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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빨리 와 봐요, 여기 제비꽃이 피었어요!"

"설마?"

"정말이에요."

 

아내가 텃밭에서 부르는 소리를 듣고 긴가민가하며 텃밭으로 나가보았더니 정말로 보랏빛 제비꽃이 빗물을 머금고 함초롬히 피어 있다.

 

이미 4~5월에 한 차례 꽃이 피어 씨가 빠져 나간 자리는 노란 꽃받침이 하늘을 향하고 있는데, 보랏빛 제비꽃이 싱싱하게 피어나다니 묘한 느낌이 든다. 더구나 오늘(11월 8일)은 입동이 아닌가?

 

 

텃밭에는 제비꽃뿐만이 아니다. 영산홍도 붉게 피어나고, 찔레장미도 곱게 피어나고 있다. 11월, 눈이 내려야 할 입동인데 제비꽃이 피어나다니! 계절이 거꾸로 가는 것일까? 온실에서 피어난다면 모르겠는데 야생에서 봄꽃이 피어나는 것은 분명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제비꽃 옆에는 된서리에 피어나는 국화가 만발하고, 김장을 위한 배추와 무의 몸집이 튼실하게 불어나고 있다. 도대체 계절의 변화를 어떻게 감지하여야 할지 뒤죽박죽이다.

 

 

11월 들어 이상기온 탓에 초여름의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거기에다가 5일부터 내린 가을비가 촉촉이 대지를 적시자 온갖 들꽃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실로 오랜만에 내린 가을비다. 처서 이후(8월 23일) 이곳 지리산 자락에는 이렇다 할 비가 내리지 않았다. 맑은 날씨가 계속되어 오곡의 추수에는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가을걷이가 모두 끝난 시점에서 목마른 내린 가을비는 고맙기 그지없다.

 

그러나 11월 들어 연일 25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 탓에 파리 모기가 득실거리고, 동면에 들어가려던 청개구리가 봄인가 하고 다시 폴딱거리며 기어 나오고 있다.  

 

추수를 끝낸 들판에는 나팔꽃이 피어나고, 유영초, 개망초, 달맞이꽃, 뱀딸기, 고들빼기까지... 봄꽃과 여름꽃이 뒤죽박죽으로 뒤섞여 고개를 내밀며 피어나고 있다. 질척거리는 논에는 잡초가 푸르게 자라나 마치 봄을 연상케 한다.

 

 

기상청이 생긴 이래로 수은주가 가장 높은 11월의 날씨라고 한다. 당국에서는 파리 모기 박멸을 위해 방역을 한다고 법석을 떠는가 하면, 겨울상품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더운 날씨 탓에 울상을 짓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는 예상치 못한 이상기온으로 폭설과 폭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가 하면 비가 한 방울도 오지 않아 사막화 현상이 극심해지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다. 

 

 

작년 이맘때는 지리산에 첫눈이 내려 노고단에 내려앉은 상고대와 눈꽃을 찍었다. 겨울의 문턱인 입동(立冬)의 절기에 봄꽃을 바라보며 산책을 하다니 아무래도 뭔가 잘못 되어가는 느낌이 든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가을비, #이상기온, #제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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