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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90년대 민주화운동 중심지였던 광주. 그 중심엔 이른바 '운동권 총학생회장'이 있었다. <전남일보>는 최근 "다른 지역 운동권 총학생회장들이 늦어도 17, 18대 국회에 입성했지만 유독 광주 지역 운동권 총학생회장 출신들은 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19대 총선에 광주지역 대학 '운동권 총학생회장' 출신 세 명이 동시에 출사표를 던졌다. <오마이뉴스>는 이들을 차례로 인터뷰했다. 첫 번째 인물은 최경주 전 조선대 총학생회장. 그는 노무현 대통령후보 선대위 호남제주권역본부장, 통합민주당 광주광역시당위원장, 강운태광주시장직 인수위 자문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 편집자 주 <편집자말>

 

호남민중 7만2000명에 의해 세워진 해방 이후 최초 민립대학 조선대. 그러나 조선대는 설립역사가 특정 개인에 의해 사유화되면서 한국의 대표적인 비리사학이 되어갔다. 철옹성 같은 군사독재처럼 조선대의 '박철웅 체제'도 영원할 것처럼 보이던 1986년.

 

최경주는 조선대 총학생회장이 되어 그 유명한 '박철웅 퇴진 서명운동'을 주도하며 학원민주화투쟁의 물꼬를 텄다. 조선대 역사상 최초의 대중적이고 전면적인 비리사학 축출투쟁이었다. 그는 제적되었지만 한 번 터진 투쟁의 물꼬는 장강을 이루었다. 그리고 마침내 조선대는 해방 이후 최초로 비리사학을 몰아내고 '대학자치운영협의회'라는 자율적인 대학운영기구를 건설하는 전국적인 학원민주화의 모범이 되었다.

 

최경주(민주통합당·광주 북을) 예비후보는 "내 인생 중에 가장 잘한 선택 둘을 꼽으라면 하나는 조선대 총학생회장으로 학원민주화투쟁의 물꼬를 튼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당에서조차 지지율 떨어졌다고 버림받던 노무현 대통령 후보 선대위 호남제주권역본부장을 맡은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역풍이 거세게 불던 지난 2004년, 그는 시민단체가 지명한 낙천운동 대상자가 아닌 '당선운동 대상자'였다. 그렇지만 아깝게 낙선하고 만다. 자신과 정치적 성향이 같고 친했던 이들이 모두 열린우리당으로 갔지만 그는 민주당에 그대로 남았기 때문이다.

 

"저라고 왜 가고 싶지 않았겠어요? 가면 당선이 너무 확실한데. 그런데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어요. 제게 민주화운동은 역사에 대한 지조를 지키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살아온 제가 국회의원 배지 하나 때문에 지조 없이 철새처럼 가고 싶진 않았어요. 그때의 민주개혁세력의 분열로 인한 승패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나중에 통합민주당 첫 광주광역시당위원장 맡은 것으로 다 털고 잊었습니다."

 

1980년대 중반에 총학생회장을 지낸 그가 보는 2012년은 어떤 시대일까. 민주화는 여전히 그에게 소중한 가치이자 구호인가.

 

"분명한 것은 1980년대와는 다른 시대정신과 트렌드가 2012년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80년대엔 사회정치적 민주화가 당시의 모든 열망과 여망의 방향을 결정했어요. 그러나 지금은 '민주화'라는 가치는 여전히 유효한데 보다 확장되어졌다고 할까요. 보편적 복지냐, 선택적 복지냐 하는 논쟁도 이렇게 확장되어진 민주화의 가치 연장선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민주주의 가치를 다방면에서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지 하는 문제를 중요한 의제로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일간지 톱뉴스가 될 정도로 이상하게도 광주지역 대학 운동권 총학생회장 출신들의 국회 진출은 이뤄진 적이 없다. 그는 "역사적 역할에 비해 정치적 등장에 장애가 많았다"고 했다. 어떤 장애였는지 물었다.

 

"민주당 지도부에겐 광주전남은 당에서 필요로 하는 인물들을 안정적으로 수혈해서 자리보전해 줄 수 있는 말 그대로 텃밭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수혈이 지역에서 시민들과 함께 고생하며 성장해온 이들에겐 매우 박했어요. 주로 수혈은 이 정권 저 정권 기웃거리며 기생했던 장관 등 고위관료를 채우는 것으로 이뤄졌습니다. 서울에선 '젊은 피' 수혈한다며 우리 같은 총학생회장 출신을 영입하고 우대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죽음을 각오하고 싸워온 광주의 총학생회장 출신들은 '철새 관료' 출신보다 못하게 취급됐습니다.

 

'철새 관료' 수혈한 결과가 무엇입니까? 야당다운 전투력은 상실됐고, 민주당 정체성을 실천하려는 선배 의원에게 '민노당 의원'이라는 조롱까지 퍼붓는 블랙코미디가 벌어졌습니다. 당에 관료주의가 만연했습니다. 또 광주정치엔 역동성이 사라졌습니다. 철새 관료 출신들은 결코 광주의 근현대사가 갖고 있는 역사성을 담아내지 못합니다. 그러니 광주정치의 방향타와 역할이 상실됐고 심지어 그 동인마저 실종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최경주 예비후보는 "'관료 출신 영입'에 할 말이 굉장히 많다"며 "군사정권 시절 친구는 길거리에서 화염병 들고 싸우다 잡혀서 고문당하고 교도소 가는데 도서관에 앉아서 친구들 비웃으며 개인 출세 위해 고시공부나 했던 이들로 호남을 채우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이번이 마지막 도전"이라고 했다. 국회에 들어가면 '세 가지' 실현을 위해 열심히 일해보고 싶다고 했다.

 

"앞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첫째로 민주주의 가치를 극대화해서 사회적 인권지수를 높여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우리 사회는 여전히 '민주화 운동'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고, 그 일을 열심히 할 것입니다.

 

둘째는 IMF구조금융 사태 이후 심화되고 있는 빈익빈 부익부의 불평등한 사회경제적 구조를 정상적 구조로 재편해야 합니다. 저는 현재도 제조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고, 미래에도 제조업을 할 사람입니다. 대기업 위주의 국가경제정책은 구호가 아닌 부자세를 비롯한 소득비례한 세제개편과 세율개편으로 반드시 바로잡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이명박 정권' 이후가 민족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보고 있습니다. 불안정한 한반도 정세가 어떤 요동을 칠지 모릅니다. 우리 사회가 최악의 상황 없이 대처할 수 있는 힘과 지혜를 모으는 노력을 정치권이 앞서서 해야 합니다."


태그:#최경주, #노무현, #총학생회장, #조선대,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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