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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결국 구속수감됐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김환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후보 단일화 대가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금품을 준 혐의(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매수)를 받고 있는 곽 교육감에 대해 "범죄 혐의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한다. 지난 달 26일 SBS 보도 이후 16일만이다.

곽 교육감은 지난 달 28일 박명기 교수가 경제적 형편과 사정의 어려움을 하소연하고 다닌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아무런 대가 없이 2억원을 줬다고 밝혔다. 이 소식을 듣고 <곽 교육감님, 깨끗이 물러나세요>라는 기사를 썼다. 지금도 이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 이유는 해당 기사에 썼으니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곽 교육감을 변호하는 진보개혁세력 논리를 보면서 마음 한켠 착잡했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강조하면서 검찰이 피의사실을 공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논리는 '공정택-곽노현', '한명숙-곽노현', '노무현-'곽노현', '김두관-곽노현'을 비교하면서 곽 교육감을 변호하고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때처럼 분명 검찰이 일부 언론에 피의사실을 흘린 것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언론들의 받아쓰기도 도를 넘었다. '선의'라고 주장한 곽 교육감을 거의 파렴치범으로 몰아갔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곽 교육감이 영장실질심사 최후진술에서 "저는 사법절차에 임하면서 사자굴에 들어가는 심정으로 높은 정직과 진실에의 충성의무를 실천하고자 했다"며 "후보직을 매수하려 한 적이 없으며 마음은 떳떳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곽 교육감의 일관되게 주장한 '선의'는 믿어주어야 한다. 딱 여기까지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곽 교육감은 기자회견에서 "법학자이자 교육자"라고 말했고, 영장실질심사에서는 "사실과 달리 진실은 인격적이고 규범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법학자는 '사실'을 밝히는 사람들을 가르치고, 키운다. 그리고 교육자는 '진실'을 가르치면서 본을 보여주어야 한다.

곽 교육감은 지난해 취임을 앞두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반부패 인권 교육감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다른 자리에서는 "부패에 대해서만큼은 강성"이라고도 했었다. 취임 한달여 만에 인사·뇌물사건에 연루된 교장·교감 등 26명의 교원을 해임·파면함으로써 자기 발언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보여주었다. 이런 행보에 시민들과 진보세력은 지지했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런 행동을 보여준 곽노현 교육감을 생각한다면 '곽노현 2억원 사건'에서 비교대상은 '공정택-곽노현', '한명숙-곽노현', '노무현-'곽노현'이 아니라 '곽노현-곽노현'이다. 곽노현 교육감이 그 동안 한 발언과 행보를 통해 2억원 사건을 보지 않으면 이중잣대가 되어버린다.

이명박 정권 검찰이 수사한 사건들 중 많은 것들이 '나쁜 수사'였음을 다 안다. 그랬기에 분노했고, 곽노현 사건 역시 비판한다. 하지만 '선의'보다 '사실'을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만약 단일화를 거친 보수교육감이 2억원을 선의로 줬다고 했을 때 진보개혁세력은 어떻게 했을지 물어봐야 한다.

곽 교육감은 영장실심사에서 "불법의 관점에서 보면 2억은 몹시 큰돈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빚더미에 내몰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을 살린다는 선의의 관점에서 보면 적을 수도 있는 금액입니다"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옹호하려고해도 2억원은 선의로 보기에 액수가 너무 크다. 단일화를 거쳐 교육감에 당선되었기 때문에 더 그렇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곽노현, #서울시교육감, #2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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