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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12일)부터 참가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정상회담에서 TPP(환태평양경제연계협정) 교섭 참가를 향해 관계국과의 협의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물론 TPP에 대해서는 커다란 메리트와 함께 많은 우려가 지적되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 11월 11일 저녁 노다 총리의 기자회견 모두 발언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에 대해 일본의 정치가들이 자신들의 견해를 밝힐 때 사용하는 일본어 특유의 알쏭달쏭한 표현이었다. TPP 교섭에 일본이 참가하겠다는 것인지 일본의 교섭 참가 문제에 대해 관계국과 협의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한 기자가 직접적으로 교섭에 참가하겠다고 표현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지만, 노다 총리는 정보 수집을 위한 협의 단계에서 한발 더 내딛음으로써 "말 그대로 TPP 교섭 참가를 향한 협의"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말만 되풀이했다.

 

간 나오토 내각 때 일본은 세계 주요 국가와의 경제연계를 추진하기 위한 기본 방침이라는 것을 각의 결정했는데, TPP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언급되어 있다.

 

(APEC 회원국이 모두 참가하는)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를 향한 과정에서 유일하게 교섭이 시작되고 있는 TPP에 대해서는 정보를 수집하면서 대응해갈 필요가 있으며, 국내의 환경정비를 조속하게 추진함과 동시에 관계국과의 협의를 시작한다.

 

노다 총리의 발언과 다른 점은 "관계국과의 협의"라는 말 앞에 "교섭 참가를 향해"라는 문구가 없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들은 노다 총리의 발언을 교섭 참가를 정식으로 표명한 것으로 이해했지만, 대표적인 민주당의 TPP 반대파인 야마다 마사히코 전 농림수산상은 노다 총리의 기자회견 직후 "(노다 총리의 교섭 참가 방침 표명은) 참가 표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전협의에 그쳤다. 다음 주부터 우리들의 싸움이 시작된다"라고 말했다.

 

야마다 의원은 일본의 교섭 참가를 위해 관계국과 사전협의를 하겠다는 것으로 이해한 것으로 보이지만, 2005년 싱가포르, 칠레, 뉴질랜드, 브루나이가 서명하고 이듬해 발효된 경제연계협정(P4 협정)에는 신규 교섭 참가에 관한 별도의 규정이나 절차가 없다. 일본이 TPP 교섭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교섭 중인 모든 9개국의 동의가 필요할 뿐이다. 현재 진행 중인 TPP 교섭은 P4를 지금까지 참가를 표명한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베트남, 페루, 말레이시아까지 포함된 9개국으로 확대하기 위한 교섭이다.

 

 노다 총리는 12일(현지시각) 호놀룰루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노다 총리는 12일(현지시각) 호놀룰루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일본 총리 관저 홈페이지

노다 총리는 12일(호놀룰루 현지시각)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교섭 참가를 향해 관계국과 협의에 들어간다고 전했다. 노다 총리가 예외 없는 무역자유화에 대해 협의할 것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약속했다고 미국 측이 발표한 것에 대해서 일본 측이 사실과 다르다고 정정을 요구하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노다 총리의 결단을 환영하고 협의 과정에서 일본과 협력할 뜻을 밝혔다.

 

그렇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APEC 부대행사에서 일본에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농업분야가 가장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지만 그렇다고 교섭을 늦출 수는 없다는 입장도 함께 내놓았다. 말레이시아의 나집 라작 총리도 일본의 교섭 참가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지금까지의 교섭에서 9개국이 합의한 사항을 일본이 받아들이는 것이 전제조건이며 합의된 사항에 대한 재교섭은 있을 수 없다고 일본 언론에 밝혔다.

 

중요한 것은 TPP 교섭에 참가하고 있는 9개국이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루었는가 하는 것인데, 9개국은 12일의 정상회의에서 협정은 큰 틀에서 합의에 달했다면서 합의내용을 담은 문서를 공표했다. 여기에는 TPP의 주요 특징과 범위, 20개 분야의 법적 문서의 개요 이외에 모든 물품을 대상으로 한 관세 표와 관세분류 항목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물품 무역의 경우 관세철폐의 예외를 인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지만, 서비스와 투자 분야의 경우 제한적으로 예외를 인정하는 방향에서 교섭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또한 12월 상순에 열리는 교섭에서 2012년도의 교섭 일정을 확정하기로 했으며, 참가를 희망하는 국가와의 협의도 계속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일본 이외에도 캐나다와 멕시코도 교섭 참가 의사를 미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필리핀과 파푸아뉴기니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교섭 중인 9개국 이외에도 문호가 열려 있고 이미 상당한 수준에서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교섭 참가국이 늘어날 경우 2012년 내 협정 체결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APEC 정상회담을 마친 노다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관계국과의 협의에 들어간다는 말에 대해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대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면서 각국이 "우리나라에 요구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파악하고 정보를 수집할 것이다. 충분히 국민적 논의를 거친 뒤 국익의 시점에 서서 추진할" 것이라 강조했지만, 당내 반대파는 여전히 TPP 참가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그들을 어떻게 설득할지 노다 총리의 정치적 시련이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환태평양경제연계협정(TPP)#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노다 요시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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