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올해(2011년)부터 기상청 슈퍼컴퓨터 3호기가 도입된다는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당장 일기예보 정확도가 얼마나 향상될까에 국민의 관심이 쏠렸었다. 슈퍼컴퓨터의 가격이 무려 550억이었으니, 이러한 기대감도 그리 무리는 아니라 생각한다.

하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슈퍼컴퓨터가 도입되었다고 해서, 당장 일기예보 정확도가 향상되지는 않는다. 슈퍼컴퓨터는 고성능의 하드웨어다. 사람으로 치자면 뇌의 신경세포와 마찬가지다. 신생아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누워서 엄마와 같이 눈 맞추는 일 밖에.

사람의 뇌는 약 1400억 개의 신경세포로 이루어졌다. 이들의 상호 작용으로 기억하고 상상하고 새로운 사고를 만들어 낸다. 기억속의 그녀가 내 눈에 보이지 않으면, 슬퍼지고, 외로움을 느낀다. 슬프고 외로움은 태어나면서부터 인지하는 것은 아니다. 사랑하고 헤어지면서 익혀가는 것이다. 삶 속에서 인간이란 하드웨어 속에 정신이란 소프트웨어가 자리 잡는다.

슈퍼컴퓨터도 마찬가지다. 정신없는 인간을 상상할 수 없듯이, 소프트웨어가 없는 슈퍼컴퓨터는 존재가치가 없다. 일기예보용 슈퍼컴퓨터에 쓰이는 소프트웨어는 대기와 비슷한 가상공간을 만들어 실제로 관측한 값을 넣어 앞으로의 대기가, 즉 날씨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를 알아보는 수치예보모델이다. 수치예보모델의 종류만 해도 100여 가지나 된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 때, 개인의 최대 능력을 발휘하듯이, 슈퍼컴퓨터도 마찬가지다. 550억짜리 건강한 육체도 정확도가 높은 모델을 만났을 때, 최대의 능력, 즉 예보 적중률을 향상시킬 수 있다. 아무리 고성능의 슈퍼컴퓨터라고 해도 그에 맞는 소프트웨어가 없으면 소용없다. 다행히도 세계기상기구에서 발표한 수치예보모델 예측성능 순위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6위를 기록했다.

기상청에서 수치예보용으로 도입한 슈퍼컴퓨터 3호기
 기상청에서 수치예보용으로 도입한 슈퍼컴퓨터 3호기
ⓒ 기상청

관련사진보기


일기예보에, 왜 슈퍼컴퓨터가 필요한가.

지구촌에 현존하는 최고 성능의 슈퍼컴퓨터는 일본 후지쯔사에서 개발한 K다. K의 주 활용분야는 기후, 기상분야다. 즉 기후변화 경향과 일기예보에 활용된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슈퍼컴퓨터도 기상청에 있으며, 기후 기상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550억짜리다. 선진국들도 자국에 보유하고 있는 대부분의 슈퍼컴퓨터의 활용분야는 기상, 기후이다.

일기예보란 말 그대로 앞으로의 날씨를 알아보는 것이다. 미래의 날씨를 알려면, 우선 현재의 날씨를 정확히 관측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 날씨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를 알 수 있다. 다음은 관측자료의 분석이다. 분석은 고기압 저기압의 위치 등 관측 자료를 통해 일기예보에 필요한 수많은 정보를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끝으로 분석자료를 보고 전문가의 판단으로 일기예보를 확정한다.

이 과정 중 분석단계에서 슈퍼컴퓨터가 활용된다. 슈퍼컴퓨터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성능이 매우 좋은 컴퓨터를 말한다. 현재 기상청에서 보유하고 있는 슈퍼컴퓨터 3호기의 성능은 6억 명이 1년간 계산할 양을 단 1초 만에 계산할 수 있다.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성능이다.

그렇다면 일기예보에 왜 슈퍼컴퓨터가 필요할까. 그 이유는 일기예보를 생산하기 위해 분석되는 관측 자료의 양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기상현상은 국경의 의미가 없다. 바다와 육지를 넘나든다. 때문에 일기예보를 위한 관측 자료는 전 지구적 규모여야 한다. 또한, 위성 레이더 등 관측기술의 발달로 슈퍼컴퓨터가 분석해야할 자료는 더욱더 많아지고 있다. 단적인 예로 좁은 우리나라에 기상관측소가 700여 소나 있다.

또한 일기예보 생산의 신속성을 위해서 슈퍼컴퓨터가 필요하다. 내일 아침 9시 일기예보 생산을 위해, 분석 자료가 많다고 하여 오늘 밤 9시 관측 자료를 내일 아침 9시까지 분석하면 일기예보 정보로서의 가치가 없다. 때문에 선진국은  태풍, 집중호우 등 자연재해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고자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여 앞 다퉈 슈퍼컴퓨터를 도입하는 것이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자연재해 패턴은 확연히 다르다. 선진국은 재산피해가 큰 만큼 인명 피해는 적고, 후진국은 반대로 재산피해는 적지만 인명피해가 상대적으로 많다. 이는 선진국의 경제발전으로 시설물 피해가 많은 반면 신속하고 정확한 기상정보 전달로 인명피해 최소화했고, 후진국은 자연재해에 대한 사전 정보부족으로 인한 대피 소홀로 나타난 현상이다.

한반도가 따뜻해지고 있다. 게릴라성 집중호우, 강력한 태풍 등 과거에 기록했던 기상현상의 기록들이 최근에 갱신되고 있다. 하지만, 인명피해는 경제 발전과 반비례로 줄어들고 있다. 물론 재산피해는 증가하고 있다. 기상정보 및 전달체계가 발달하면 할수록 인명피해는 줄어든다. 이는 지나온 역사가 증명했다.

연대별 태풍으로 인한 사망 실종자 수. 1959년 사라때는 849명, 1987년 셀마때는 345명, 2002년 루사때는 246명으로 경제문화가 발전할 수록 인명피해가 감소했다.
 연대별 태풍으로 인한 사망 실종자 수. 1959년 사라때는 849명, 1987년 셀마때는 345명, 2002년 루사때는 246명으로 경제문화가 발전할 수록 인명피해가 감소했다.
ⓒ 허관

관련사진보기


슈퍼컴퓨터의 성능이 좋아지면 질수록 분명히 일기예보의 정확도가 향상된다. 보다 많고 다양한 관측 자료를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기상정보의 신속성을 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 기상청 슈퍼컴퓨터가 대국민에게 기여하는 부분은 예보정확도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기상정보일 것이다.

인명의 가치는 후진국이나 선진국이나 마찬가지다. 사람들 대부분은 평생 살면서 자연재해의 위험에 한번이라도 부딪칠 것이다. 사전 기상정보를 잘만 활용하면, 기상정보는 사람을 살리는 정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명은 고유하여 슈퍼컴퓨터보다 높은 가치가 있다.

악기상시 일기예보가 열 번 중 한번만 정확하여, 국민의 생명을 구한다면 일기예보는 남는 장사다. 현재 일기예보 정확도는 90%를 웃돈다.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때는 공론화 되도, 인명을 구했을 때는 당연시 여기는 것이 현실이다.

중요한 것은 기상정보의 활용은 국민의 몫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고가의 슈퍼컴퓨터를 보유하여, 정확도 높은 수치예보모델을 활용, 좋은 정보를 생산해도 국민이 외면하면 아무 소용도 없다. 모든 것은 변화한다. 기상청도 변화한다. 변화는 발전이다. 당연히 기상정보의 질도 슈퍼컴퓨터 등의 기술 발달과 함께 나날이 좋아진다. 예전의 기상정보가 아니다.


태그:#일기예보, #슈퍼컴퓨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