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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환 작 <花蟲>. * 기사의 사진은 전시장에서 촬영한 것이므로 실제 작품 작품과는 다릅니다. 이하, 다른 사진도 같습니다.
 김일환 작 <花蟲>. * 기사의 사진은 전시장에서 촬영한 것이므로 실제 작품 작품과는 다릅니다. 이하, 다른 사진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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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3인 3색 초대전'이 대구광역시 남구 대명동의 대덕문화전당 2층 대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참여 작가들은 박찬호, 김일환, 이병헌 3인이다. 초대전의 제목에 '3인 3색'이 붙은 것은 물론 그 3인 화가들의 화풍이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대구미술협회 회장을 역임한 김일환 화백은 1990년대 이후 우리 민족의 미적 원형을 줄기차게 탐구해온 작가이다. 그는 본래 1970년대에는 인상파적 풍경화를 주로 그렸고, 1980년대에는 사회의 이면과 인간소외 현상을 사실적으로 묘파하는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다양한 표현기법을 드라마틱하게 변조해온 화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그림에는 현실세계를 뛰어넘어 이상향으로 나아가려는 기본정신이 깊게 깔려 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화사한 꽃 그림들 역시 단순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는 데 머물지 않고 자연과 동화하고 싶어하는 우리 민족의 뿌리깊은 지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

박찬호 작 <정물>. 유리에 전시장 배경이 너무 많이 반사되어 이렇게 비스듬히 촬영할 수밖에 없었다.
 박찬호 작 <정물>. 유리에 전시장 배경이 너무 많이 반사되어 이렇게 비스듬히 촬영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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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20년도 더 전인 1990년에 이미 수채화선집을 발간한 경력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듯이, 박찬호 화백은 그 동안 주로 수채화에 공을 들여온 중견작가이다. 또 그는 '한국수채화 대표작가 11인전' 등 초대전의 명칭만 보아도 우리나라의 대표적 수채화가라는 사실을 가늠할 수 있다. 그는 국내는 물론 국제 초대전에 560회 이상 참가했으며, 한국미술협회 초대작가이다. 이번 전시회에도 <정물>, <고향 가는 길>, <가창에서(코스모스)>, <청하 보경사 입구에서> 등의 '그림 같은' 수채화를 보여준다. 

이병헌 작 <누드>
 이병헌 작 <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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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화백 역시 또 다른 화풍을 보여준다. 전시장에 출품되어 있는 <소녀>, <양귀비>, <누드>, <장미>, <목련>, <목단> 등등의 유화들은 한결같이 화려하고 원색적이다. 그의 작품들은 파리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온 작가의 그림답게 도시적이고 서구적인 이미지로 충만하다. 이렇듯 서로 다르니 전시회의 제목에 '3인 3색'이라는 표현이 들어 있는 것이다.

구청이 마련한 전시회라는 점이 특징

그러나 이번 전시회의 가장 큰 특징은 참여 화가 3인의 그림이 서로 다른 경향성을 보여준다는 데에 있지 않다. 애당초 그만한 화력에 작가적 위치까지 갖춘 화백들이 서로 유사한 그림을 그릴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3인 3색은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라는 말이다.

이번 전시회의 최대 특징은 기초자치단체가 전시회 경비를 부담하여 중견화가들을 초대했다는 사실이다. 이번 전시회는 화가 본인들이 직접 연 개인전이나 단체전도 아니고, 화랑이 준비한 초대전도 아니며, 그렇다고 공모전도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무심코 그림들을 둘러보고 있던 전시장의 관람객들도 기자가 그 사실을 설명하면 깜짝 놀라며 "그렇습니까? 정말입니까?" 식의 반응을 보였다. 뜻밖에도, 대덕문화전당의 3인3색전은 '구청'이 연 초대전인 것이다. 대구 최초로, 기초자치단체가 전시회 경비를 부담하여 행정구역 관내에서 활동하는 중견화가들을 초대한 그림전을 열었다! 이것이 이 전시회의 최대 특징이라는 말이다.

그림 감상을 즐기고 있던 한 주민은 "저도 남편이 공무원이지만, 남구청의 이번 전시회 개최는 공무원들이 행정적 사무만 보고 나면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해도 되던 시대가 지나갔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사례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권위주의적이거나 무사안일형 관료가 아닌, 주민과 함께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다정다감한 공복의 참모습을 보여준 남구청에 고맙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덧붙였다.

한편, 전시회를 마련한 대구남구청의 임병헌 청장은 "많은 주민들이 일상에서 미술을 자주 접함으로써 생활 속에서 예술을 향유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초대전을 열었다"면서 "그림을 통해 삶이 좀 더 여유로워지고 함께 사랑할 수 있는 밝은 사회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전시회는 25일까지 계속되며, 문의전화는 053-664- 3122(대덕문화전당)이다.

3인3색 초대전 전시실 광경
 3인3색 초대전 전시실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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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일환, #박찬호, #이병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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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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