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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경 세계지식포럼 참석차 한국에 온 '닥터 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11일 오후 강연을 마친 뒤 서울 광장도 쉐라톤워커힐 호텔 앞에서 외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매경 세계지식포럼 참석차 한국에 온 '닥터 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11일 오후 강연을 마친 뒤 서울 광장도 쉐라톤워커힐 호텔 앞에서 외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 김시연

"선진국 유로존 경제가 앞으로 몇 분기 사이 경기 수축기에 들어갈 확률은 50% 이상이다."

 

그는 역시 '닥터 둠'(비관론자)이었다. 2008년 미국 발 금융 위기를 예측해 화제가 됐던 누리엘 루비니 뉴욕 스턴스쿨 경영대학원 교수가 11일 한국을 찾았다. 이날 서울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제12회 세계지식포럼 특별 강연에서 루비니 교수는 최근 유럽 재정 위기가 미국 등 선진국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루비니 교수는 최근 세계 경제 상황에 대해 아시아 신흥시장의 부상, 기업 수익성과 생산성 향상, 세계화를 통한 무역 증진 등 4가지 긍정적 요소를 제시했지만 8가지 부정적 요소를 압도하진 못했다. 그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더딘 회복세에서 세계 경제 하방 가능성을 찾았다.

 

루비니 교수는 "낙관적인 사람은 올해 상반기 미국 성장률이 약했던 게 중동 소요, 일본 지진 등 일시적 악재 때문이라고 하는데 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믿지 않는다"면서 "개인적으로 선진국 유로존 경제가 앞으로 몇 분기 사이 경기 수축기에 들어갈 확률 50% 이상"이라고 전망했다. 나아가 "그걸 '더블딥(경기 회복하다 다시 침체에 빠지는 현상)'이라 부를 수도 첫 침체의 연속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루비니 교수는 "유로존 한두 개 국가가 이탈하게 되면 리만브라더스 사태만큼이나 심각한 경제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유로존 혼란시 선진국 경기 침체뿐 아니라 개도국도 악영향을 벗어날 수 없고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월가-유럽 시위, 금융위기 이후 경제적 불평등 때문"

 

그는 선진국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은 이유 8가지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우선 그는 유럽국가 연쇄 재정 위기, 미국 재정정책 수립 과정에서 민주-공화당 대립, 중동 소요 사태 같은 현상이 일본 대지진처럼 일시적 쇼크가 아니라 지속적인 것이기 때문에 침체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여기에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나 유럽 시위 원인이 된 불평등한 소득 분배 문제도 경제 침체를 가져올 부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기업은 더 효율적이 돼 수익성 올리려 노동비용을 줄였는데 그 결과 근로소득이 줄고 소비가 위축돼 총수요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졌다"면서 "계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는 문제지만 이게 하나의 함정이 돼 빠져나가지 못하게 된다"며 실업 문제에 대한 기업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루비니 교수는 "아랍의 봄에 국한되지 않고 유럽과 월스트리트에서 시위가 벌어졌고 한국에서도 등록금이 비싸다고 시위를 벌이고 중국도 불평등이 악화돼 소요가 벌어지고 있고 소셜미디어에서 자기 표현을 하고 있다"면서 "금융위기로 중산층이 위기를 맞고 실질소득이 감소하면서 발생한 불평등이 국가마다 다른 형태로 나타나 사회 전체의 불안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밖에 ▲ 리스크와 불확실성 증가로 기업이나 소비자, 투자자가 투자나 소비를 망설이게 되고 이것이 다시 고용 감소와 소득 감소로 이어져 자가실현되는 효과 ▲ 증시 하락 등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실물 경제 악화 ▲ 독일과 프랑스 성장이 둔화되고 영국 경제 위축이 시작되는 등 선진국 경제 성장 지표의 약화 ▲ 미국 재정 긴축 정책에 따른 내년 미국 소비 둔화 가능성 등을 경기 하방 요인으로 꼽았다.

 

"선진국 침체는 신흥국 불똥" vs. "성장-인플레 함께 고민"  

 

루비니 교수는 이날 오전 세계지식포럼 토론 세션에서 신흥국과 아시아 경제를 대표하는 판강 중국경제연구소 소장, 이창용 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와 글로벌 경제 위기에서 신흥국 역할을 놓고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판강 소장은 "미국 문제는 미국 스스로 해결해야 하고 신흥국이 할 역할은 성장을 유지하며 세계 전체가 침체돼 시장이 죽고 모두가 블랙홀로 떨어지는 최악의 경우를 예방하는 것"이라며 "유럽이 미국 문제보다 심각하다고 생각 안하지만 문제는 신속한 의사 결정이 불가능한 유로 시스템 자체"라고 책임을 돌렸다.

 

이창용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 국가 가운데는 물가상승률이 20% 이상인 국가도 있어 세계 경제가 더블딥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있기 전에는 물가 상승을 잡을 각오도 해야 한다"며 경기 침체와 인플레 사이에서 아시아 중앙은행의 고민을 털어놨다.  

 

이에 루비니 교수는 "선진국 경제가 악화되면 교역 등도 악화돼 신흥국에 인플레 압박을 줄 것"이라면서 "성장과 인플레 어느 것이 더 심각하느냐 하는 균형은 선진국 상황에 달려 있다"며 경제위기 해결에 있어 G20에 속한 신흥국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다.  

 

미국 오바마 경제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역시 이날 영상으로 토론에 참여해 유럽 발 경제 위기를 경고했다.

 

서머스 교수는 "유럽에서 합의를 통해 금융시스템 자본을 확충해 국가 채무 위기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높이 평가하고 지지한다"면서도 "만약 유럽이 합의를 도출하고 이행하지 못하거나 지난 위기 때보다 훨씬 강력하고 결단있는 조치가 아니라면 시장은 다시 한 번 벼랑으로 빠질 수 있고 그나마 회복된 게 무위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유럽 정부를 압박했다.


#루비니#세계지식포럼#서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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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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