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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5일,  초등학교 주5일수업제 담당교사로서 교과부가 학교현장에서 도저히 조사할 수 없거나 조사할 필요가 없는 내용을 보고하라는 공문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관련기사 : '토요일마다 보고하고'...주6일수업으로 돌아간 교과부 [주장] 엇나가는 '주5일수업제' )

그 날 바로 이 기사를 그대로 첨부해서 교과부에도 이와 관련한 내용을 민원으로 올렸습니다.

보도 뒤, 보고시트가 세 개에서 두 개로 줄었습니다.

보도 뒤 세 개의 시트에서 복잡한 내용이 있는 한 가지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교과부는 토요일 프로그램 참가자 숫자에 목숨 걸고 있는 듯합니다.
▲ 토요일마다 보고하는 '토요프로그램현황 실적 제출' 공문 보도 뒤 세 개의 시트에서 복잡한 내용이 있는 한 가지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교과부는 토요일 프로그램 참가자 숫자에 목숨 걸고 있는 듯합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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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민원에 대한 교과부 담당자의 답변은 나오지 않았지만(2일 답변 예정), 그 뒤 3월 29일자로 이와 관련한 공문이 학교에 다시 왔습니다. 공문 내용은 지난 주에 보고하게 되어있던 세 개의 시트 중 마지막 한 시트를 제외하고 보고하는 공문입니다.

지난 주에는 마지막 시트에 '운영기관, 프로그램명, 운영기간, 참여대상, 월부담액, 참여인원, 연계여부, 운영기관 담당자(연락처)'를 쓰게 되어있고 비고란에는 '셔틀버스를 제공하는지, 식사를 제공하는 지까지 상세한 내용을 조사하게 되어 있었는데 이 내용이 싹 없어진 것입니다.

매주 복잡한 내용을 조사해야하는 수고를 덜게 되어서 일단은 다행입니다만, 여전히 토요일 프로그램 참여인원수를 보고하는 것은 남아 있습니다. 교과부가 참여인원수 조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여전히 교과부와 교육청은 토요일 프로그램에 아이들이 많이 참여하는 것만을 '주5일수업제'가 정착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갑작스런 선심성 지원정책, 선거용?

그 증거로, 지난 3월 28일자로 이와 관련한 또 한 건의 공문이 내려왔습니다. 제목은 '토요 방과후학교 세부운영 계획'인데, 교과부가 토요일 프로그램 참가자수를 늘이기 위해 학교교육계획서가 다 완성되어서 진행하고 있는 3월 말에 갑자기 '토요 방과후학교 세부 운영계획'을 내려 보내서는  토요일에 방과후 학교를 운영하라는 것입니다.

학교는 지금 계획을 세워서 방과후학교와 주5일수업제관련 내용을 진행하고 있는데, 3월 말에 다시 토요 방과후학교 운영 계획을 세워 진행하라는 공문이 왔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일부 내용만 무료로 진행하고, 학교가 먼저 예산을 집행하고 나중에 교과부에서 지원해 주겠다는 학교에서 거의 볼 수 없는 '선집행 후지원'방식을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산도 계획도 없이 무리하게 갑작스럽게 진행하는 모습이 혹시 선거를 앞두고 선심용 정책이 아닌가 의심이 안갈 수가 없습니다.
▲ 3월말에 갑작스럽게 내려온 토요 방과후학교 운영 계획 공문 학교는 지금 계획을 세워서 방과후학교와 주5일수업제관련 내용을 진행하고 있는데, 3월 말에 다시 토요 방과후학교 운영 계획을 세워 진행하라는 공문이 왔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일부 내용만 무료로 진행하고, 학교가 먼저 예산을 집행하고 나중에 교과부에서 지원해 주겠다는 학교에서 거의 볼 수 없는 '선집행 후지원'방식을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산도 계획도 없이 무리하게 갑작스럽게 진행하는 모습이 혹시 선거를 앞두고 선심용 정책이 아닌가 의심이 안갈 수가 없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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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학교 계획도 그렇고 주5일수업제 계획도 이미 학교마다 세워놓고 착착 진행하고 있는데, 갑자기 교과부가 돈을 줄테니 다시 계획을 세워서 하랍니다. 그러나 교과 프로그램(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은 수익자 부담으로 하고, 체육․문화예술․특기적성 관련 프로그램은 한 학교당 360만원씩 무료로 지원한다는 것입니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예산지원 방식입니다.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 필요한 금액을 '학교 여건에 따라 단위학교에서 먼저 집행하고 향후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집행금액을 전액 지원할 예정'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교과부가 예산도 미리 세워놓지 않고 갑작스럽게 나온 정책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데, 학교 예산 집행에서 '단위학교 선집행 후지원' 사례는 그리 보기 쉽지 않은 일입니다. 갑자기 방과후학교 예산을 교과부가 무리하게 '선집행 후지원' 방식을 써가면서까지 3월 말에야 지원정책을 학교에 내려보낸 까닭이 뭘까요? 혹시 교과부가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정책을 펼치는 것이 아닐까하고 의심하는 것이 지나친 일일까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은 또 다른 학습

토요일에 아이들이 학교나 지역 기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은 아이들에겐 여전히 또 다른 수동적인 학습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잖아도 평일 동안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몰아서 빡빡하게 수업을 하고 학원을 다니는데, 토요일에도 또 학교와 지역기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다니는 것은 아이들에게 학습에 대한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게 됩니다.

몇 년새 '자기주도적 학습'을 부르짖고 있는데, '자기주도적 학습'을 얘기하면서 아이들을  '자기주도적 학습' 프로그램에 맡기는 모습을 봅니다. 가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여러 기관에서 개설한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에 아이들을 맡기는 것 역시 본래의 '자기주도적 학습'과 거리가 멉니다. '자기주도적 학습'은 그야말로 아이 자신의 의지에 따라 스스로 계획하여 학습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주5일제를 맞아 진정한 '자기주도 학습' 기회 필요

우리나라 아이들은 평일에 학교와 학원 스케줄대로 움직이느라 자신의 의지대로 시간을 보낼 겨를이 없습니다. 남이 만들어놓지 않으면, 도구를 주지 않으면 스스로 놀 줄도 모릅니다. 저는 자기주도 능력이 많이 떨어지는 우리 아이들에게 심심할 시간을 많이 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자신이 계획해서 주도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바로 이런 일을 새로 생긴 휴일인 토요일과 일요일에 하게 해야 합니다.

아이들을 토요일에 자꾸 집 밖으로 내보내서 학교나 여러 기관에 가서 프로그램에 참여하라고 부추기지 말고, 프로그램 없이도, 돈을 쓰지 않고도, 어디 멀리 가지 않고도, 집안에서 잘 지낼 수 있는 건강한 생활인으로 키워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교과부가 놓치고 있고 왜곡시키고 있는 진정한 주5일수업제의 근본목적입니다.


태그:#주6일수업제, #토요프로그램, #토요방과후학교, #토요프로그램조사공문, #교육과학기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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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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