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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명의 임원과 조합원이 '돈 봉투 선거'로 기소(수협 선거에도 등장한 '돈봉투'...무더기 '구속')되면서 포항수협이 1962년 설립 이후 50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임원 없는 수협'으로 전락하면서 말 그대로 포항수협은 패닉 상태다.

기소 사실이 알려지자 10일 수협 안팎에서는 이런 사태가 수협 이사 선거제도의 구조적 모순과 파벌 선거 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수협 이사 선거는 투표권자인 조합원이 대의원 26명을 선출하고 그 대의원들이 이사를 뽑는 간접선거 방식을 채택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사 출마자들은 대의원에게 목을 맬 수밖에 없다.
 
선거의 구조적 모순은 포항수협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산업협동조합법은 임원의 선출을 총회에서 하도록 하고 있지만, 포항수협의 경우 조합원 1327명이 직접 참여하는 직접선거를 하기에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대의원회로 총회를 대신한다.
이런 구조는 전국의 농·축·수협이 모두 비슷하다.

포항수협 이지형 총무과장은 "규모가 작은 조합은 조합원의 투표로 임원 선출을 하는 곳도 있지만, 일정 규모가 넘어서면 대부분 대의원회를 통해 임원을 선출한다"며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전국적으로 같은 선거구조에 같은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에서는 이런 선거구조의 모순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대의원 수를 늘리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수협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서 보듯 대의원 수가 26명 밖에 되지 않아 조직적이고 치밀한 돈 봉투 선거가 가능했다"며 "이번 기회에 정관을 개정해 대의원 수를 3배정도 늘려야 한다. 80명의 대의원을 상대로 돈봉투 선거를 하기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벌선거와 이사의 '무소불위' 권력도 이번 '돈 봉투 선거'의 원인으로 꼽혔다. 비상임 이사 선거의 출마자는 18명. 이사 자리는 9개. 딱 두 배수가 출마했다. 왜 일까? 두 파로 나뉘어 9명씩 출마했기 때문이다. A파, B파 이런 식이다. 결과도 한쪽으로 쏠렸다. A파에서 9명이 당선되고 B파는 몽땅 낙마했다. 지난해 8월 치러진 포항수협 비상임 이사 선거 결과다.

포항수협 이사 선거는 대의원 1명이 9명의 출마자를 선택해 투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결과를 놓고 보면 대의원들이 어느 파에 어떤 후보가 속해 있는지 투표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몇 해 전 선거에 관여했다는 K씨는 "이사직에 욕심이 있는 사람은 대의원 선거 때부터 자기 사람을 대의원에 앉히려고 조합원을 대상으로 물밑 작업을 시작한다. 한 선거구 당 조합원 수가 60명 정도니까 30명만 매수하면 자기 사람을 대의원으로 만들수 있다"며 "자기사람이 대의원으로 당선된다는 것은 이사 선거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한 표를 얻는 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쪽 파에서 이사가 모두 뽑히는 것도 우스운 일"이라며 "벌써 31일에 있을 대의원 선거를 두고 작업이 시작됐다는 말도 공공연히 떠돈다. 이런 이분법적 대립 때문에 수협 내에서 고소와 고발이 끊이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수협 관계자는 "직원 채용이나 승진 등에서 비상임 이사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임기동안 비상임 이사가 자신의 자녀나 친인척 한두 명 정도는 계약직 직원으로 넣는 일도 다반사다. 수십명이 비상임 이사의 영향력 행사로 입사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31일 대의원 선거와 이후 있을 이사 선거에서 조합장과 조합원, 수협직원, 대의원, 이사 모두 금품선거의 관행을 버리고 깨끗한 선거를 치뤄야만 예전 수협의 이미지를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그:#포항수협, #포항시, #금품선거, #포항지청,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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