학습 프로그램. 일률적으로 동일하게 진행하는 도시의 여타 초등학교 방과 후 학습 프로그램과는 확연히 다르다. 운영 프로그램을 보면 피아노 레슨, 원어민과 함께하는 영어회화, 그림그리기, 한자학습 외에 골프라는 과목이 눈에 띈다.

"학생들이 방과 후 학습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하기 위해 다양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골프도 방과 후 학습과목에 넣었습니다."

최정순 교감선생님의 말처럼, 골프를 통해 아이들이 흥미를 유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원어민과 함께 하는 학습 또한 틀에 박힌 지루한 학습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을 중점적으로 한다. 피아노, 미술수업 또한 아이들의 정서 함양 위주로 진행한다. 이것이 타 학교의 방과 후 학습과 차별화를 보이는 부분이다.

"아이들에게 노는 것이 학습이고, 학습이 곧 놀이입니다. 기계적으로 학교와 학원을 반복하며 경쟁심밖에 모르는 지금의 대도시 아이들의 현실을 볼 때, 우리 학교는 그만큼 아이들의 창의성이나 감성 교육에 치중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요."

아이들 때문에 40년을 넘게 피운 담배도 끊었다

풍산초등학교 학생들의 금연운동
 풍산초등학교 학생들의 금연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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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가 진행되는 산골 농촌마을은 도시에 비해 흡연율이 높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옛날부터 그랬던 것처럼 어린 손자들 앞에서 태연스럽게 담뱃불을 붙인다. '아이들에게 간접 피해가 된다'는 말에도 "내가 어렸을 때 우리 할아버지도 그랬고, 아버지도 그랬는데, 아무 문제가 없지 않느냐"는 것이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한결같은 반론이다.

이에 풍산초등학교 선생님들은 대책회의를 열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등 학부모를 초청해 아이들이 직접 나서 금연을 당부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었다. 막연히 아이들 학습에 대한 견학이란 생각으로 학교를 방문한 흡연 학부모들은 크게 당황했다. 아이들이 제각기 표어를 만들어 농성이라도 하듯 부모님들 앞에 펼쳐 보였다.

<담배한대 건강위험,주위사람 함께 위험>
<오순도순 우리 가족, 그 비결은 아빠 금연>
<사랑해요 우리 아빠, 약속해요 담배끊기>
 
흡연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산골마을 학부모들은 학생들 앞에서 어쩔 수없이 금연을 약속하는 등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아이들 앞에서의 약속이기 때문에 어길 수 도 없고, 어쨌든 이놈의 담배 이번에 끊어 볼 참 입니다."

스무 살 때부터 흡연을 해 왔다는 이 마을 박아무개씨(60세)의 말처럼 이곳 아이들은 부모에게서 배우고 때로는 부모를 가르치는 훌륭한 교사 역할도 한다. 학생들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방과 후 별도의 학원이나 과외가 불필요할 정도로 짜임새 있게 운영하는 학교 프로그램 등이 읍내 아이들이 조그만 산골 초등학교로 등교하는 이유가 아닐까!


태그:#풍산초등학교, #화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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