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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국민들은 미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지 않으면 큰 일이 나는 줄 알고 살아왔다. 역사적으로 형성되고 유전된 인식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거대한 미국도 흔들리거나 망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 국민들이 보고 느끼고 있다."

"우리에게는 북이라는 블루오션이 있다. 북한에는 전체 국토의 80%에 지하자원이 묻혀 있다. 그 가치가 7000조원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 분단의 극복은 더 이상 한민족의 정서적 문제가 아니다. 생존이 절박한 상황에서 무조건 잡아야 하는 지푸라기다."

강병기 경상남도 정무부지사.
 강병기 경상남도 정무부지사.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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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한 말일까. 공무원이 한 말이라고 하면 믿을까. 그것도 이명박 정부에서 공무원이 이런 말을 했는데 말이다. 어떻게 보면 미국에는 거리를 두고, 북한과는 더 가깝게 지내자는 말로 들린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과 정반대인데, 어지간히 '간 큰' 사람이 아니고는 쉽게 할 수 없는 말이다.
강병기(51) 경상남도 정무부지사가 최근 펴낸 <새로운 대한민국의 희망기록>에 담겨 있다. 강 부지사는 '따뜻한 진보'를 공직사회에 퍼뜨리고 있다. 그의 도전과 비상의 기록을 책으로 쓴 것이다. '따뜻한 진보 2'로 펴낸 책인데, 김연철 인제대 교수(통일학부)와 대담을 하고 "도전과 비상의 기록"이라는 제목으로 정리해 놓았다.

"이명박 정권의 민주주의 후퇴, 서민경제 파탄 등의 문제와 함께 엄중히 평가되어야 할 부분이다. 분단을 극복하는 것은 그 시기가 짧으면 짧을수록 우리에게 득이 되는데, 분단 문제는 완전히 원점으로 돌려놨다는 점에서 말이다. … 남북관계는 어느 일방이 혼자서 하겠다고 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다. 서로 합의가 되어야 하는 문제인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원상 복구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금강산 관광 문제도 걱정했다. 강 부지사는 "현대아산이 사업 재개를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만약 북이 미국이나 중국 등 다른 나라의 기업과 계약을 했는데 정권이 바뀐 다음에 남측에서 다시 얘기를 하자고 한다고 북이 덥석 동의하겠냐는 거다. 이전 정권의 상황으로 회복하려면 시간이 더 걸리고 훨씬 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북과 관련해 정확한 사실을 언제든지 제때 파악할 수 있다면 '옳다' '그르다'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현실적 조건에서는 누구든지 그 판단이 옳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제 위에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 국가보안법이 시퍼렇게 살아 있으니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없다."

강병기 경상남도 정무부지사는 최근 책 <새로운 대한민국의 희망기록>을 펴냈다.
 강병기 경상남도 정무부지사는 최근 책 <새로운 대한민국의 희망기록>을 펴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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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부지사와 대담한 김연철 교수는 "경제협력이라는 것은 때가 있다. 각기 협력을 해야 하는 타이밍을 놓쳐 버리고 그 이후에 하려면 비용도 많이 든다"며 "눈여겨봐야 할 것은 북중 경제다. 남북경제협력이 완전히 중단된 상태에 북중경제협력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도 없게 양적, 질적으로 성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양에서 기른 '딸기 묘종'을 가져와 사천․밀양에 심어 생산하는 '통일 딸기' 사업이 김태호 전 경남지사(현 국회의원) 때 시작되었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 중단되었다. 농사꾼 출신인 강 부지사는 "대한민국의 농업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남과 북이 함께 '통일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농업민간교류는 남과 북 사이에 꽉 막힌 정세를 돌파하는 데도 의미가 있지만, 더 길게는 남과 북의 농업을 함께 살리는데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으로 남한은 논농사를 중심으로, 북한은 밭작물을 중심으로 하는 농업 방식을 발전시켜 왔다. 이러한 지역 분업은 우리나라의 지리, 기후적 조건에도 적당하다. 역으로 이 이야기는 남북한이 통일되지 않으면 우리나라 농업은 늘 불균형에 직면하게 되어 있다는 것을 뜻한다. … 남북한 농업 교류가 활성화되면 그 자체로 매우 이상적인 농업 형태를 갖출 수 있다."

"농업문제 중에 쌀 문제가 있다. 쌀의 대북진출이 확실한 해결책이다. 남는 쌀을 이용하는 방법을 경상남도에서라도 찾아보다며 구상했던 게 쌀로 가공품을 만들어 북으로 보내는 것이다. … 공무원은 새로운 것이나 안 해 왔던 것은 하지 않으려 한다. 실패라도 하게 되면 공무원 입장에서는 낭패다. 도지사나 부지사야 임기가 끝나고 도청을 나가면 그만이지만 공무원들은 계속 남아 그 책임을 추궁 받을 수도 있는 노릇이다. 그 심정은 이해한다. 그렇다고 쌀 가공품을 북에 보내는 사업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통일은 장기적 안목으로 봐야만 한다"고 한 강 부지사는 "온갖 유혹과 위험에도 아랑곳  않고, 묵묵히 목표를 향해 걸어갈 수 있는 뚝심만이 통일의맛난 과실을 손에 넣을 수 있다. 가뭄과 홍수 같은 자연재해 속에서도 끝까지 작물을 포기하지 않는 농부의 마음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고 강조했다.

김두관 지사로 후보단일화 뒤 어머니 전화 받고서 ...

진주 대곡에서 농사를 지었던 강병기 정무부지사는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을 지냈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 민주노동당 경상남도지사 후보로 나섰다가 김두관 경남지사와 야권후보단일화를 이루었다. 지난해 7월 경남도 정무부지사로 취임했다.

지난해 지방선거 '야권 후보 단일화' 당시 여론조사(6)와 시민배심원(4)의 비율에 합의했던 것과 관련해, 강 부지사는 "조직표 보다는 여론조사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 '본선'에서 경쟁력이 있는 단일후보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며 "먼저 스스로를 낮추거나 죽이지 않고서는 역사의 소임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살면서 배운 교훈이었다"고 회상했다.

김두관 지사로 후보단일화를 한 뒤 일화를 소개했다. "어머님의 전화를 받았다. '우리 아들 마이 섭섭하시제. 밥 잘 챙겨 묵고 건강 잘 챙기소.' 참았던 눈물이 왈칵 밀려왔다. 노인네가 언제 뉴스를 보셨는지, 또 갑자기 존댓말은 무슨 의미인지…. 순간 수많은 감정이 밀물처럼 들이쳤다"고.

그는 공직 경험도 없었다. 한나라당은 선거기간 내내 '선거연합'에 흠집을 냈다. 민주노동당과 연합한 김두관이 당선되면 경남은 '좌파 해방구'가 된다고 했던 것. 김두관 지사가 자신을 발탁한 것은 '김 지사의 뚝심'이라 표현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본부는 9일 저녁 창원 용지공원에서 "6.9 전국공무원결의대회 10주년 기념문화제"를 열었다. 사진에서 맨왼쪽이 강병기 경남도 정무부지사.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본부는 9일 저녁 창원 용지공원에서 "6.9 전국공무원결의대회 10주년 기념문화제"를 열었다. 사진에서 맨왼쪽이 강병기 경남도 정무부지사.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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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악의적인 공격이 아니라도 민주노동당의 저돌적이고 비타협적인 모습에 반감을 가진 사람이 왜 없겠는가. 정무부지사 비서실에 근무하는 한 여직원은 내 인선 소식을 듣고 그런 정무부지사 분을 모시고 어떻게 사느냐며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 물론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그 여직원과는 아주 잘 지내고 있다."

강 부지사의 부인은 김미영 진주시의원이다. 부인은 안동 출신이다. 진주에서 부부 농사꾼으로 살았다. 온갖 어려움이 많았던 모양이다. 부지사가 된 뒤 집안 분위기도 달라졌던 것.

"잘 나가는 사위 덕 본다며 함박웃음을 지으시던 장모님 표정이 기억에 남는다. 장모님과 반대로 어머님은 내심 섭섭해 하신다. 정무부지사가 되고 나서 마을 어르신들 대접이라도 하고 싶다고 몇 번을 말씀하셨지만, 그건 안 될 일이었다. 어머님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공직자 자식을 둔 불편함이라고 생각해 달라고 말씀드린 것 이외에 별다른 방도가 없었다."

강병기 부지사의 고민과 바람은?

2012년에대한 고민과 바람도 피력해 놓았다. 강병기 부지사는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경제를 살리겠다며 국민들로 하여금 헛꿈을 꾸게 해놓았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국민이 보기에도 '이건 아니다' 싶은 거다"며 "압도적인 국민들의 기대를 완전히 거짓말로 뒤집어 놓는 것을 보고 진지하고 진실한 사람을 필요로 하는 민심이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혁진영과 진보진영이 공동으로 권력을 잡았다고 가정했을 때 사회적으로 보수진영과의 반목이 굉장히 첨예할 수 있다"며 "이렇기 때문에 진보진영이 직접 나설 필요가 있다. 통일․노동․농민 등의 부문에서는 진보진영이 장관을 해야 한다. 엄청난 파급력과 반발이 있을 것이고 진보진영이 아니고서는 그 자리가 견디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피력했다.

강병기 경남도정무부지사가 8일 함양군 첨단농업시설현장을 방문, 안의면에 위치한 약초시험장을 허종구 군수권한대행과 관계자들이 둘러보고 있다.
 강병기 경남도정무부지사가 8일 함양군 첨단농업시설현장을 방문, 안의면에 위치한 약초시험장을 허종구 군수권한대행과 관계자들이 둘러보고 있다.
ⓒ 함양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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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기 부지사의 미래 구상은 어떨까. 일자리 해법을 위해서는 '노동시간 단축'과 '사회서비스 분야의 고용을 늘릴 것'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 등을 제시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그는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사용기간을 1년으로 제한해야 할 것"과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지킬 것", "중간착취를 용인하는 파견법을 철폐하고 간접고용을 엄격히 규제할 것" 등을 내놓았다.

책 마지막에서 그는 진보대통합을 희망했다.

"요즘 한창 '진보 대통합'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물론 아직은 활발한 논의만큼 성과가 보이진 않는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 논의도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행여 깨질세라 조심스런 상황이다. 부디 민중의 요구와 바람에 제대로 화답했으면 하는 희망을 품어본다."


태그:#강병기 경상남도 정무부지사, #김두관 경상남도지사, #희망기록, #따뜻한 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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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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