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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6일 오후 3시 6분]

지난 18일 오전 STX중공업 하청업체 일용노동자가 피로누적으로 공장 탈의실에서 사망했지만 보름이 지나도록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이를 항의하기 위해 민주노총 경남본부와 '사내하청건강권보장대책위원회'가 3일 오전 STX그룹 R&D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자 회사 측은 건물 앞에 통근버스를 주차해 놓았다.
 지난 18일 오전 STX중공업 하청업체 일용노동자가 피로누적으로 공장 탈의실에서 사망했지만 보름이 지나도록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이를 항의하기 위해 민주노총 경남본부와 '사내하청건강권보장대책위원회'가 3일 오전 STX그룹 R&D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자 회사 측은 건물 앞에 통근버스를 주차해 놓았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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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9시, 9일 자정, 10일 오후 9시, 11일 다음날 새벽 4시, 12일 다음 날 새벽 1시, 13일 오후 10시, 14일 오후 10시, 16일 오후 8시, 17일 오후 7시."

창원 STX중공업 하청업체인 영진오션 소속 일용노동자 최아무개(50)씨가 오전 8시에 출근해 작업을 마친 시간이다. 피로 누적을 호소했던 최씨는 지난 18일 오전 11시경 공장 탈의실에서 사망했다. 그러나 보름이 지나도록 아직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초과근무·장시간 근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최아무개씨의 사망이 대표적인 사례라 보고 있다. 최근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고등학교 실습생이 장시간 노동에 쓰려져 혼수상태가 된 사건이 일어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민주노총 본부는 "최씨는 1주일 동안 84시간의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을 했다"며 "하루는 18시간을 연속으로 일하고, 4시간의 휴식 뒤 다시 15시간 일하는 등 정말 죽도록 일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본부는 "이처럼 장시간 노동은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며 "이처럼 야만적인 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영진오션 사용주들의 부도덕성에만 기인한 것이 아니다. 원청 사용주인 STX중공업과 STX그룹의 살인적인 사내하청 구조와 경영진의 부도덕함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STX중공업은 "협력사의 작업 지시는 원청에서 직접 하지 않는다. 원청은 작업 시간을 정하지 않고 물량을 주는 형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창원지청 관계자는 "현재 정부도 장시간 근로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STX중공업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1만 명을 진정인으로 조직해 특별근로감독 촉구할 것"

3일 오전 민주노총 경남본부와 '사내하청건강권보장대책위원회'가 STX그룹 R&D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3일 오전 민주노총 경남본부와 '사내하청건강권보장대책위원회'가 STX그룹 R&D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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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경남본부와 '사내하청건강권보장대책위원회'는 3일 오전 창원 소재 STX그룹 R&D센터 앞에서 유족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사내하청 노동자 사망 방치 STX중공업 규탄한다. STX그룹은 즉각 사태 해결 위해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STX중공업은 사내하청 천지다. 현장에서 정규직은 찾을 수조차 없다. 사회적 책임이 큰 재벌기업이 오히려 책임은 방기하고 비정규직의 피와 땀을 착취하고 있다"며 "그것도 모자라 비정규직을 장시간 노동으로 혹사시키고 쓰러지면 소모품처럼 버리고 있음이 이번 사태를 통해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사내하청 노동자는 소모품이 아니다. 그들도 이 땅의 노동자다. 한 가정의 가정이요 한 아이의 아버지다. 재벌과 기업주의 배를 불리기 위해 죽도록 일하다 쓰러지면 버려지는 소모품이 아니다"고 호소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와 '사내하청건강권보장대책위원회'는 다시는 망자와 같은 억울한 죽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들 사업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 영진오션과 STX그룹은 유족에게 사죄하고 합당한 유족 보상을 실시할 것 ▲ 노동부는 STX중공업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즉각 실시할 것 ▲ 6일부터 1인시위와 대국민 선전전, 규탄집회 등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 ▲ 경남도민 1만 명을 진정인으로 조직해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아무개씨 딸 "아빠는 소모품이 아니다"

지난 18일 오전 공장 탈의실에서 사망한 일용노동자 최아무개씨의 딸이 경과보고를 하며 울먹이고 있다.
 지난 18일 오전 공장 탈의실에서 사망한 일용노동자 최아무개씨의 딸이 경과보고를 하며 울먹이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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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무개씨는 90살 노모, 21살의 딸과 함께 부산 영도에서 살았으며 창원에 숙소를 두고 공장에 들어가 페인트 작업을 해왔다. 최씨의 시신은 현재 부산의 한 병원 영안실에 보관돼 있다.

최씨 딸은 이날 "아빠는 소모품이 아니다"고 쓴 피켓을 들고 나왔다. 경과 보고를 한 그녀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탈의실에 가보았다. 휴게실을 겸해서 쓰는 공간이라는데, 난방도 전혀 되지 않았다"면서 "개집보다 못했다. 아버지께서 이런 곳에서 쉬다가 돌아가셨다는 생각을 하니 울분이 터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아버지가 공장에서 돌아가셨는데, 회사는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연락을 해보았더니 '빈소를 차리면 찾아가서 협상해 보겠다'고 해서 빈소도 차렸는데, 연락이 없었다"면서 "회사를 찾아가 제발 협상 좀 해 달라고 고모와 제가 무릎을 꿇고 빌며 호소했다"고 덧붙였다. 또 최씨의 딸은 "그 다음에 회사 측은 변호사의 연락처가 적힌 종이를 던져주며 연락해 보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녀는 "변호사를 포함한 회사 측은 보상금액이 얼마면 되겠느냐고 했다. 사람이 죽었는데 보상만 하면 끝이라는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초과근무를 하다 돌아가셨는데, 회사는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회사에서 일하다 돌아가셨으니 회사가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느냐"고 호소했다.

유가족은 2일 원·하청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3자 협상을 가졌지만 결렬된 상황이다. 유족들은 ▲ 회사가 책임지고 사과할 것 ▲ 신속한 장례를 치르도록 할 것 ▲ 유족한테 합당한 보상을 할 것 ▲ 회사는 근로기준법을 엄수하고 노동부는 현장근로감독을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사내하청건강권보장대책위 조태일 집행위원장은 "회사에서 노동자가 죽었는데 변호사한테 위임했으니 회사는 책임이 없다는 태도로 나오는 회사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STX중공업·영진오션 측은 "산재로 처리되도록 하겠다"는 입장만 보이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이 열린 STX중공업 R&D센터 앞에는 통근 버스가 놓여 있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진창근 민주노총 경남본부 부본부장, 박홍진 금속노조 경남지부 부지부장 등이 참석했다.


태그:#STX그룹, #STX중공업, #하청업체, #민주노총 경남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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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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