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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의 마지막 해가 저무던 지난 12월 31일 오후 6시쯤,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자신을 OOO이라고 밝힌 한 남성은 "기사를 그렇게 편파적으로 쓰면 어떻게 하느냐"고 따졌다. 전날 <오마이뉴스>에 보도된 기사(보수진영, 울산동구 진보후보 공격... 왜?) 내용을 항의하는 전화였다.

 

이 기사는 통합진보당 이은주 울산시의원이 19대 총선에 울산 동구에서 출마하기 위해 시의원직을 사퇴한 것에 대한 내용이다. 보수진영에서 "주민의 봉사자로서 임기를 다 채우는 것은 주민과의 준엄한 약속인데, 이를 외면한 이 의원의 사퇴를 강력 규탄한다"고 공격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분석기사다.

 

지난해 여러 번 기사를 썼지만, 이 의원은 울산시의회 상임위원장으로서 지역현안인 석유화학단지의 고황유 가동 연료를 허용하려는 울산시의 조례안을 유보시키면서 보수진영의 공격을 받았다.

 

울산시를 옹호한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들로부터 징계를 받을 처지에 놓였고, 석유화학 업계와 보수단체 등으로부터는 경제를 외면한다는 지적을 받은 것.

 

하지만 이 의원은 조례안 유보가 시민 여론을 수렴하고 결정했고, 지역사회를 위해 옳은 길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었다.

 

31일 전화에서 그가 문제 삼은 것은 "동구는 총선에서 진보진영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전망되며 그동안 동구지역 시의원인 이 의원의 출마는 기정사실화 돼 왔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어온 이은주 의원에 대한 보수진영의 공격은 예고된 수순으로 분석된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고황유 조례안 파동과도 연관이 없지 않은 것이다.

 

이같은 기사 분석은 지난 2010년 6.2지방선거와 2011년 4.27 재선거에서 표를 통해 나타난 민심을 토대로 했으며, 이 의원의 총선출마 가능성은 그동안 지역정가에서 널리 알려져 있었고, 지역언론에도 수시로 거론되어 오던 바다.

 

하지만 전화를 건 사람은 "왜 이은주 의원의 출마가 기정사실화라고 기사를 썼느냐"는 점을 들어 편파적인 기사라고 지적했다.

 

이 질문을 받은 기자는 "이은주 의원과 대척점에 있는 한나라당 관계자일 것"이라고 지레 짐작했다.

 

하지만 전화 말미에 그는 자신이 통합진보당 사람이라고 했다.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특히 이 의원이 시의회 사퇴 직전 고황유 조례안 파동으로 보수진영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던 점을 상기하면 더더욱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출마 야권 인사들, 그동안 뭘했나

 

지난해 울산을 관통한 현안들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울산이 최고 부자도시이면서도 무상급식예산은 유일하게 0원인점, 3월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으로 둘러쌓인 울산시민들이 느낀 불안감, 그리고 10년만에 다시 공해트라우마를 불러온 석유화학단지의 고황유 허용 등이다.

 

이런 일련의 현안에서 비이상적인 현상을 몸으로 저지한 사람들은 다름 아닌 야권의 여성 정치인들이었다.

 

당시 민주노동당 이은영 시의원은 2010년 12월 차디찬 시의회 로비 바닥에서 23일간의 단식농성을 벌이며 "4년간 싸우겠다"고 목청을 높이며 무상급식예산 확대를 요구했었다. 같은 당 이은주 시의원은 최근 다수당인 한나라당과 보수단체 등에 맞서 고유황유 조례안 저지를 위해 농성 등으로 맞섰다.

 

이런 현안들과, 이번 전화지적과 연관해서 언뜻 몇 가지 점이 상기된다. 올 총선을 앞두고 통합진보당은 물론 민주통합당에서도 출마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의 야권은 그동안 이들 여성들이 홀로 투쟁할 때 과연 무엇을 했는지, 지금 소위 안철수 열풍을 타고 정의를 부르짖으며 총선 출마를 선언하는 인사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한마디 말이라도 거들었는 생각해 볼 일이다.

 

야권의 일부 인사들은 이명박 정부 들어 몸을 사려 왔던 것이 사실이다. 당이 어렵다며, 그토록 자치단체장 출마 등을 호소해도 당선가능성을 계산해가며 애써 모른 채 칩거에 들어갔었다.

 

여성 정치인들이 무상급식 확대와 고유황유 저지를 위해 홀로 고군분투할 때도 이들은 한마디 말로도 거들지 않았다.

 

그런 그들이 안철수라는 바람을 타고 사회여론이 차리려는 총선 밥상에 숟가락만 놓으려 한다는 것을 아는 시민들은 다 알고 있다.

 

이은주 시의원은 시의원 사퇴와 관련한 기자의 취재에 "혼자 아무리 막으려 해도 못 막는 것들이 있었다. 더 강한 힘을 길러 불의에 맞서기 위해서"라고 사퇴의 변을 밝혔었다.

 

안철수 바람을 타고 총선 출마를 선언하는 그들이 숟가락을 놓기 전에 해야 할 일은 지역현안에 대한 참여와 행동이 아닐까.

 

이것이 선결되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시민들이 과연 이들에게 선뜻 표를 내어줄지는 미지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울산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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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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