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요리 봐도 삼각
조리 봐도 삼각
위에서 봐도 삼각
옆에서 봐도 삼각
뒤집어 놓고 보니 그래도 삼각

작은 딸 왈(曰)  "그러니까 삼각 김밥이지 쯧쯧!"

졸업식에서 언니에게 학사모를 씌워주는 작은딸.
 졸업식에서 언니에게 학사모를 씌워주는 작은딸.
ⓒ 조상연

관련사진보기


몇 해 전 구민회관에 커다란 행사가 있어 촬영을 하는데 플래시의 건전지가 떨어져 전화를 했더니 큰 딸이 급하게 가져왔다. 36컷짜리 필름 40여 롤을 찍어대다 보니 플래시는 따듯한 정도를 넘어섰고, 난 밥을 먹지 못해서 배가 등가죽에 붙을 정도였다. 촬영을 나가면 항상 있는 일이기에 새삼스러울 것도 없건만 이날은 별나게 피곤했다.

그렇게 피곤하고 배가 고픈 상태에서 딸아이가 건전지를 가져왔다. 반가워할 사이도 없이 건전지를 끼우고 다시 촬영을 들어가려는데 딸아이가 소매를 붙잡고 손에 뭔가를 쥐여 준다. 생전처음 보는 삼각 김밥이다.

바쁘기도 했지만 워낙이 인스턴트식품을 안 좋아하고 더군다나 편의점 식품이라는 선입견에 이따위가 무슨 사람이 먹는 음식이라고 사왔냐며 짜증을 내고 말았다. 순간 딸아이의 얼굴에 서운한 마음이 스쳐가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이미 내뱉은 말을 어찌하랴. 남은 시간 내내 촬영을 하면서 딸아이의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불편했다.

작은딸의 졸업식에서 큰딸과 함께. 나의 패션에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작은딸이나 큰딸이나 이런 아빠를 재미있다며, 아빠가 최고 멋쟁이라며 부추기는 바람에 우쭐했다. 모자는 작은딸이 사다주었다.
 작은딸의 졸업식에서 큰딸과 함께. 나의 패션에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작은딸이나 큰딸이나 이런 아빠를 재미있다며, 아빠가 최고 멋쟁이라며 부추기는 바람에 우쭐했다. 모자는 작은딸이 사다주었다.
ⓒ 조상연

관련사진보기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는 지금도 밥이라는 것은 어머니의 손을 거치고 아내의 손을 거쳐야 만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인식을 한다. 두 딸이 어디 소풍이라도 갈라치면 김밥집의 김밥은 사람이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인양 항상 아내가 손수 김밥을 싸서 보내야했으니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나에게 상당한 불만도 있었으리.

돈만 있으면 사랑도 사고 정(情)도 사고 못하는 게 없는 세상에 살면서 정신은 19세기에 머물러 있으니 딱하기도 하거니와 함께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피곤하겠는가? 그러나 본 태생이 그러하니 스스로 천지가 뒤집히는 개벽을 하지 않는 한 방법이 없다.

엊그제 큰 딸이 삼각 김밥을 몇 개인가 가져왔다. 왜 사람 손이 안 가고 기계로 만든 이런 것을 사먹느냐 했더니 회사에서 간식으로 주는 것이라며 내 눈치를 본다. 옛날 생각도 나고 해서 먹어보았더니 먹을 만하고 안 하고를 떠나 한 끼니 허기진 배는 채울 수 있겠구나 싶었다.

마음이 한없이 여린 큰딸.
 마음이 한없이 여린 큰딸.
ⓒ 조상연

관련사진보기


나는 지금도 몇 해 전의 삼각 김밥일로 큰 딸에게 미안한 마음을 못 지우고 있다. 설사 딸이 가져온 김밥이 사람이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일지라도 딸아이가 보는 앞에서 맛있게 먹어줬어야 했다. 그것은 음식이기 전에 딸이, 자식이 아버지를 걱정하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아버지 생각하는 자식의 애틋한 마음을 몰라준데 대한 미안한 마음을 이 글을 통해서나마 쏟아내 본다. 큰딸이 환절기에 감기 몸살을 앓는가본데 독립을 해 함께 있지를 못해서 그런지 녀석의 까불까불한 모습이 더욱 걱정이 되고 그리워지는 요즈음이다.


태그:#삼각김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편안한 단어로 짧고 쉽게 사는이야기를 쓰고자 합니다. http://blog.ohmynews.com/hanast/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