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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이 언론인터뷰와 검찰 조사 중에 "2008년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당시 대표 후보인 박희태 현 국회의장 측 인사에게 300만원짜리 돈 봉투를 받았다"고 밝혔다.

민주통합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적이 있는 통합진보당 유시민 공동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금품 살포를 목격한 바도, 경험한 바도 있다"고 밝히면서 전당대표 돈 봉투 파문은 바로 민주통합당으로 옮아붙었다.

다급해진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전당대회 돈 봉투는 잘못된 전당대회 방식에서 비롯된 구조적인 문제"라면서 제도개선책을 내놓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그리고 정개특위에서 논의되는 제도개선 내용은 당 내 경선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관리하는 방안, 정당의 예산으로 전당대회에 참여하는 대의원의 교통비와 숙식 비용을 실비로 제공하는 방안 등이다.

심지어 당 내 경선에 출마한 후보가 대의원에게 제공한 금액이 100만 원 이하이면 과태료로 처벌하도록 관련 처벌규정을 대폭 완화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방안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여론이 악화되자,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실제 법안을 마련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문제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검토하고 있는 제도개선 방안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오히려 고비용 정치구조의 먹이사슬을 양성화하고 합법화한다는 점이다.

근본적인 제도개선은 고비용이 들지 않고, 대의원에 대한 매표가 불가능한 전당대회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전당대회 당일 날 1-2만 명의 대의원들이체육관에 모여 대표 후보의 연설을 듣고 현장 투표를 하는 방식이다.

결국 누군가 수만 명의 대의원들의 교통비, 숙식비를 부담해야 하는 구조이다. 또한 당 대표 후보들은 전국을 순회하며 대의원을 만나는데, 이때 중간책을 통해 각종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

세몰이 체육관 대회는 돈 먹는 하마, 전자투표로 전환해야

우리 정치 현실을 볼 때 그 비용을 대의원 개인들에게 부담시켜면 사실상 전당대회에 참석하거나 후보자를 스스로 만나려는 대의원은 별로 없다.

사실상 후보 측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전당대회에서 여러가지 방식으로 국회의원, 지역위원장 등을 통해 동원된 대의원들의 교통비, 숙식비를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래서 전당대회 돈 봉투는 여야를 가릴 것이 없이 체육관 전당대회를 하는 모든 정당에게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다. 전당대회 돈봉투를 근절하는 방안은 고비용과 매표를 부추기는 전당대회 방식을 획기적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전당대회 투표기간을 5일 정도로 잡고 그동안에 지역투표, 인터넷투표, 모바일투표를 적극활용하는 대신, 전당대회 당일날은 주요인사와 당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최종적으로 대표를 선출하고 축하하는 것이다.

이미 구 민주노동당과 구 국민참여당은 이런 방식으로 전당대회를 치른 바 있고, 통합진보당도 같은 방식을 제도화시켰다. 이 방식에서는 대부분의 투표가 전자투표로 진행되므로 상경비용이나 매표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는 여야가 이미 진행한 국민경선 방식에서도 확인됐다.

다만 대통령 후보선출과 달리 당 대표 선출을 대규모의 국민경선 방식으로 치르는 것은 결과적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고비용 정치구조를 새로이 만드는 것이므로 심사숙고해야 한다.

당원의 공직후보와 대의원 직접 선출로 금권정치 먹이사슬 끊어야

전당대회 방식을 이처럼 소프트하고 스마트하게 바꾸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금권정치의 먹이사슬을 끊는 것이다.

현재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경우 중앙의 유력 인사가 국회의원 후보와 지역위원장의 선출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특히 지역위원장은 반드시 당원들에 의해 직접 선출될 필요가 없다.

반면에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은 당연직 대의원인 지방의원과 당직자, 대의원 선출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특히 대의원의 상당수는 중앙당, 시도당, 국회의원 등에 의해 추천된다. 지역 대의원의 경우 새누리당은 아예 당원협의회가 추천하고, 민주통합당은 당원에 의한 직접선출을 강제하지 않는다.

결국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은 자신을 지원하는 중앙의 유력인사를 위해 대의원을 동원하고, 대의원 입장에선 자신의 임명, 공천, 선출을 좌우하는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에 줄을 설 수밖에 없다.

구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처럼 국회의원 후보자나 지역위원장, 대의원을 진성당원들이 직접 뽑으면, 국회의원이나 지역위원장은 당원들의 표심에 따르기 마련이고 중앙의 유력정치인을 위해 대의원을 동원할 이유가 없다.

대의원 입장에서도 자신이 지지하는 당 대표 후보를 찍으면 그만이다. 국회의원이나 지역위원장에 줄을 대고 묻지마 투표를 할 필요가 없다. 이런 제도에서는 중앙의 유력정치인,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대의원 간의 먹이사슬 관계가 성립될 수 없으니, 이들 사이에 돈 봉투가 오갈리가 없다.

문제는 거대여야의 유력정치인들이 고비용 금권정치 먹이사슬의 수혜자이기 때문에 이러한 근본적인 개혁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태그:#전당대회, #돈봉투, #모바일투표, #공천, #대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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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에서 12년간 기관지위원회와 정책연구소에서 일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관계』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 『연방제 통일과 새로운 공화국』, 『미국은 살아남을까』, 『코리아를 흔든 100년의 국제정세』, 『 마르크스의 실천과 이론』 등의 저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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