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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재가 대학 밖으로 나왔다. 왜? 대중과 소통하려고. 대학교재라고해서 학문을 논하는 딱딱한 책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인문학, 노래로 쓰다>가 바로 그 책이다. 이 책에는 시와 음악이 가득하다. 차 한 잔 마시며 추억에 젖을 노래들이 깔려있다. 한 노래의 시대적, 개인적 배경과 저작 동기 등을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악보 보며 노래 부르는 재미도 있다.

책표지 인문학, 노래로 쓰다. 정경량 지음, 태학사 펴냄. 15000원
책표지인문학, 노래로 쓰다. 정경량 지음, 태학사 펴냄. 15000원 ⓒ 송상호
이 책에는 요즘 유행하는 댄스음악은 없다. 유행 따라가다 놓쳐버린 노래들이 독자를 반긴다. 자장가, 동요, 가곡, 민요, 사회참여 노래, 찬송가, 흘러간 대중가요 등이 있다. 사느라 정신없어서 떠내려 보낸 추억을 길어 올리기 충분하다.

책 전반부에선 시와 음악의 적당한 이론이, 중반부터 후반까지는 각 장르의 노래와 배경 등이 담겨 있다. 이 책의 저자 정경량 교수(목원대학교 독문학과)는 저서가 일반인들에게 훌륭한 교양도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의 말이 사실이란 것을 책을 여는 순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5일 정경량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중1 때, 삶의 두 화두를 만나다

그의 매력은 클래식 기타 연주에 있다. 그가 14세 때, 부모님으로부터 클래식기타를 선물 받았던 것이 운명적 만남이 되었다. 그 무렵 헤르만헤세의 시 <방랑길에서>도 접했다. 이 두 가지가 그의 인생을 흔들어 놓은 큰 화두란다.

헤르만헤세의 그 시엔 '슬퍼하지 마라. 곧 밤이 오고, 밤이 오면 우리는 창백한 들판 위에 차가운 달이 남몰래 웃는 것을 바라보며 서로의 손을 잡고 쉬게 되겠지'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허무주의의 내용이 담겨있는 시를 보고 오히려 '낙천, 희망'을 생각해냈다. 인생은 짧고, 죽음은 가까이 있기에 슬퍼하지 말고 행복하게 살자는 마음을 가졌다. 행복하게 살아도 모자라는 인생이라는 의미다.

그는 그 시가 자신의 '낙천적인 인생관 형성'에 큰 힘이 됐다고 말한다. 상가에서 어떤 이는 '죽음의 허무함'에 힘이 빠지지만, 어떤 이는 '삶의 소중함'에 희망을 가지는 경우다. 자신의 선택에 뒤따르는 삶의 내용은 하늘과 땅 차이일 수 있다. 

자택 정경량교수가 사는 자택(금광호수가)에 어둠이 내리고 있다. 호수가 좋아 여기에 집을 지었다는 그는 시와음악의 심상을 금광호수에서 길어내고 싶었던 걸까.
자택정경량교수가 사는 자택(금광호수가)에 어둠이 내리고 있다. 호수가 좋아 여기에 집을 지었다는 그는 시와음악의 심상을 금광호수에서 길어내고 싶었던 걸까. ⓒ 송상호

행복하게 살아야겠다는 그의 인생관에 날개를 달아준 것이 바로 클래식 기타다. 말하자면 헤세의 시가 내면을 '낙천'으로 인도했다면, 클래식기타는 외향을 '낙천'으로 인도한 셈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침내 이 둘은 하나가 돼 삶의 동반자가 됐다. '시와 음악'이란 그의 인생의 화두는 이래서 탄생하고, 숙성돼 왔다.

수업시간 기타연주에서 기타독주회까지

그는 15년 전 목원대학교 정 교수가 되면서 본격적인 기타수업에 돌입했다. 그 전엔 취미로 독학하던 클래식 기타였다. 말하자면 아마추어 독학생에서 이젠 프로 선수로 전향한 꼴이다.

그는 독문학과 교수다. 그가 독문학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독일어를 노래로 가르쳤다. 학생들의 반응이 아주 좋았다. <노래로 배우는 독일어>라는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 여파를 몰아 9년 전에 '아름다운 시와 음악'이란 교양과목이 개설됐다. 순전히 학생들의 반응이 만들어낸 과목이다. 요즘도 학생들 사이에선 인기 만점 수업으로서, 선착순 접수에 기회를 놓치는 학생이 부지기수란다.

거실에서 정경량교수의 자택에서 기타를 들었다. 그가 들고 있는 이 기타는 그에게 있어서 보물 1호다. 10년을 넘게 동행해온 그의 벗이다.
거실에서정경량교수의 자택에서 기타를 들었다. 그가 들고 있는 이 기타는 그에게 있어서 보물 1호다. 10년을 넘게 동행해온 그의 벗이다. ⓒ 송상호

그는 두 차례 클래식기타 독주회도 열었다. 이제는 '노래하는 인문학 콘서트'를 수시로 연다. 목원대학교 안팎에서 '클래식 기타'하면 '정경량', '정경량' 하면 '클래식 기타'로 통한단다.

'노래하는 인문학' 강좌에 초대합니다

이런 소문은 안성에서도 그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올해 3월 9일부터 매주 금요일 16주 과정으로 평생학습강좌가 개설됐기 때문이다. 이 강좌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안성보개도서관에서 마련했다. '노래하는 인문학' 강좌는 시민들, 특히 주부들에게 큰 인기다. 과정과 분위기를 소중히 여기는 여성들에게 '안성맞춤 수업'이라고. 강좌 중간에 수강 신청을 해도 무방하다니 한번쯤 문을 두드려 볼만하다.

그는 "음악은 문학을 뛰어넘어서는 최고의 예술"이라고 극찬한다. 이유는 두 가지란다. 그는 "음악은 몸과 마음을 행복하고 즐겁게 해준다"며 "그리고 노래를 함께 함으로서 행복을 나눌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시민강좌 올 3월 부터 16주간 개설된 '노래하는 인문학' 시민강좌에 정경량교수가 기타를 치며 강의하고 있다. 아이들이 눈에 띈다.
시민강좌올 3월 부터 16주간 개설된 '노래하는 인문학' 시민강좌에 정경량교수가 기타를 치며 강의하고 있다. 아이들이 눈에 띈다. ⓒ 보개도서관 제공

그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천박한 자본주의와 무한경쟁의 혼돈 속으로 정신없이 달려갈수록 인문학과 문화예술의 의미와 가치, 역할과 사명은 더욱더 커져만 간다"고 힘주어 말한다. 요즘 사람들 좀 살기 힘들다. 묻어뒀던 추억을 끄집어 내 동요 한 곡 불러보는 것은 어떨까.

덧붙이는 글 | 평생학습강좌 수강문의는 안성보개도서관(031-678-5332)으로 하면 된다.



#정경량#인문학, 노래로 쓰다#시와음악#목원대학교#독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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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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