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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6일 오후 8시 41분]

'기독교사회복지은행' 웹사이트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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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독교사회복지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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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2010년 11월 8일, '교인들의 헌금으로 사채놀이 하겠다?'라는 제목으로 기독교은행설립에 반대하는 주장의 글을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바 있다. 그리고 1년이 채 되지 않은 지난 3일 기독교은행과 관련한 검찰 수사결과 은행 설립이 사기극으로 밝혀졌으며, 이를 주도한 강보영(65) 목사가 구속됐다.

지난해 기독교은행 설립과 관련해 연 행사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를 위시한 보수성향의 기독교 단체와 대형교회 보수성향 목사들, 그 교회 교인들이 주로 참석을 했다.

당시 발언자로 나선 목사들은 4대강 사업에 대한 지지발언은 물론이요, 당시 엄신형 한기총 명예회장(위원회 명예대표회장)은 "하나님께서 우리 대한민국을 특별히 사랑해 경제대통령, 장로대통령을 세우셨다"며 "하나님께서 이 나라를 경제대국으로 만드시고자 작정하고 G20 정상회의 의장국을 맡게 하셨고, 이제 금융계를 통해 여러분께 하나하나 넘겨주시는 역사를 일으키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내 말에 동의하는 사람은 아멘하라, 이거 다 녹음돼서 청와대에 들어간다"고 말하기도 했다(<한겨레> 2010년 11월 4일자).

하나님 말씀보다 자본의 논리에 복종하는 '그들'

사실,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달리 할 말이 없다. 그들의 표피는 그리스도인지만, 표피를 벗기고 나면 우상숭배자들에 불과하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문제는 눈먼 장님이 장님을 양산해 내는 데 있다. 그 장님들이 모든 것을 다 보는 듯 행세하고, 오히려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듣고 본 이들을 이단아로 몰아세우는데 능숙하다.

세속적인 이해관계나 정치적 이데올로기나 사이비 종교지도자들의 감언이설이 판을 치는 한국교회. 멀리 갈 것도 없이 최근 드러나는 그들의 열매(행태)를 보면 얼마나 썩어빠졌는지를 알 수 있다.

대형교회를 둘러싼 이권다툼이나(순복음교회와 조용기 목사), 한기총 회장선거를 둘러싸고 불거진 금권선거 문제와 그를 해결하는 방식들을 보면 회칠한 무덤의 현실을 보는 듯하다. 불행스럽게도 이런 것들은 표상적인 문제일 뿐, 그 속내는 더욱 더 심각하게 썩어있다. 더 이상 교회가 이 세상의 빛과 소금일 수 없는 현실이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말씀이 아닌 자본(맘몬)의 논리에 복종했기 때문에 드러난 결과다. 성서에 "하나님이냐, 돈이냐? 둘을 겸하여 섬길 수 없다"고 했지만, 오늘 한국교회는 하나님 대신 맘몬(돈)을 선택했다.

종교의 타락과 '권력과 물질'의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종교가 권력화 되거나 권력을 잡은 정치적인 세력을 비호하는 쪽에 서게 되면, 물질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고 이 둘의 절묘한 조합은 종교의 본래성을 상실하게 한다.

이명박 용비어천가가 울려퍼진 은행 설립행사

이러한 조짐은 이미 오래 부터 있어왔지만, 이명박 정권의 출범과 맞물려 증폭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보수기독교의 색채를 유감없이 드러내며 소위 '고소영 내각'까지 일궈냈으나, 그들의 행동은 전혀 기독교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기독교는 그들의 부도덕을 합리화 시키는 도구로 사용되었을 뿐이다.

한 예로, 4대강 사업의 경우만 하더라도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고 고백하는 그리스도의 '창조세계의 보전'이라는 기본적인 의미만 알아도 그렇게 막무가내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물론 신앙고백과 현실정치의 갭이 있지만, 그들의 행태가 악질인 이유는 교묘하게 개신교의 신앙을 이용했다는 점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전쟁광 부시가 다른 나라를 침공할 때마다 세계 평화를 위해서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행태들이 우리나라에서도 공공연하게 자행되었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불도저'로 표현되는 이명박 대통령 스타일의 내면에는 '자신만의 똥고집 신앙'이 자리하고 있다. 이것이 더 무서운 것이다. 자기 확신에 가득 차 부도덕한 인사임에도 불구하고 인선을 하고, 법치국가에서 범법자들이 행세를 하는 것들이 일상화되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도덕성이 땅에 떨어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묘하게도 이런 정치적인 무리수들에 대해 보수개신교체와 대형교회가 무한지지를 보내며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었다. 그래서일까? 개신교은행 설립행사 때에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용비어천가가 울려 퍼졌던 것이다.

예언자이길 포기했던 한국교회, 이젠 뭐라고 하겠는가?

대다수의 한국교회는 '예언자 정신'을 상실했다. 한국교회는 기독교은행설립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진보적인 교단에서조차도 성서의 근간을 무너뜨릴 이 중차대한 문제에 대해서 침묵했다. 침묵, 그것은 "반대하지 않는 자는 내 편이다"라는 예수의 말씀처럼 그들의 편이었던 것이다. 예언자이길 포기했던 한국교회, 이젠 무어라 말할 것인가?

성서적으로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교인들의 헌금으로 사채놀이 하겠다?'라는 기사를 통해서 살펴보았으므로 여기에서는 성서적으로 어떤 잘못이 있으며, 비신앙적인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 단지, 교회가 교회이기 위해서는 시류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예"와 "아니오"를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것이 때로는 시류를 따라간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고, 때로는 사사건건 반대만 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장의 그런 평가에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 짧게는 며칠일 수도 있고, 몇 년일 수도 있고, 더 긴 시간일 수도 있지만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기 마련인 것이다. 이것은 사실 종교적인 내용도 아니며 살아오면서 누구나 터득하는 삶의 지혜인 것이다.

이 정도의 지혜 근처에도 가지 못하면서 무슨 예언자 노릇을 하겠다고 자처하는가. 한국교회는 부끄러워해야 한다. 재를 쓰고 회개하지 않으면, 한국교회는 절대로 희망이 없다. 지금과 같은 한국교회는 차라리 돌 하나도 남기지 않고 무너져버리는 것이 대한민국을 위해서 좋을 것이다.

돌멩이가 소리칠 것이다

한국교회, 그대들이 정신을 차리지 않고 옳은 말을 하는 이들에게 재갈을 물리면 돌멩이가 소리칠 것이다. 어떤 분야라고까지는 말하지 않겠다. 교회는 다른 이들이 소리칠 때 그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돌멩이가 소리치는 현실을 살아가면서도 "예수천당 불신지옥!"이나 외치고, 죽어서 가는 천국타령이나 하고, 방언이나 받자고 하고, 자신의 교회 늘리는 것에만 신경 쓴다면 그것이 무슨 교회라 할 수 있는가?

'기독교은행'은 맘몬을 섬기는 한국교회가 낳은 사생아다. 아마도 한국교회는 이 사생아를 잘 키워서 덕을 보고 싶었으리라. 지금도 여전히 많은 한국교회는 반성서적인, 더 나아가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게 하는 일을 하나님의 이름으로 자행하고 있다.

하나님의 이름을 손가락질 당하게 하면서도 두려워하질 않는다. 이제는 아예 자신들이 무슨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지 조차 모르고 그릇된 확신에 차있다. 기독교은행 사기사건, 그것은 한국교회가 잉태한 죄의 편린에 불과하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다.


태그:#기독교은행, #한기총, #한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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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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