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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과 대선을 앞둔 대명절 설 연휴, 민심의 향배는 어디로 기울었을까? 4.11 총선을 70여일 앞둔 이번 설 연휴는 민심의 향배를 가늠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친구, 친척, 이웃끼리 모이면 선거 얘기가 명절 대화상에 오르내렸다. 정치권에 대한 평가도 다양했다. 특히 현역의원 물갈이 열망은 식을 줄 몰랐다. 

그래서일까. 설을 앞두고 총선에 출사표를 던지고 예비후보 등록을 한 입지자들이 줄을 이었다. 현역의원들은 '표밭관리'가 더욱 중요해지자 '트위터 귀성인사'는 기본이고 여론관리를 위한 '속 보이는' 일정도 눈에 띄게 늘었다. 단 한 번도 찾지 않던 재래시장과 복지시설을 방문하는가 하면, 여론에 영향력이 있는 지역유지와 종교계·시민사회단체 인사들과도 만나는 등 민심을 사기 위한 분주한 행보들이 자주 목격됐다.

이들은 지역언론의 지면과 영상에서 가득 묻어났다. 누구보다 지역언론들이 신났다. 설 민심을 좇아 여론조사를 실시하거나 설 민심 특집을 마련해 내보내기도 했다. 설 연휴가 끝난 직후 지역 일간지 1면과 정치면, 사설 등 주요 지면에 투영된 설 민심풍향을 함께 들여다보자.

[부산경남] 야당 18곳 모두 출사표...'낙동강 벨트' 최대 관심

<부산일보>가 내보낸 설 민심과 관련된 기사 제목들. 인터넷신문 캡쳐.
 <부산일보>가 내보낸 설 민심과 관련된 기사 제목들. 인터넷신문 캡쳐.
ⓒ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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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해'를 맞아 민심이 가장 요동치는 곳은? 그곳은 바로 PK. 특히 부산 민심이 심하게 출렁이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신공항 무산으로 반한나라당 정서가 고조되면서 '낙동강 벨트'를 중심으로 야권의 기대감이 여느 때보다 높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문성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등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단'으로 알려진 인사들이 출마하는 부산 북·강서, 사하, 사상 등 5개 선거구, 즉 '낙동강 벨트'는 영남지역뿐 아니라 전국 총선의 최대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이곳은 서부산과 동부 경남을 연결하는 벨트로, 부산 사하 갑·을, 사상, 북강서 갑·을, 경남 김해 갑·을, 양산으로 이어지는 요충지인 셈이다.

<국제신문>은 설 연휴가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25일 '야당 18곳 모두 출사표'란 제목을 1면 머리기사로 올렸다. 심상치 않은 '낙동강 기류'를 예의주시한 기사다. 신문은 "한나라당 현역 의원의 대대적 물갈이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야권에선 친노 인사들이 '낙동강 벨트'를 중심으로 공략에 나섰다"며 "총선 최대 격전지인 부산에선 여야 후보 수가 비슷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팽팽한 '낙동강 벨트'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부산 예비후보를 정당별로 보면 한나라당 소속이 54명, 민주통합당 소속이 24명으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이어 통합진보당 소속 14명, 진보신당 2명, 미래희망연대 2명, 창조한국당 1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과거 총선에서 후보조차 내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국제신문>은 이날 사설 '변화와 쇄신 요구하는 설 민심 겸허히 읽어라'에서도 정치지형의 변화를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낙동강 전투' 결과에 대한 예측이 어려웠던지 말미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반칙을 저지르면 가차 없이 휘슬이 울릴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부산일보>도 이날 설 민심을 1면과 3,4면 등에서 대대적으로 전했다. 이 가운데 '부산 총선 공천… 한나라 얼마나 바뀌나'란 제목의 기사는 요동치는 PK민심을 잘 대변했다. '총선 공천은 야권보다는 한나라당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기사는 "여의도 정가에선 부산의 경우 지역여론이 특히 안 좋은 현역 1~3명을 본보기로 탈락시킬 가능성을 점친다"고 밝혔다.

[대구경북] "노풍 부산상륙", "막아내라"...'낙동강 벨트' TK까지?

<영남일보>가 설 연휴 시작과 함께 내보낸 선거와 민심 관련기사. 인터넷신문 캡쳐.
 <영남일보>가 설 연휴 시작과 함께 내보낸 선거와 민심 관련기사. 인터넷신문 캡쳐.
ⓒ 영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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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벨트'가 TK민심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설 연휴가 시작되던 지난 21일 <영남일보>는 1면 머릿기사에서 이런 분위기를 예리하게 분석했다. '부산발 '여야할거' 'TK민심 움직일까'란 제목에서부터 움직임을 잘 암시해 준다.

"대구와 경북 입장에선 낙동강 벨트의 영향력이 관심이다. 낙동강을 타고 '바람'이 전파되면 대구와 경북도 일정부분 영향권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운을 뗀 기사는 "한나라당으로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에서 부산으로 넘어올 바람을 차단해야 하고, 민주통합당으로선 김해의 바람을 확장시켜 부산 전역으로 전파해야 하는 전초기지"라고 전세를 분석했다.

그러더니 연휴가 끝난 후 25일 1면 머리기사 제목을 "TK의원에 실망 이번엔 꼭 투표 참 일꾼 뽑을 것"으로 뽑았다. 신문사 시민기자들이 장터에서, 설 음식상을 둘러앉은 가족 사이에서, 거리에서 오고 간 바닥민심을 훑었다는 기사는 "정치권 특히 지역 국회의원에 대한 불만이 컸다"며 "그래서인지 이번만큼은 제대로 된 인물을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달했다.

더 나아가 세대별로 분석한 표심이 시선을 끈다. 기사는 "20∼30대의 경우 반한나라당 성향이 강했으나, 상대적으로 정치에 대한 관심은 떨어졌다"며 "60∼70대의 민심동향이 예사롭지 않다"고 전했다. 그 이유로 기사는 "여느 연령대보다 친한나라당 성향이었으나, 예전에 비해 그 농도가 많이 옅어졌다"고 진단했다. 신문은 이날 사설 '설 민심으로도 확인된 민생의 절박함'에서도 "지역 주민들이 표출한 바닥 민심의 첫 번째 화두는 역시 민생"이라며 "그만큼 서민들의 삶이 팍팍하고 생계가 곤궁하다는 반증이며, 민생을 짊어지고 있는 정치인과 정부의 책임이 참으로 무겁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매일신문>도 설 연휴 민심의 키워드는 '선거와 변화'였다고 지면에 담았다. 이날 3면 전면을 '설 민심 관심사는 선거와 변화 열망', '재창당 대신 15년 간판도 바꿔?', '한나라, 당 대표 최고위원도 없앤다'란 제목의 기사들로 채웠다. 특히 '설 민심 관심사는 선거와 변화 열망'란 제목의 기사에선 "설 연휴 대화상의 최고 화두는 선거였다"면서 "유권자들은 특정 정당이면 무조건 찍어주던 관행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사도 강하게 피력했다"는 내용을 부각시켰다.

[광주전라] "못 믿을 정치, 다 바꿔...텃밭 기대지 말고 전국으로 나가라"

<광주일보> 25일자 1면 머리기사.
 <광주일보> 25일자 1면 머리기사.
ⓒ 광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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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꿔 열풍'이 호남지역에서도 거세게 일고 있다. 설 연휴가 시작되던 첫날 주민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물갈이', '인물론'을 강조했던 지역 일간지들이 설 연휴가 끝나자 다시 '교체론'을 들고 나섰다. <광주일보>는 25일 1면 머리기사에 '못 믿을 정치, 다 바꾸겠다'란 제목을 뽑았다.

현역 국회의원들과 예비후보들을 통해 설 민심을 들여다 보았다는 기사는 "설 연휴 기간 찾아온 매서운 추위만큼이나 현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컸고 제 역할을 못하는 정치권에 대한 비판이 따끔했다"고 밝혔다. '민심이 전하는 지역 총선 '물갈이론''이란 제목의 이날 사설은 더 노골적이다. "지난 주 <광주일보>가 4월 총선과 관련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광주·전남지역 유권자 절반 이상(51.2%)이 새로운 인물을 지지하겠다고 응답했고, 현역 국회의원 지지 의사는 38.6%에 그쳤다"며 변화의 바람이 대세임을 재차 강조했다.

정치권에 대한 충고도 빠뜨리지 않았다. "지역민심을 제대로 읽었다면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를 발굴해 개혁적인 공천을 하는 게 우선이며 기득권에 안주하는 인사라면 누구든 가차 없이 물갈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당의 과감한 인적 쇄신은 텃밭이나 다름없는 호남에서 시작돼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는 뼈아픈 충고가 뒤를 이었다.

약속을 한 듯 이날 <전남일보>도 1면과 사설에서 설 민심이 기울었음을 암시했다. 신문은 특히 '여론조사로 나타난 지역 민심 보라'란 제목의 사설에서 "<전남일보>가 광주전남 유권자 1만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현역 의원을 교체해야 한다고 응답했다"며 "전남은 50%, 광주는 58%가 이 같이 응답해 '국회의원 물갈이'를 바라는 여론이 큰 줄기를 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제기했다.

대안도 제시했다. "그렇다고 현역 의원들을 무조건 탈락시키라는 것은 아니다. 다선 의원들이 광주전남에 안주하지 말고 과감하게 서울 등지에 출마하여 전국적인 인물로 성장해 나가고 광주전남에는 새로운 정치인이 수혈되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사설은 강조했다.

전북은 정세균·정동영·장세환 현역의원들의 타 지역 출마 또는 불출마 선언으로 공백이 된 지역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북일보>는 25일 '세대교체 통해 전북 정치 지형 바꾸자'란 제목의 사설에서 "장세환 의원(전주 완산 을)이 '야권통합의 불쏘시개가 되겠다'며 불출마 선언을 한 상태인 데다, 정세균·정동영 의원이 지역구를 서울로 옮겨갔기 때문에 도내 11개 지역구중 3개 지역구가 정치신인으로 채워지게 된다"면서 "이번 총선을 전북정치력을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로 만들자"고 호소했다.

[대전충청] "설 민심 냉랭.. .먹고사는 문제부터 해결하라"

<충청일보>가 25일 내보낸 설 민심 관련기사. 인터넷신문 캡쳐.
 <충청일보>가 25일 내보낸 설 민심 관련기사. 인터넷신문 캡쳐.
ⓒ 충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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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과 호남지역의 뜨거운 '선거, 변화' 열망과는 달리 충청지역은 경제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냈다고 언론들은 일제히 보도했다. 25일 <대전일보>는 '충청권 설민심 먹고사는 문제부터 해결해라'란 제목의 3면 머리기사에서 "4·11 총선을 앞둔 충청권 설 민심은 차디찬 '대한'날씨 만큼이나 냉랭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기사는 이어 "여야 3당 대전·충남 시·도당 위원장과 정치신인들을 포함한 예비후보들은 설 연휴 동안 명절 민심잡기를 위해 선거구 곳곳을 누비고 다녔지만 예년과 같은 선거 분위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특히 최근 전당대회 돈 봉투 파문과 관련 여야가 모두 연루됐다는 의혹이 일면서 여야를 싸잡아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았다"고 덧붙였다. 기사에서 선진당 류근찬 충남도당위원장은 "경기 부양이 안 되니 민심이 난리다"면서 "예비후보자들이 돌아다니기는 하지만 유권자들의 관심 밖 이야기"라고 언급했다.

<충청투데이>도 이날 "서민들 정부·정치 불신 심각"이란 제목의 1면 기사에서 "4·11 총선 주자들이 설 연휴 동안 최대 화두로 경제 회복을 외치고 나섰지만, 지역민의 싸늘한 눈초리에 기가 눌리고 말았다"며 "설 연휴 동안 지역구를 지킨 대전·충남 현역 의원과 예비후보들은 민심 이반의 심각성을 한목소리로 제기했다"고 내보냈다.

충북지역도 썰렁한 분위기는 마찬가지. <충청일보>의 이날 1면 머리기사에서 묻어난다. '설 민심 냉랭…정치권 '긴장''이란 제목의 기사는 싸늘한 설 민심을 대변했다. 기사는 "4·11총선을 70여일 앞둔 여야가 설 연휴를 맞아 '민심잡기' 총력전에 들어갔지만 민심은 싸늘했다"면서 "한나라당 충북도당, 민주통합당 충북도당, 자유선진당 충북도당 등 지역정치권은 앞 다퉈 전통시장과 상가 등을 찾아 민심잡기에 총력을 다했지만 먹고 살기가 어려워진 것이 바로 정치권의 무능 때문이라는 지탄의 목소리가 한꺼번에 쏟아졌다"고 전했다.

기사는 또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각박해지면서 정치에 대한 불신의 벽은 높아져 설 민심은 어느 때 보다 흉흉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러한 민심의 흐름을 어느 정당이 꿰뚫고 개혁적인 공천과 쇄신을 이뤄내느냐에 따라 총선의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강원·제주] "살림살이 더욱 팍팍...경제부터 살려라"

<강원도민일보> 25일자 설 민심 관련기사. 인터넷신문 캡쳐.
 <강원도민일보> 25일자 설 민심 관련기사. 인터넷신문 캡쳐.
ⓒ 강원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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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과 제주 역시 설 대화상 화두로 민생경제가 올랐다. <강원도민일보>는 25일 1면에 '냉랭했던 설 민심, 경제를 살려달라'는 제목의 머리기사에서 "4·11총선이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설 연휴기간 국회의원들과 예비후보자들이 느낀 민심은 도 전역을 몰아친 한파만큼이나 차가웠다"고 밝혔다.

이어 기사는 "한나라당은 자영업자 카드 수수료 인하, 축산농가 사료대출금 상환연기 등 서민경제를 위한 정책을 발표하고, 민주통합당도 부가세 간이과세 대상자 확대, 카드 수수료 인하 등을 내걸고 '설 민심' 잡기에 나섰지만, 정치권을 바라보는 도민들은 대부분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도민들은 '물가상승과 전세난, 소값 파동 등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다'며 '경제를 살려달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설 민심 파악 이후 총선정국의 향배'란 제목의 사설에서도 "이번 설을 보낸 도민, 나아가 국민들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며 "고단한 삶의 무게가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총선에 나서는 기존 정치인과 신인들의 이번 설 민심탐방이 과거와 같이 표만을 의식한 행보가 아니었기를 바란다"는 사설 주문이 무겁다. <제민일보>도 이날 '설연휴 화두 선거와 경제'란 제목의 기사에서 고물가·취업난 등 서민경제 회생과 일자리에 대한 바람이 제주 설 민심의 화두로 등장했다고 전했다.

기사는 "도민들은 오랜만에 친인척, 지인 등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꽃을 피었으나 피부로 체감하는 고물가에 한숨을 내쉬었다"며 "설 장보기를 비롯한 밥상 물가를 걱정한 주부, 고유가를 걱정한 직장인까지 '월급 빼고는 다 올랐다'는 세태를 반영하듯 고물가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고 밝혔다. 그러더니 어두운 설 민심을 기사는 이렇게 함축했다.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데 따른 불만은 자연스레 정치권으로 옮겨가면서 정치권에 대한 싸늘한 민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태그:#설 민심, #4.11 총선, #낙동강 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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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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