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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시 공설시장(구시장) 상인들의 야외 집회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군산공설시장 불공정재입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소속 상인들은 시청 주차장에 천막을 치고 '의류 가게 1층 배치', '대형마트 입주 반대', '시장과의 면담' 등을 요구해오고 있다.          

그러나 15일(금) 군산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설시장 업종배치 자문회의'에서 상인들이 요구하는 점포배치를 사실상 수용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려 '비대위' 소속 상인들의 대응이 주목된다.

“재래시장 상인 무시하는 군산시는 각성하라!” 구호를 외치는 군산 공설시장 상인들
 “재래시장 상인 무시하는 군산시는 각성하라!” 구호를 외치는 군산 공설시장 상인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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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목) 오후 2시 집회 현장에서 만난 최순진(65, 옷 가게) 아주머니는 공설시장에는 120~130개의 의류(침구, 커튼, 가방, 신발 등) 가게가 있는데 그중 80-90명이 문을 닫고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점심도 도시락을 싸오거나 집으로 먹으러 다닌다고.

차분한 목소리의 최 아주머니는 "처음 설명회(2009년 10월6일) 이후 두 번의 설계 변경이 있었는데 믿고 있던 1층 재입점이 갑자기 2층으로 바뀌었다"며 "설계도를 보여주지 않는 걸 보면 윗사람들끼리 결정한 것 같아요."라며 어이없어했다.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가 있느냐니까 최 아주머니는 상인과 시청 중에 누가 거짓말 하는지 확인해보라며 '군산 공설시장 실시설계 방향 보고'(군산시 발행) 책자와 6페이지로 된 인쇄물을 내놓았다.

최 아주머니가 손가락으로 ‘군산공설시장 실시설계 방향 보고서’ 책자 12쪽에 있는 가게 재 입점 예정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최 아주머니가 손가락으로 ‘군산공설시장 실시설계 방향 보고서’ 책자 12쪽에 있는 가게 재 입점 예정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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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 강정준씨가 시장, 과장 등에게 보낸 질의 내용
 상인 강정준씨가 시장, 과장 등에게 보낸 질의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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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물에는 처음 설명회 때 약속이 지켜질지 불안해하는 시장 상인 강전중씨가 문동신 군산시장, 군산시 김덕이 지역경제 과장, 시장경영 지원센터 김강규 원장(교수)에게 보낸 질의서와 그들의 답변이 담겨 있었다.  

강전중 상인: 책자 실시설계 방향 12페이지에 지상 1층 판매시설(재래시장)이라고 되어 있고, 지상 2층에는 판매시설(한약재, 신규업종), 우측 도면에는 (재래시장 공산품)이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지금 현재 2층에는 공산품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산품 점포가 생기게 되면 어떠한 공산품 점포가 들어서게 되는지 답변하여 주십시오.

김덕이 과장: 좋은 질문입니다. 2층에 들어올 공산품은 1층에 없는 신규 공산품이 될 것입니다. 들어와야 할 다른 업종이 많습니다. 1층 공산품 업종은 1층으로 재 입점하게 될 것입니다.

같은 내용의 질문에 김강규 원장은 "그렇습니다. 1층에서 현재 영업하고 있는 분들은 1층으로 재 입점하게 될 것입니다."라며 "충분히 수용할 수 있고 넉넉하니 그에 대해서는 염려 마십시오. 모두 재입점 하도록 시설할 것입니다."라고 답변하고 있었다.

상인들은 "책자 12쪽에도 의류 가게는 1층, 한약재 가게는 2층에 입주하는 것으로 되어있는데 누가 도깨비 방망이를 사용했는지, 지난달(6월) 16일 갑자기 바뀌었다"며 "바뀐 설계도면을 보여 달라고 해도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고 분개했다.

"뒤바뀐 점포 재입점, 개별 면담 통해 해결하겠다"

상인들 주장에 대해 군산시청 김덕이 지역경제과장은 답변 내용을 인정하면서도 확인된 사항은 아니었다면서 말을 돌렸다. 김 과장은 아직 시간이 있으니 개별 면담을 통해 해결되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전체적인 합의도출을 주장하는 상인들과는 상반된 견해였다. 

- 상인들은 처음 설명회 때 약속을 지키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처음 설명회 때도 120개나 되는 업소(의류, 침구, 가방 등) 모두 입점할 거라고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확정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가게가 1,2층으로 나뉘어 입점하니까요."

- (인쇄물 보여주며) 과장님도 입점에 문제없을 거라고 답변하셨던데요? 
"아, 예 그 서류요. 기억합니다만, 그런데 어떤 악조건에서도 1층을 고집하는 것은 곤란하죠.  1층에 젓갈장사도 있는데···. 그리고 MD(업종배치) 기획안도 이제야 나왔어요. 이달 25일 경에 발표하려고 합니다. "

- 어떤 방법이든 상인들과 대화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상인들이 장사를 할 수 있도록 1대1 면담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개인으로 면담할 때는 2층으로 올려달라고 하는 업자도 많았거든요. 그런데 몇 사람이 면담을 못하게 방해해서 고민입니다. 주동자들은 집단으로 하자고 우기는 거예요.

서민이 이용하는 재래시장에 300평 규모의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인근 농어촌에서 가져오는 농수산물을 조금씩 받아서 파는 영세 상인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하자 김 과장은 '대형마트'보다 한 등급 아래인 '일반 공산품 매장'이라고 주장했다."

"개별 면담은 항복 문서 받아내는 것과 다름없어" 

시장에서 가게를 50년째 운영하고 있다는 조성열(75) '비대위' 위원장은 김덕이 과장 견해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개별 면담을 통한 해결은 행정용어를 잘 모르는 노인들을 데려다가 압력과 회유로 항복문서를 받아내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것.

조 위원장은 "우리가 목이 터져라 면담을 요구허는디도 시장님은 얼굴 한 번 내밀지 않고, 담당 과장은 한 번 왔다 가더니 개인적으로만 만나자고 험니다. 이게 상인들을 무시허는 처사가 아니고 무엇이요?"라고 되물었다.

조 위원장은 "내가 먹을 거 못 먹고 입을 거 못 입으면서 평생 번 돈으로 지금은 점포가 여섯 개요. 근디 권리금 다 날러가고 헛것 되게 생겼어요. 야들은(시청) 한 사람 몫만 챙겨준답니다. 이런 도둑행정이 어디 있어요"라며 분노했다. 

"문동신 시장이 현명한 조치 내려야"

문동신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상인들
 문동신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상인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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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1층)를 찾아 들어가겠다는 상인들과 오는 25일 업종 배치 확정안을 발표하겠다는 시청과의 줄다리기는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시청 측이 처음 설명회 때 약속을 지켰으면 상인들이 거리집회를 시작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물다섯 개 구호가 적힌 쪽지를 손에 쥐고 있든 상인들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공사 완료 후에 전 업주가 우선 재 입점 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재래시장 육성을 위한 특별법 제10조를 예로 들며 1층으로의 재입점을 애타게 원했다.

할머니가 대부분인 의류 상인들은 한 달 가까이 힘겨운 싸움을 하면서도 문동신 시장이 하루빨리 현명한 조처를 내려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군산공설시장, #상인, #야외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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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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