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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전선 영향으로 중부지방과 전북지역을 중심으로 비가 내리는 가운데, 6월 23일 오전 경기도 여주군 4대강사업 이포보 공사현장에서 굴삭기와 중장비들이 공사기간을 맞추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며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 여주 이포보 공사현장 장마전선 영향으로 중부지방과 전북지역을 중심으로 비가 내리는 가운데, 6월 23일 오전 경기도 여주군 4대강사업 이포보 공사현장에서 굴삭기와 중장비들이 공사기간을 맞추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며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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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은 유난히 춥고 길었다. 꽃샘추위도 오래 기승을 부렸다. 지난 겨울이 유난스러웠기 때문에 올 여름도 유난스러울 것으로 예상했었다. 더위가 일찍 찾아오고 오래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한 나머지 은근히 겁을 먹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는 이상 기온이 특히 농민들의 삶을 어렵게 한다. 봄철 내내 '냉해'가 농작물의 생장을 방해했다. 여름으로 넘어와서도 냉해 현상이 지속되어 특히 과수 농가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아직 여름의 초중반이기 때문에 장마 이후의 기온은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고, 혹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가을에도 혹서가 과다 수증기를 만들어내어 추석 무렵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는 것은 아닐지 염려도 되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7일 현재까지) 여름은 거의 실종 상태다.

아무리 장마 때라지만, 이른 장마가 유난스럽고 비의 양도 너무 많아 하늘님의 노여움이 크신 게 아닌가 하는 공연한 생각마저 든다.

나는 요즘도 고장의 명산 백화산에 오르면 천수만 쪽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곤 한다. 때로는 오후 걷기운동을 하느라 태안군청 옆 진흥아파트에서 천수만까지 걸어가기도 한다. 1시간 정도 걸으면 농경지로 변한(지금은 기업도시 건설공사가 진행 중인) 천수만 어귀에 도달할 수 있다.   

백화산에서 천수만을 바라보거나 직접 그곳에 갈 적마다 옛날의 천수만 갯벌 풍경을 그리워하곤 한다. 1980년대 초 어느 해 태안천주교회 신자들이 열을 지어 걸어서 그곳까지 소풍(야외미사)을 갔었던 날도 떠올리고, 지금은 경기도 부천에서 살고 있는 라일운 시인과 사이좋게 보름달을 머리에 이고 태안천 둑길을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서 천수만 갯벌에서 부엉이 소리도 들으며 하얀 모래톱에 부서지는 달빛 가운데서 어지럼증을 느꼈던 환상 같은 밤들도 추억한다.

천수만은 사람으로 말하면 신장을 거세당한 꼴이다. 바다의 개펄과 갯벌은 사람의 신장 구실을 한다. 육지의 모든 오폐수들을 개펄이 정화하여 바다가 청정 상태를 유지하도록 해준다. 그런데 천수만의 개펄이 사라진 그 자리에는 농경지들이 조성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육지의 오폐수가 지속적으로 흘러들어 고이는 인공호수가 자리 잡고 있다.

천수만의 간월호와 부남호는 계속적으로 물이 썩어가고 있다. 바다를 오염시키는 물이기에 그 물을 함부로 바다로 방류해버릴 수도 없다. 갇힌 물은 썩는 법이다. 지속적으로 육지의 오폐수가 흘러드니 정화를 할 방도가 없다. 간월호와 부남호는 지금 상태로도 애물덩어리다.

오염농도는 계속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서산시와 태안군 두 지차제의 가장 큰 고민덩어리가 될 것이다. 태안군이 아무리 천수만에 기업도시를 건설하고 일취월장한다 하더라도 썩어가는 인공호수 그 재앙덩어리를 그대로 끌어안고서는 '빛 좋은 개살구' 꼴을 면치 못할 것이다.  

대다수 국민의 반대 속에서도 이명박 정권이 벌이고 있는 4대강 파괴사업은 그 자체로서 이미 재앙이다. 사람들은 4대강 파괴사업으로 발생했거나 발생하게 될 갖가지 유형무형의 피해들, 예측 가능하거나 불가능한 자연의 '응징' 같은 것을 재앙의 요체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강의 원래 모습과 특징과 기능을 송두리째 잃은 것 자체가 바로 재앙이다. 우리는 이미 엄청난 재앙을 만들었고, 그 재앙덩어리를 안고 피눈물을 흘리며 살게 되었다.

16개의 대형 댐 안에 갇히게 될 강물은 이미 강물이 아니다. 강은 흐르게 마련이고, 흘러야 강물이다. 흐름을 멈춘 강, 16개의 대형 댐 안에 갇히게 될 인공 호수의 물은 썩게 마련이다. 또 거대한 인공호수들 안에서 한껏 불어날 막대한 양의 물이 어떤 작용을 일으키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오랜 시간을 두고 전개될 예측 가능하거나 불가능한 재앙들보다도 당장 우리 눈앞에 박두한 가장 현실적인 재앙은 지난해 말 예산국회에서 날치기로 통과된 '친수구역특별법'이 가져올 난개발이다.

4대강 사업의 진짜 목적은 카지노선 등 오락선 사업과 강변개발이다. 준설과 댐 공사가 끝나고 자전거 길이 만들어지면 강변에는 아파트와 고급 전원주택과 놀이터와 갖가지 위락 시설들이 들어서게 될 것이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탐욕의 삽질이 더욱 광적으로 전개되면서 강변은 속속 사유재산이 되어버릴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4대강은, 그리고 모든 강변은 국민 모두의 것이었다. 국민 모두의 재산이고 쉼터였다. 그것을 우리는 송두리째 잃게 되고 말았다.

4대강 파괴사업은 이명박 정권의 천박함과 치졸함과 추악함의 총합이며 실체다. 자연을 파괴하고 훼손하면서 '친환경사업'이라고 우기는 4차원언어의 산실이기도 하고, 갖가지 거짓말들의 도화선이기도 하다.

우리는 22조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을 들이고 국가에너지를 마구 낭비하면서 4대강의 수많은 비경과 절경들을 파괴해 버렸다. 최병성 목사가 말하는 바, "굽이굽이 산을 휘감고 흐르는 맑은 물, 햇살 반짝이는 금빛 모래, 쉼 없이 속살거리며 노래하는 여울, 모래펄에 깃들인 작은 새들의 청아한 노랫소리, 물을 박차며 뛰어오르는 물새들의 웅장한 비상, 여유로운 몸짓으로 오가는 갖가지 물고기들, 수많은 생명을 품어주는 우거진 버드나무와 바람 따라 춤을 추는 갈대…" 등 강의 총합인 그 모든 것을 잃었다.

우리는 결코 댐 안에 갇힌 썩어가는 많은 양의 물을 원하지 않았다. 우리가 원한 것은 많은 물이 아니라 맑은 물이었다. 하건만 이명박은 탐욕과 자아도취와 자기최면에 빠져 우리의 강들을 철저히 파괴하고 죽였다. 그 재앙을 우리는 송두리째 안게 되고 말았다.

이제 이명박 정권의 임기는 597일이 남았다. 임기 말로 가면서 4대강사업 완공 기념식을 거창하게 치를 모양이지만, 애초부터 완공될 수 없는 사업이었다. 지금까지는 1라운드였다면, 4대강을 되찾고 원형을 복원하기 위한 2라운드로 우리는 접어들게 될 것이다. 그것의 가장 중요한 요체 하나는 지금부터 '4대강 국회 청문회'를 준비하는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충남 태안의 <태안신문> 7일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4대강 사업, #담수호, #천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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