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넌 왜 일찍 나와서 이런 봉변을 당하니?
▲ 여름전어4 넌 왜 일찍 나와서 이런 봉변을 당하니?
ⓒ 황주찬

관련사진보기


지난 6일 토요일 오후, 전남 광양 장모님 댁으로 차를 몹니다. 피곤한 아내를 위한 나들이입니다. 실은 아내가 지난 5일 동안 개구쟁이 세 아들과 온종일 함께 있었거든요. 어린이 집이 일 주일간 쉽니다. 공식적으로는 '자율 등하원기간'입니다.

기억을 더듬으니 아침이면 들리던 아내 목소리가 지난 일 주일은 잠잠했습니다. 평소 아침이면 아내는 상냥한 목소리로 몇 차례 아이들을 깨웁니다. 그래도 반응이 없으면 근엄한 저음으로 경고성 목소리를 날리죠.

그러면 아이들은 마지못해 눈 비비며 일어나 정해진 순서를 밟습니다. 밥상에 앉았다가 세수 마치고 옷을 꺼내 입습니다. 아이들은 이 과정이 힘든지 매번 아내와 작은 소란을 벌입니다.

개구쟁이 세 아들이 늦잠을 잡니다.
▲ 늦잠 개구쟁이 세 아들이 늦잠을 잡니다.
ⓒ 황주찬

관련사진보기


잠자는 틈 타 재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지난 일 주일은 소란할 일이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가지 않으니 아내도 아이들 게으름을 받아줍니다. 어차피 일찍 일어나면 아내를 귀찮게 할 테니까요. 아내는 애들 자는 틈을 타 그날 해야 할 일들을 재빠르게 해치워야 합니다.

반면, 아이들은 게으름 피우는 게 좋은가 봅니다. 지난 며칠 세 녀석은 아침 시간을 이불 속에서 장난하며 보냅니다. 그런 애들을 바라보며 아내가 한숨을 푹 쉽니다. 일 주일 내내 아이들과 뭘 할지 고민됩니다.

아내가 준비한 일 주일간의 일정을 살펴봤습니다. 월요일은 비가 와서 오전엔 집에 있었고 오후에는 친구네 집에서 놀다 왔습니다. 화요일은 환경도서관에서 책 읽기입니다. 수요일엔 또다시 도서관에 들렀다가 할머니 집에서 놀았습니다. 목요일은 엄마 따라 지역아동센터에서 갔다가 종포 해양공원에서 놀았고 금요일은 또다시 환경도서관 갔다가 여문공원에서 물놀이 했습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았군요.

그렇게 월요일부터 금요일을 힘들게 보냈습니다. 그나마 토요일은 제가 함께 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그날 아내 얼굴을 보니 피곤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사랑스런 아이들이지만 세 아들의 행동반경을 눈과 몸으로 따라 잡으려니 몸이 영 힘들었나 봅니다.

해바라기가 고개를 숙였습니다.
▲ 해바라기 해바라기가 고개를 숙였습니다.
ⓒ 황주찬

관련사진보기


휴가는 이미 다 써 버렸다

저는 그동안 일 핑계로 아이들과 놀아 줄 시간이 없었기에 더욱 아내에게 미안합니다. 휴가는 이미 다른 일 때문에 써 버렸습니다. 어쩔 수 없이 아내가 세 아들을 지난 5일간 하루 종일 챙겼습니다.

아내가 손꼽아 기다리던 날이 왔습니다. 토요일이 되니 아내도 조금 숨통이 트이나 봅니다. 혼자 세 아들을 감당하다 제가 손을 보태니까요. 오전엔 가족 모두 게으름을 피우며 시간을 보냈고 오후에 느긋하게 길을 나섰습니다. 오랜만에 아내가 편히 쉴 수 있는 곳으로 향합니다.

한여름 더위가 한풀 꺾인 오후 장모님 댁에 도착했습니다. 무더위에 지쳤는지 해바라기가 땅을 향해 고개를 숙였네요. 수돗가에서 누군가 칼질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나로도에서 장가온 예찬 아빠가 전어를 손질하고 있습니다.

가을전어도 좋습니다만 여름전어도 맛이 괜찮네요.
▲ 여름전어 가을전어도 좋습니다만 여름전어도 맛이 괜찮네요.
ⓒ 황주찬

관련사진보기


전어, 꼭 가을에 먹어야 제 맛이라는 고정관념 버려요

이 여름에 웬 전어냐 물으니 이곳 섬진강 하류에서 운 나쁘게 잡힌 녀석들이랍니다. 씨알이 좋아 몇 마리 샀답니다. 자세히 보니 정말 굵네요. 이 녀석은 왜 일찍 나와서 이 봉변을 당한 걸까요?

전어 다듬으면서 하는 말에 군침이 돕니다. 실은 가을 전어는 가시도 세고 기름도 많아 구이로는 좋지만 회로 먹기엔 별로랍니다. 그래서 여름 끝에 나오는 전어를 회로 먹으면 맛있답니다. 일단 섬사람이 하는 말이니 믿어야 합니다.

그 말 때문일까요? 뼈째 썬 전어 회를 먹으니 별스런 맛이 납니다. 사람 마음이란 그렇게 간사합니다. 그동안 전어는 가을에 먹어야 제 맛이라 생각했는데 입속에서 녹는 맛이 가을 전어 못지않습니다.

피곤한 아내도 전어 회를 맛보고 즐거운 표정입니다. 일 주일 동안 세 아들에게 시달렸던 피로가 전어 회를 입에 넣자 스스르 녹나 봅니다. 그 모습 보며 예찬 아빠에게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비록 성찬은 아니더라도 온 가족이 오순도순 모여앉아 먹으니 곤함이 저절로 사라집니다.

살이 부드러운게 먹을 만합니다.
▲ 여름전어2 살이 부드러운게 먹을 만합니다.
ⓒ 황주찬

관련사진보기


지칠 줄 모르는 애정으로 돌보는 이 있어 고맙다

그렇게 제 손에 생선 비늘 하나 묻히지 않고 남이 만든 회를 맘껏 먹고 돌아왔습니다. 누구든 일 주일 동안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 힘들 겁니다. 아내의 지친 모습을 보니 어린이집 선생님들에게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개구쟁이들은 안전하고 건강하게 돌봐주시니 감사합니다. 아이들과 온 종일 놀다보면 얼마나 힘든지 몸소 느낍니다. 저도 일 주일 중 토요일과 일요일 아이들과 함께 뒹굴고 뜁니다만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아이들은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 곁에 지칠 줄 모르는 애정으로 돌보는 선생님이 있어 다행입니다. 마음 편히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이유입니다. 바라기는 세상 모든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엄마, 아빠 같은 마음이면 더욱 좋겠습니다.

된장에 찍어 먹었습니다.
▲ 여름전어3 된장에 찍어 먹었습니다.
ⓒ 황주찬

관련사진보기



태그:#여름전어, #어린이 집, #방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