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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7일 대정부 관계 정상화 담화를 발표하는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
 2011년 6월 7일 대정부 관계 정상화 담화를 발표하는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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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평화선언으로 인한 불교의 정체성이 유린당하고, 종단수장의 범죄 행위로 인해 사회적 위상이 추락하고 있는 마당에 스님들과 불자들이 침묵한다면 한국불교의 미래는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첫째 방안은 다음과 같은 말이다. … 자승 스님은 물러나시라!"

평소 불교와 관련된 글을 전문적으로 올리고 있는 블로거 '진흙속의 연꽃'(연꽃)은 최근 대한불교조계종 부산 범어사 금권선거 논란과 관련, 수장(총무원장)이 책임지고 물러나는 게 정설이라고 일갈했다.

사건인즉 지난 1월 중순, 대한불교조계종 부산 범어사 주지 선거(당시 2월 27일)를 앞두고 일부 스님 후보들이 수백만 원씩의 돈 봉투를 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는 최근 여당의 돈 봉투 사건과 맞물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불교의 금권선거 논란은 이번 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2006년 10월 당시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였던 수경 스님은 '마곡사 치욕, 금권선거 불교위기'라는 성명을 발표해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수경 스님의 언론 기고에 따르면, 불교 종단 종회의원 선거를 둘러싼 각종 불법과 탈법 사건이 판을 치고 있다고 한다. 이어 스님은 정치권보다 더 치졸한 권력다툼과 폭력, 해외원정 골프, 도박, 매관매직 등이 불교계에서 횡행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또한 종회의원 선거에서 '6억 쓰면 당선되고 4억 쓰면 떨어진다(6당4락)'는 것이 기정사실이 된지 오래라고 성토했다.

이와 관련해 명진 스님도 지난 2010년 하계 법회를 통해 자승 총무원장 스님을 두고 '정권 하수인' '장로대통령의 선거운동원'이라는 격한 표현으로 토로하기도 했다. 당시 명진 스님은 강남 봉은사 직영전환 문제와 관련 "자승 스님은 영포회 불교지도자쯤 되는 모양"이라며 "이명박 정권과 깊이 관련된 총무원장은 즉각 퇴진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스님의 허물, 불자는 몰라도 돼?

대한불교조계종 소속 스님들이 2010년 7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열린 문수스님 추모와 4대강 개발 중단을 촉구를 위한 '조계종 승려 4812인 생명평화선언' 기자회견에서 4대강 사업 중단을 호소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소속 스님들이 2010년 7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열린 문수스님 추모와 4대강 개발 중단을 촉구를 위한 '조계종 승려 4812인 생명평화선언' 기자회견에서 4대강 사업 중단을 호소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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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연꽃'은 최근 종교권력에 관한 담론을 펼쳐 주목받은 인터넷 미디어 <주권방송>의 '두 남자의 종교 톺아보기' 프로그램 내용을 언급했다. 그는 이를 통해 일반 불자들과 스님들의 암묵적 거리관계를 지적했다. 즉, 일반 불자들이 스님의 허물이나 과오를 그냥 덮어주려는 침묵 때문에 불교전체가 욕을 먹고 있는 상황이라고 성토했다.

이런 연유로는 스님들이 일상에서 사소한 계율을 어기는 등 일탈을 했을 때 (불자들이) 언젠가 뉘우치고 참회해 본연의 자세로 돌아갈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꽃'은 또한 <주권방송> 37회에 출연(1월 27일 방영)한 김영국 거사의 말을 인용, 도법 스님의 의심스런 행적을 토로했다.

김 거사에 따르면, 조계종의 종교평화 선언(초안 발표 2011년 8월 23일)이 청와대 사회통합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추진됐다는 것이다. 이어 조계종 회쟁위원회(위원장 도법 스님)가 왕십리뉴타운 문제와 관련해 당시 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더욱 충격적인 것은 도법 스님이 4대강 사업을 찬성해 훈장을 받은 월주스님과 동석한 사실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도법 스님은 이전 3년간의 생명평화순례운동을 통해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의 화두를 놓지 않았다.

화쟁위는 당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 거사의 이야기는 왜곡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화쟁위는 당시 야당 대표를 만나게 된 것은 생명평화결사 김경일 신부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왕십리뉴타운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것은 재개발 문제의 후유증을 최소화하자는 데 그 의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며 화쟁위는 김 거사에게 즉각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공개사과 하라고 충언했다. 그리고 이후 적절한 (김 거사의)사과행위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종용했다.

자승 총무원장 관련 9가지 의혹?

김영국 거사는 이후 이에 굴하지 않고 2월 3일 <주권방송> '두 남자의 종교 톺아보기' 38회에 출연,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의 몇 가지 의혹에 대해 설파해 눈길을 끌었다.

김 거사가 밝힌 의혹은 다음과 같다. ▲ 관악산 연주암 주지 측근 임명 관행 ▲ 총무원장 선거 시 금권청탁 의혹 ▲ MB캠프 선거운동 의혹 ▲ MB에 충성맹세 의혹 ▲ 봉은사 직영사건 개입의혹 등이다.

당시 프로그램 공동 사회를 맡았던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자승 총무원장의 여러 가지 의혹에 대해 혼란스럽다는 말로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우 교수는 그러며 '양동작전'이라는 표현을 쓰며 개혁적이면서도 정치적인 자승 스님의 이중 행위를 우회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김 거사는 이번 <주권방송>프로그램 출연과 총무원장 의혹 공개에 대해 '뼛속까지 불교계의 양심선언'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그는 그동안 의혹이라는 이유로 숨겨져 왔던 각종 종교권력과 (정부와의)유착행위를 엄단할 필요를 느꼈고, 지금이 바로 그 개혁과 변화를 이룰 절호의 기회라 느꼈기 때문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한국불교여, 불법의 소도에서 깨치고 일어나라

이는 생각하지 않으면 자기를 죽인다는 말이다. 즉, 생각하는 사람이 없으면 조직이 죽고 크게는 생각하는 국민이 없으면 국가가 죽는다는 화두이다.
▲ 부처가 죽어야 부처가 산다 이는 생각하지 않으면 자기를 죽인다는 말이다. 즉, 생각하는 사람이 없으면 조직이 죽고 크게는 생각하는 국민이 없으면 국가가 죽는다는 화두이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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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스님은 지난 2006년 자성 법문을 통해 "한국 불교는 마침내 불법(佛法)의 도량이 아니라 범죄를 일삼아도 면책되는 불법(不法)의 소도란 말인가"라는 말로 심경을 토로했다.

당시 수경 스님은 누구보다도 도덕적이어야 할 수행자들은 심각한 불감증에 걸려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스님은 더 없이 정숙해야 할 수행처가 온갖 불법 건축물로 구성돼 있어 청정도량을 찾기조차 어렵다고 성토했다.

"먼저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들의 인적 청산과 더불어 속도주의, 대형주의, 물질주의, 편의주의적인 발상에 젖어 있는 수행자들부터 바뀌어야 한다. 또 온갖 규제 일변도의 비현실적인 법도 바꾸어야 한다. 우리 모두 불살생의 계율과 불이사상, 연기론, 방생 등에 녹아 있는 생태학적인 눈으로 자신과 세상을 돌아보며 수행과 삶을 일치시켜 나가야 한다"

스님은 그러며 참회를 강조했다. 환경파괴, 불법비리에 대한 (불교계의)진정한 참회 없이는 더 이상의 불교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이었다. 이는 또한 무조건적으로 밀어 붙이는 불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구잡이식 건설로 파괴된 수행도량의 근본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화두였다.

한국불교의 위기를 처절한 심정으로 토로했던 수경 스님은 마지막으로 수행자의 본분, 스님의 본분, 사찰 환경의 본분, 수행도량의 본분을 강조했다. 이것이 스스로 깨칠 수 있는 자정능력이자 불교가 진정으로 향할 공덕심의 본분이라는 뜻이었다.


태그:#부산 범어사 금권선거, #조계종 화쟁위원회, #쇄신과 결사, #자승 총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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