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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시장에서 인심 난다'고 했을 정도로 우리네 공동체 의식의 발로는 바로 전통시장(재래시장)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최근 대기업과 다국적기업의 대형마트가 시장잠식을 시작하면서 전통시장은 그 명맥까지 끊길 위기에 처해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03년부터 재래시장육성특별법을 제정, 전국상인연합회 등과 함께 시장활성화를 위한 다각적인 정책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시장경영진흥원이 고심 끝에 진행하고 있는 '시장투어 30선' 일정에 직접 참가, 현장을 둘러보며 느낀 감정을 3회에 걸쳐 실어볼 예정이다.(10월 26일 하루 일정으로 조치원시장·가경터미널시장·육거리시장을 탐방했으며, 인천 부평구청 경제지원과와 부평구상인회장단의 견학단에 동행했다) <기자 말>

 

뽀글뽀글 끓는 소리를 들으며 옹기종기 모여앉아 있는 가족들이 연상되는 화목한 찌개. 가게마다 집집마다 각양각색의 채소와 함께 푸짐한 돼지발목살로 맛을 우려내 짜지도 않고 심심한 간이 어우러진 이 음식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바로 짜글이찌개. 2인 1조 아니면 단체로 한꺼번에 와서 2인~3인분이 무턱대고 나오면 그냥 맛나게 먹으면 되는 음식이 바로 짜글이찌개다. 별다른 반찬 없이도 상추쌈과 마늘, 고추만 있으면 한 상 푸짐하게 차려먹은 듯 포만감을 안겨주는 이 찌개는 충남 연기군 조치원시장 말고도 인근 충북 청주의 어느 시장을 가나 맛볼 수 있는 고향의 음식이다.

 

26일 오전 11시, 시장투어 첫 번째 장소인 조치원에 들르자마자 찾아간 한 음식점 풍경은 그야말로 짜글이찌개 단독무대였다. 50여 석이 넘는 대형식당 방에는 단체손님과 관광손님들로 북적댔으며, 메뉴는 짜글이찌개 한 가지로 온통 매콤·새콤·달콤한 향기로 가득했다.

 

'파닭'이 처음 시작된 조치원시장, 맛에 매료되다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조치원시장 투어에 나섰다. 입구풍경은 옛 시장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으나 막상 시장 안으로 들어가자 깔끔하게 정돈된 고객선과 다양한 품목의 알록달록한 점포 이미지가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곰나루 족발, 바람난(蘭), 신토불이, 금천가, 새로미의류, 세종축산, 현우민이네반찬, 도원궁중떡, 정구지칼국수 등 찬란한 백제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연기군의 이미지를 한껏 뽐내는 점포 이름들이 정겨웠다.

 

조치원시장은 특히 최근 젊은이들의 간식과 아빠들의 술안주로 유명한 '파닭'이 처음 시작된 곳이다. 튀김닭에 파채의 매콤하고 달콤한 맛이 어우러져 고소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파닭은 이곳에서는 '왕천파닭' 집으로 더욱 유명세를 탔다.

 

그밖에 복숭아 재배 100년 역사를 지닌 조치원 복숭아와 달인의 손맛과 할머니의 푸근한 인심이 곁들여진 주전부리계의 명품 호떡, 고복저수지 상류 청정지역에서 생산되는 머루 포도 등은 관광객들과 소비자들의 입맛을 자극하면서 연일 흥행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아니 인천에서 깡촌 읍으로 뭐 볼 게 있다고 오셨대?(웃음)"

 

조치원시장은 여느 시장과는 달리 특히 널찍하게 뻗어 있는 통행로가 이색적이었다. 일방통행로도 아닌 양방향 통행길에 시장 짐을 실은 큰 트럭들이 연일 왔다 갔다 해도 사람들이 지나가기에 큰 불편함이 없을 정도였다. 그만큼 상인들은 고객선 지키기를 잘 실천하고 있었다.

 

"가림막 하나하나에 그림을 그려 딱딱하지 않게 표현했고요, 저 앞에 있는 식당거리는 차양막 사이사이에 햇볕이 통과할 수 있게 두어 따뜻함을 유지하게 했어요. 물론 식당 앞에는 처마를 설치할 예정이고요. 여기는 주로 순댓국밥이 유명하고요, 중앙광장에서는 주말마다 노래자랑, 선물이벤트, 씨름대회 등을 열어 고객과 함께하는 잔치를 상시적으로 열고 있습니다."

 

상인회에서 나왔다는 한 여성간부는 연신 친절하게 시장 스토리를 전해주면서 조치원시장이 갖고 있는 다양한 장점과 특색들을 당당하게 피력했다. 이를 보는 점포 상인들도 이런 모습이 신기한 듯 바라보며 농담 섞인 인사를 아끼지 않았다.

 

"아니 인천에서 깡촌 읍 단위까지 뭣하러 견학을 오셨대. 우리 시장이 그렇게 잘났남?(웃음)"

 

은근 시장상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여유까지도 풍길 수 있는 촌철살인이다. 근 몇십 년 동안 새벽별, 밤별, 추위 등과 싸워가며 지금의 모습으로 일궈낸 상인들의 지난한 여정이 어느새 웃음의 미학으로 변해버린 시장풍경에 마음까지 따스해진다. 

 

'삶이 힘들거든 시장에 가라'는 말이 있듯 그곳엔 오랜 사람의 정으로 이어진 끈끈한 우정과 사랑, 그리고 가족과 같은 안온함이 언제나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통시장, 문화관광상품의 대표주자로 거듭나다

 

시장경영진흥원이 지난 27일 밝힌 '2011년 전통시장 2차 인식조사'에 따르면, 잠재소비계층인 20~30대 10명 중 8명이 전통시장을 문화관광자원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대답했다. 구체적으로는 50대를 제외한 20~40대 모든 연령층에서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최근엔 주부블로거기자단, 체험후기전문 누리꾼, SNS를 통한 시장홍보 전문블로거, 시장투어 전문 안내인 등 다양한 직업군들이 더해지면서 우리 전통시장의 이미지가 공고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에 비해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저렴한 가격과 푸근한 인심, 그리고 즐길 거리, 볼거리가 많은 편안한 쉼터라는 데 있을 것이다. 최근 시장경영지원센터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통시장은 대형마트보다 15.4% 저렴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채소나 과일 부문에서 우위를 차지했다.

 

또 대형마트의 상품들은 대부분 냉장고에 저장된 상태도 복잡한 유통과정을 거치지만 전통시장 농산물들은 산지에서 바로 직배되기 때문에 제철상품들을 신선한 상태로 만날 수 있다. 이밖에도 넉넉한 인심과 덤, 다양한 이벤트, 주차장과 접근성 강화 등 현대화된 풍경들이 더해져 그 지역 최고의 상권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대통령상 수상한 부평종합시장..."초심 잃지 않을 것"

 

우수시장 2번 선정, 올해에는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전국 전통시장의 모범을 보여줬던 부평종합시장상인회장들은 굳이 안가도 될 이번 견학의 목적을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처음의 열정을 잊지않고 유지해 나가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일정은 매우 빡빡했지만 여러 시장들을 두루 체험해보니 우리가 부족했던 점들을 볼 수 있었다"며 "결국 초심의 열정이다. 부족하기만 했던 주차장 문제 보완, 고객선 지키기 운동 확대, 고객과 함께하는 다양한 이벤트 행사 마련, 상인 스스로의 자의식 찾기, 상인교육 배가 등에 대해 더 많은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의견을 공유했다.

 

김화동 부평종합시장상인회 회장은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결국은 상인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마음과 의지가 중요할 것입니다. 아무리 돈을 들이고 현대화 된다고 해도 우리 스스로 하나하나 지켜내지 못한다면 말짱 도루묵이 될 것입니다"라며 "소통하고 융합하며 혁신하는 상인회장님들의 방향이 올곧게 갈 수 있도록 상생의 협조를 통해 전국 최고의 시장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전국 전통시장 수 1517개. 그리고 우수시장으로 선정돼 지원을 받는 곳은 불과 100여 개에 지나지 않는 상황. 이런 한계상황에서도 자신들만의 차별화와 경쟁력으로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관광 상권으로 거듭나고 있는 이들 시장에는 분명 색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임은 확실하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상인회를 만들고 '나부터 솔선수범'이라는 자세로 지금의 시장을 만든 상인들의 노력이 퇴색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을 것이다. 현재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다그치는 전통시장 상인들을 이제는 지역민인 우리가 보듬어야 할 마땅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덧붙이는 글 | 참조. 시장투어 선정 시장.
<바다어촌 시장 투어>=부산 정이 있는 구포시장 / 부산 자갈치 문화관광 마켓 / 인천 종합어시장 / 송현시장 / 강릉 중앙시장 / 주문진 수산시장 / 속초관광수산활성화 
<볼거리 시장투어>=정선5일장 / 진안시장 / 함평평전통시장 / 남해전통시장 
<역사문화 시장투어>=양평시장 / 구례장 / 남원시장 / 서시장주변시장 / 안동구시장 / 풍기선비골 인삼시장 / 거창시장 
<건강웰빙 시장투어>=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 / 영해시장 


태그:#조치원시장, #전통시장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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