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변하고 사람들은 바뀝니다. 세상은 더 편하고, 더 빠르고, 더 섹시하게 변합니다. 세상 속에서 사람들 역시 새로운 것, 빠른 것을 찾아 나섭니다. 엊그제까지 사용하던 것이 이제 박물관에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박물관은 왜 필요할까요?
오는 2월 17일 비와코 호수가에 있는 비와코박물관에 다녀왔습니다. 비와코박물관은 비와코 호수를 중심으로 비와코 호수의 생태와 역사, 그리고 비와코 호수 주변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역사를 보존, 전시하는 곳입니다.
이번에는 특별전으로 민구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민구는 비와코 호수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민구입니다. 비와코 호수 주변에는 논이 많습니다. 그래서 농사와 관련된 민구, 즉 농기구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와코 호수는 물이 깊습니다. 그래서 물 속에 사는 고기를 잡는 어구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그밖에 비와코 주변에서 사는 사람들이 살면서 사용해온 오케브로(桶風呂)를 전시하고, 그것을 만드는 방법을 비디오로 보여주면서 전시하고 있습니다.
비와코 호수 주변에는 논이 많습니다. 원래 이곳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괭이, 삽, 소 쟁기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물론 지금 그러한 농기구로 농사를 짓는 사람은 없습니다. 일본에 농업용 트랙터가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1965년부터라고 합니다.
적어도 1965년 이전 비와코 호수 주변에서도 소를 이용하여 쟁기로 논을 갈았습니다. 그러나 트랙터의 보급으로 소 쟁기는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일본의 소 쟁기는 한국식과 중국식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이 두 가지를 모두 볼 수 있는 곳이 시가켄입니다.
소 쟁기질을 하는데 필수적인 것은 소 멍에입니다. 소 쟁기는 소 멍에를 등에 지워서 쟁기를 끌게 합니다. 비록 소 쟁기가 한반도나 중국에서 들어왔지만 쟁기를 끄는 멍에는 일본에서 독자적으로 만들어서 사용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멍에를 만들어서 중국, 대만, 한국 등에 팔기도 했습니다. 역시 일본 사람들의 손재주는 뛰어납니다.
소 등에 메는 멍에는 ㅅ 자 모양으로 굽어 있습니다. 처음 쟁기를 만들어서 사용하던 사람들은 자연산 나무에서 그렇게 굽은 나무를 골라서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생긴 나무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본 야마구치에 사는 사람이 나무를 오 밀리미터 크기로 잘라서 붙인 다음 압축하여 ㅅ 자 모양으로 멍에를 만들어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인공으로 소 멍에를 만들던 후손은 지금 목수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비와코 호수에는 물고기가 삽니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물고기를 잡아 왔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그물이나 대나무로 만든 통발을 만들어서 사용하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그물을 엮거나 대나무로 통발을 만들던 사람들이 비와코 호수 주변에는 많이 있었습니다.
이제 그런 일도 점점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호수 고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비와코 호수에서 잡은 붕어로 후나스시를 만드는 것만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후나스시는 봄에 잡은 붕어를 밥과 버무려 눌러 놓고 삭힌 것으로 한국 경상도의 가자미식혜와 비슷한 절임 먹거리입니다.
비와코박물관 상설전에서는 비와코 호수가 처음 생기던 400만 년 전 모습을 재연해 놓았습니다. 그때는 코끼리가 비와코 호수 주변에서 살았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비와코 호수 주변에서 코끼리 뼈나 똥 등이 화석 형태로 발견되곤 합니다.
상설전에는 비와코 호수 주변에서 사는 사람들의 모습과 자연 환경에 대한 소개도 빠뜨리지 않고 있습니다. 특별히 비와코 호수 주변에 살던 사람들은 흘러가는 물을 부엌으로 끌어들여 설거지를 합니다. 그리고 이 물을 모아서 그 물 속에 붕어를 키웁니다.
붕어는 설거지를 한 물에 섞인 음식물 쓰레기를 먹어치웁니다. 이렇게 정화된 물이 비와코 호수로 흘러갑니다. 오래 전부터 비와코 호수 주변에 살던 사람들은 호수, 물고기와 사람이 더불어 사는 방법을 알고 있었고 실천해 왔습니다.
비와코박물관, 단순히 옛 것을 보존하고 전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옛 사람들이 살았던 소박한 삶과 그 삶 속에 흐르는 자연 친화적인 슬기를 깨우쳐 주고 있습니다.
<가는 법> 교토나 오사카에서 JR 비와코센을 타고 구사츠역(草津駅)까지 간 다음 비와코박물관행 버스를 타고 갑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朴炫國)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