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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이상민(대전 유성)의원.
 민주통합당 이상민(대전 유성)의원.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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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 자유선진당에서 민주통합당으로 당적을 변경해 '정치철새' 논란을 겪고 있는 이상민(대전 유성) 의원이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철새라는 비난은 자신의 허물이니 감내하겠다"면서도 "자신의 정치적 소신은 결코 변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무상급식과 반값등록금, 천안함사태, 미디어법, 한미FTA 등 수많은 사안 사안마다 자신의 소신과 당의 입장이 달랐고, 심지어 당내에서 '빨갱이 좌파'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당적 변경은 하고 싶지 않았었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또 자유선진당을 '한나라당 2중대', '수구꼴통 수준의 이념적으로 편향된 당'이라고 평가하고 "철새가 될지언정 해충이 되고 싶지는 않았고, 철새소리를 들을망정 한나라당 2중대라는 덫에서 탈출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만일 민주당이 민주통합당으로 새롭게 거듭나지 않았다면 당적을 바꾸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제 새로 태어난 정당이 중심이 되어 정권을 바꾸라는 시대적 명령을 완수하기 위해 욕먹을 각오를 하고 당을 옮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철새라고 비난하지만, 그런 비난을 받으면서 민주당에 온다고 해서 선거에서 크게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며 "지금 그런 비난이 쏟아져도 내 소신과 맞는 정당에 오니 마음이 편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자유선진당이 자신의 당적 변경을 두고 '의원 빼가기'라고 비난하는 것에 대해 "자신들 스스로 앓던 이가 빠졌다고 했으면서 무슨 의원 빼가기냐"면서 "정말 허무맹랑하고 어이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다음은 16일 오후 대전 중구 문화동 한 찻집에서 이 의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국민에게 희망 빼앗아간 정권 용서해선 안 돼"

민주통합당 이상민(대전 유성)의원.
 민주통합당 이상민(대전 유성)의원.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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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선진당을 떠나 민주통합당에 합류했다. 이를 두고 '정치철새'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꼭 당을 옮겨야 했나?
"사람들은 내가 선거 유불리 때문에 당을 옮겼다고 말한다. 그렇게 말한다면 굳이 변명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선거 유불리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것 때문은 결코 아니다. 국회의원의 기본 덕목과 책무는 민의를 대변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시대 상황은 모두가 힘들다는 것이다. 어렵게 사는 분들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사람들, 전문직 종사자들마저도 힘들다고 말하고 내일의 희망이 없다고 말한다.

이러한 상황의 원인은 전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경쟁만능주의가 원인이겠지만, 이에 조금이라도 제동을 걸고 바람직하게 변화를 시켜줘야 하는 게 정부인데, 이명박 정부, 한나라당 정권은 이를 더 가속화시키고 있다. 국민들에게 더 큰 압박과 고통을 주고 희망을 빼앗았다. 그래서 이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 그것이 이 시대 최고의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내 소신이다. 국민에게 희망을 빼앗아간 정권을 결코 용서해서는 안 된다. 또 다시 그들에게 정권을 맡겨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이명박 정권 퇴출과 새로운 세상 만들기에 동의하는 모든 정치인이 모여야 한다. 그것이 바로 범야권연대이다. 저는 이를 일찍부터 주장해 왔고, 자유선진당도 이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자유선진당은 한나라당 2중대에 머물렀다. 한미FTA 비준 동의 처리과정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도저히 그들과 같이 할 수 없었다. 그래서 탈당했다. 물론 민주통합당이 완전무결한 정당은 아니다. 하지만 민주당이 정권교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가장 근접한 정당이고, 또 시민사회세력이 함께 하면서 새롭게 태어났기 때문에 저도 그들과 같은 꿈을 꾸면서 함께 힘을 보태기 위해서 참여하게 된 것이다."

-자유선진당의 당론과 이 의원의 소신이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자유선진당 정책위의장까지 지내지 않았는가? 어떤 면에서 맞지 않았는지 구체적 사례를 얘기해 달라.
"자유선진당에 입당할 때 내가 내걸었던 것은 자유선진당이 '보수'라는 것은 인정하되, 다만 완고한 보수가 아닌 부드러운 보수를, 냉혹한 보수가 아닌 따뜻한 보수를 지향함에 있어 내가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동안 평의원으로서, 또 정책위의장으로서 당이 부드럽고 따뜻한 보수가 되도록 정책을 만들고 성명을 내놓고 나름 노력해왔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건건마다 당의 최고지도부, 곧 이회창 대표나 다른 의원들에 의해서 좌절되고 말았다.

첫째 무상급식 정책이다. 무상급식의 필요성에 대해 전체의원에 설명하고 설득했다. 국가가 당연히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겨우 동의를 구했는데, 다음날 공식회의에서 이회창 대표가 손바닥 뒤집듯이 단칼에 뒤집어 버렸다. 무상급식은 무책임한 인기연합주의 포퓰리즘이라고 말하고 대변인 성명을 내고, 무상급식은 당론이 아니라고 뒤집어 버렸다. 그 때 정말 좌절감을 느꼈다. 또 미디어법의 경우도, 격론을 통해서 각자 알아서 표결하기로 했는데, 이회창 대표가 찬성으로 분위기를 잡고 이끌어 갔고, 위법논란이 일어나자 나는 위법이라고 주장했는데, 이 대표는 곧바로 다소 시끄러웠지만 위법은 아니라고 발표해 버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방선거 후에는 사설정당에 가까운 비민주적인 당 운영을 비판했다.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회창 사퇴를 촉구했다. 그런데 이 대표가 물러난 지 10일도 안 돼서 지방선거 당선자들이 첫 워크숍에서 이 대표 복귀를 촉구했다. 무슨 봉건시대도 아니고… 이는 민심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그 밖에도 무상보육, 무상교육, 반값등록금 관련 정책을 아무리 내놓아도 의원들의 동의를 받지 못했고, 심지어 그런 정책을 쓰레기 취급했다. 천안함 때는 진실규명을 외쳤지만, 이회창 대표가 무작정 북한의 소행으로 단정 짓고 불바다 이야기나 하고, 통일문제와 대북정책은 너무나 극단적이었다. 심지어 당내에서 '빨갱이 좌파'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런 이회창 전 대표는 뒤로 물러났다. 지금은 심대평 대표 체제 아닌가?

"심 대표 체재가 됐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 심 대표는 제대로 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대통령을 몰래 만나기나 하고, 또 그런 사실을 당에 숨기고… 한미FTA 비준안 처리 때는 어땠나, 분명 당론으로 반대하기로 정했는데, 이를 따르지 않았다. 농민들의 아픔을 보듬기는커녕 그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행태를 보였다. 표결에 들어가자 당론을 어기고 5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그런데도 당에서는 그들을 아무도 제재하지 않았다. 제재는커녕 오히려 심 대표가 자유표결하라고 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도저히 같이 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보기에는 그들은 '수구꼴통'이고, 또 반대로 그 쪽에서 나를 볼 때는 말 그대로 '좌빨'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같은 비전을 가지고 같은 꿈을 꾸면서 같이 갈 수는 없었다.

이제는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을 바꾸려는 노력과 사람을 설득하는 일은 그저 소모적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유쾌한 결별'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당적변경은 분명 나의 허물... 정치적 소신은 바꾼적 없어"

-그러한 정치적 소신에 대해서는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왜 하필 총선을 코앞에 둔 시기인가?
"자유선진당 내에서 열심히 부딪쳐 보았다, 때론 절망하여 도저히 안 되겠다 하다가도 작은 기대감으로 노력하면 되겠지 하면서 다시 부딪쳤다. 또 개인적으로 한 번 경험한 '당적변경'은 결코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정치인들의 행태에 대해 그렇게 비판하던 내가 한 번도 아니고 또 다시 그런 짓을 해야 하나, 차라리 그만 두자 하는 괴로운 심정으로 참고 또 참았다. 당 지도부와 갈등을 빚을 때 사람들은 탈당명분 쌓기라고 비난했지만, 내 진심은 혹시 변화하지 않을까, 어떻게든 당을 옮기지 않고 소신을 관철시켜 보고 싶었다.

동시에 지난 17대 때 민주당에서 같이 했던 선배의원들이 빨리 넘어오라고 얘기했다. 지난번은 공천 나눠먹기로 인해 희생당한 것이니까 이제는 그런 구태는 없을 테니까 오라고 했다. 심지어 지역위원장 자리까지 비워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스스로는 당적변경은 해서는 안 된다. 나 자신에게 너무 부끄럽다. 그런 생각을 했다. 부담감이 너무 커서 '불출마'를 생각하기도 했다. 이렇게까지 해서 의원신분을 연장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쉽사리 실행에 옮기지 못했었다.

그런데 마침 민주당이 변했다. 새로운 통합의 시대를 열었다.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정당으로 변했다. 반MB와 정권교체, 통합과 연대, 서민을 위한 새로운 세상만들기에 부합하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났다. 내가 꿈꾸던 것과 다르지 않았다. 만일 민주당이 예전 그대로 유지됐다면 어쩌면 당적변경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상적으로 철새라는 비난은 피할 수 없지 않겠나? 철새가 아니라고 할 수 있나?
"당적변경이라는 것은 분명히 나의 허물이다. 나를 지지해 주시고 지켜보아 온 분들에게 정말 죄송하다. 그 전에도 당적을 변경했다는 콤플렉스가 있었고, 그래서 더 주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부담감 보다는 훨씬 더 크게 봐야한다고 판단했다. 우리가 꼭 이 시대에 해내야 하는 것, 민주, 평화, 통일, 복지 등 이런 일을 해낼 수 있는 정치세력에 합류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철새라고 한다면 그 허물에 대해서는 감내하겠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는 당적은 바꾸었어도 정치적 소신은 바꾼 적이 없었다. 단 한 번도 없었다. 나의 정치적 소신으로는 한나라당 2중대, 민심편 가르기 수구꼴통 수준의 이념적으로 편향된 당에 계속 머무를 수 없었다. 어쩌면 당적변경이라는 무거운 짐이 더 일찍 떠나야 했던 나를 볼모로 잡아 놓았던 것은 아닌가 한다. 철새가 될지언정 해충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철새소리를 들을망정 한나라당 2중대라는 덫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주변이나 지역민의 반응은 어떠한가?
"반응 이전에 우선 나는 지금 너무 행복하다. 민주당 행사에 가면 그동안 미운오리 새끼에서 백조가 된 느낌이다. 비난 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응원해 준다. 오히려 당적변경을 감추고 싶어서 누가 나를 알아볼까봐 숨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저도 잘 모르는 분들이 찾아와서 격려해 준다. 힘을 합쳐야 한다며 잘 왔다고 말해준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보면 잘 했다는 격려가 99% 정도다. 아주 조금 비판하는 분들이 있는데 거의 대부분이 잘 했다고, 일찍 옮겼어야 했다고 말해 주신다."

-주변은 그렇다고 해도 유성지역에 경쟁자가 있고, 당원들의 분위기도 냉랭하지 않은가?
"사실이다. 송석찬 전 의원님과 그 분을 지지하는 분들이 비판을 하고 있다. 할 수 없지 않은가, 그런 것은 내가 감내해야 할 부분이고, 그런 비판은 또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본다. 옳다 그르다라고 말할 입장도 아니고, 그저 나의 성찰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다만, 앞으로 정치활동을 하면서 행동으로 보여주려 한다. '이상민 당적변경하면서 욕 많이 먹었지만 그래도 의정활동은 잘했다. 정권교체에 큰 힘이 됐다'는 말을 듣고 싶다. 이 시대에 나의 역할이 분명히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다."

민주통합당 이상민(대전 유성)의원.
 민주통합당 이상민(대전 유성)의원.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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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에서 지역위원장으로 임명했지만 결국은 경선을 거쳐야 한다. 불과 100일 앞두고 당을 바꿨는데 승리할 자신이 있는가?
"자신 있다 없다는 말은 할 수 없고, 다만 현역의원으로서 있는 그대로 평가 받을 것이다. 당에서 정한 모든 원칙을 그대로 따를 것이고, 당원과 구민들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통합진보당 등 야권 세력과 연대를 해야 하는데?
"보수, 수구세력은 항상 굳건하다. 반면 진보, 개혁세력은 소리만 무성하지 결속력이 약하고 분열되어 있다. 그래서 결속을 굳건히 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연대하고 통합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동의하고 동참할 것이다. 총선과 대선 과정에서 반MB, 반한나라당, 정권교체라는 목표에 뜻을 같이하는 모든 세력은 다 통합하고 연대해야 한다. 전국뿐만 아니라 유성지역도 마찬가지다. 경선절차를 통해서 분열되지 않도록 결속해야 한다. 그래야 이명박 정권을 심판할 수 있다. 밥그릇 싸움하다가 분열되면 역사 앞에 죄인이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노무현 정권의 최대 오점은 이명박 정권에게 정권을 넘긴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유선진당은 이상민 의원의 당적변경을 두고 '의원 빼가기', '군소야당 파괴공작'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당사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나 스스로 자유선진당과 맞지 않아서 나왔는데, 그리고 민주당과 가장 뜻이 맞는다고 생각해서 합류했는데 무슨 빼가기이고 공작인가, 또 자유선진당 스스로 '앓던 이가 빠졌다'고 표현하지 않았나, 그런데 무슨 빼가기인가, 정말 허무맹랑하고 어이없는 이야기다."


태그:#이상민, #민주통합당, #정치철새, #자유선진당, #당적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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