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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말하는 대로'다. 유재석씨가 <무한도전>을 통해 내놓은 이 노래 한 곡에 수많은 자기계발서의 '정수'가 녹아 있다.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다', 베스트셀러 <꿈꾸는 다락방>의 '생생하게 꿈꾸면 이뤄진다'와 상통한다. 세계적인 성공학 대가 브라이언 트레이시도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꿈꾸라고, 말하라고 말이다.

물론 여기까지다.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꿈꿔야 할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여전히, 오롯이, 독자의 몫으로 남게 마련이다. 그 힌트를 줄 만한 책이 최근 또 한 권 나왔다. 취항 2년 만에 1000억 원 대 매출을 올린 저비용 항공사, 이스타항공의 이상직 회장이 <촌놈, 하늘을 날다>(이상직 저, 고즈윈 펴냄)를 내놨다.

"나는 최고(best one)가 되는 일보다 그 분야에서 유일한(only one) 사람이 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유일한 사람이 미래에 더욱 경쟁력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온리 원이란 한 마디로 자신만이 가진 장점을 특화시키는 것이다."

쌍코피 쏟으며 모은 100만 원, <한겨레> 창간 소식에...

학창 시절의 이상직 회장. 한 때 대학가요제 출전을 꿈꿀 만큼 기타 치기를 즐겼다고 한다. 지금의 모습과 비교하면 다소 의외의 모습이다
 학창 시절의 이상직 회장. 한 때 대학가요제 출전을 꿈꿀 만큼 기타 치기를 즐겼다고 한다. 지금의 모습과 비교하면 다소 의외의 모습이다
ⓒ 이상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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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상직 회장, 전형적인 자수성가 모델이다. 시골 '촌놈' 출신으로,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뼈빠지게 대학 시절을 보냈다고. "식당에서 설거지", "출근 시간 푸시맨으로 만원버스에 승객들 밀어 넣기", "웨이터로 일하다 지쳐서 쌍코피", "말 그대로 고단한 일상을 이어나가던 고학생"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하필, 형에게 신세지는 것이 싫어 그렇게 딱 100만 원을 모았을 그 때, <한겨레 신문> 창간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곧바로 100만 원 모두 출자했다고 한다. '지리산 호랑이'로 불렸던 독립운동가 석상용에게 무기를 제공했다가 고초를 겪었던 가족사, 역시 피는 '돈'보다 진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성공에 목말랐던 젊은이는 졸업 후 현대그룹에 입사한다. 이어 현대증권에서 최고의 펀드매니저로 승승장구, 높은 수익률로 회사에 엄청난 이익을 안겨줬다고 한다. 열 배 이상의 수익률을 의미하는 '텐베거'의 사나이로 불렸던 것도 그때였다고. 터닝 포인트는 그 다음이다.

"이득을 빼돌려 흥청망청하는 기업인", "오로지 개인 욕망을 채우기 바쁜 기업인" 등을 보며 자신의 직업에 회의를 느꼈다고 한다. 이런 경영주들에게 돈을 몰아주는 게 "내게 어떤 보람을 가져온단 말인가". 누구나 선망하는 성공보다는 자신의 꿈, '내 마음 속 작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던 셈이다. 나는 무엇을 꿈꾸어야 하는가.

상상력을 발휘하라 "잘 알고, 잘 하는 일을 개발하라"

이상직 이스타항공 회장이 최근 내놓은 <촌놈, 하늘을 날다>
 이상직 이스타항공 회장이 최근 내놓은 <촌놈, 하늘을 날다>
ⓒ 고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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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론은 그동안 숱하게 목격한 '그들'과는 다른 경영자가 되자는 것, 이 회장은 "진정한 경영자"라고 표현한다. 이런 결심을 한 그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고 한다. '텐베거' 시절 인연을 맺은 중견그룹 케이아이씨 회장이, 아들 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그룹 경영을 제의했다는 것이다. 
그 다음은? 일단 간략하게 요약하고 넘어간다. 그의 '성공담'보다는 '성공론'이 더 궁금하므로, 또 '해피 엔딩'으로 아직 끝난 이야기도 아니니까. '그룹을 인수해 성장시켰고, 다음 성장 동력을 저비용 항공산업에서 찾았고, 아직까지 이스타항공이 잘 날고 있다'는 요약 정도면 충분하리라 본다.

이 회장의 성공론은 '온리 원'으로 요약된다. "한 방향으로 달리면 일등은 한 명밖에 없지만 360도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달리면 모두 일등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중국 속담 '360행행행출장원(360行行行出狀元)'을 즐겨 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기가 잘 알고, 잘하는 일을 개발해 해당 분야에서 자기만의 독특하고 우월한 무기를 개발하는 일"이 '온리 원'이다.

그러기에 '온리 원'에서 상상력은 꼭 필요하다. 이 회장은 그 상상력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목표하는 바에 도달했을 때를 상상하는 것"은 기본. 일상적으로는 새로운 생각, 즉 "기존의 뻔한 사고의 틀 허물기" 또는 "늘 그럴 거라 생각하던 습관에서 벗어나 다르게 접근하기" 등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다면, '레드오션'과 '블루오션'은 결국 종이 한 장 차이인 셈이다.

"다양한 스펙트럼 존중받는 세상 올 거라 확신"

이상직 회장의 절친 모임 'PB클럽'. 여학생과의 미팅을 계기로 '피닉스 보이(Phoenix Box)'로 바뀌었다고 한다. '원뜻'은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서로에게 든든한 울타리였다고 회고하고 있다. 그 중 여섯 친구는 의사, 다른 한 친구는 기업 인사 담당 임원이 됐다고 한다.
 이상직 회장의 절친 모임 'PB클럽'. 여학생과의 미팅을 계기로 '피닉스 보이(Phoenix Box)'로 바뀌었다고 한다. '원뜻'은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서로에게 든든한 울타리였다고 회고하고 있다. 그 중 여섯 친구는 의사, 다른 한 친구는 기업 인사 담당 임원이 됐다고 한다.
ⓒ 이상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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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은 한 때 '레드오션'으로 평가받던 저비용 항공 시장에 뛰어들어 이스타항공이 순항하고 있는 이유 역시 '온리 원'에서 찾는다.

김포-제주 노선 최저가로 1만9900원을 책정한 것이나, 항공권을 빨리 예매한 사람에게 더 큰 요금 혜택을 주는 '얼리 버드(early bird)' 요금제, 기내가 흰색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테마 디자인 적용, 유니폼의 꽃이라 불리는 항공사 유니폼을 '동대문'에서 제작한 것 등을 그 예로 꼽는다. 저비용 항공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저비용 고효율 시스템'에 따른 결과란 것이다.

따라서 이 회장에게 '온리 원'은 자신의 성공철학인 동시에 사회를 바라보는 '눈'이다. 그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자기만의 독특한 색깔이 있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 무슨 색깔을 갖고 태어났는지 확실히 찾아내는 안목일 것"이라며 "파란색을 갖고 태어난 사람에게 빨간 색의 삶을 강요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의 '눈'은 곧 우리 교육 현실로 옮겨간다. 이 회장은 "나는 미래엔 다양한 스펙트럼의 사람들이 존중받는 세상이 올 것이란 확신이 있다. 무조건 판사를 바라고, 반드시 의사를 시키는 세상은 더 이상 아니란 뜻"이라며 "주입식 교육보다는 부모 나름의 독특한 온리 원 교육 철학을 만드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한다.

"경제적 불평등만 강요... 진짜 경제민주화가 되어야"

고향에서 가족과 함께 한 이상직 회장. 책에서 이 회장은 30대 중반에 교통사고로 둘째 아이를 잃는 개인적인 아픔도 함께 전하고 있다
 고향에서 가족과 함께 한 이상직 회장. 책에서 이 회장은 30대 중반에 교통사고로 둘째 아이를 잃는 개인적인 아픔도 함께 전하고 있다
ⓒ 이상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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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이 '온리 원'을 가로막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데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그는 <달과 6펜스>를 인용하여 "최소한의 물질적 수단인 '6펜스'가 없어 고통받는 사람들의 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며 "최소한의 조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사람에게, 꿈을 꾸라고 하는 말은 사치스러운 말장난에 불과할 수 있다"고 '분노'를 내비친다.

"만약 대한민국이 반쪽 짜리 자유만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면 부정하는 친북 좌파인가? 그건 아니다 … (중략)… 경제적 불평등은 오히려 군사정권 시절보다 더 심화되었다고 한다면 무리한 판단일까. 헌법상 보장된 자유와 권리는 오직 부유한 자에게 집중되고 있다. 실제로 가난한 자에게는 경제적 불평등만이 강요되고 있다."

이 회장은 한 발 더 나아가 "이제 진짜 경제민주화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기업의 폭발적 성장은 결국 양극화의 다른 표현이 될 수밖에 없다"거나 "지금 대기업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은 국민이 아닐까 생각한다" 등 주장은 CEO로서는 확실히 '위험수위'에 가깝다.

결국 이 회장의 '꿈'은 다시 자연스레 '진정한 경영자'로 귀결된다. 그는 "기업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부를 나누어 주는 일은 은혜를 베푸는 일이 아니라 최소한의 역할이자 사명"이라며 "지금 나는 비행기 여행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거나, 쉽게 할 수 없는 국민 모두가 부담 없이 항공 여행을 할 수 있기를 꿈꾸고 있다"고 밝힌다.

에필로그

그래서, 책을 읽고, 또 여기까지 글을 쓰고, 덧붙이고 싶은 말이 떠오른다. 이 회장이 책에서 인용한 스티브 잡스의 '명언'이다. 이 회장 스스로 책에서 밝힌, 점 하나, 점 하나가, 나중에도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올해 또 다 갔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말하고 싶은' 우리들을 향한 추신이기도 하다.

"우리는 매 순간 수많은 점을 찍으며 살아간다. 그리고 나중에 뒤를 돌아본 후에야 비로소 그 점들이 선으로 이어진 것임을 알게 된다. 그러니 지금 우리는 이 점이 어떻게든 선으로 이어져 미래에 도달하고 말 것임을 믿어야 한다."


촌놈, 하늘을 날다

이상직 지음, 고즈윈(2011)


태그:#이상직, #이스타항공, #저비용항공, #자기계발서, #경제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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