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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자꾸 커갈수록 걱정만 쌓입니다.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가 과제를 해야 하는데, '엄마는 이것도 몰라'라고 할 때가 있어 난감합니다. 그러다보니 집안 사정도 넉넉하지 않는데, 학습지 교사만 기다려집니다. 아이가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면 어떻게 될까 걱정입니다."

22일 오후 경상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지원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다문화가족 이주여성들이 호소했다. 이날 토론회는 (사)창원여성의전화와 강성훈 경남도의원(민주노동당)이 열었다.

창원여성의전화와 강성훈 경남도의원, 경남청년실업극복센터는 22일 오후 경상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지원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은 이주여성 양티김간씨가 발언하는 모습.
 창원여성의전화와 강성훈 경남도의원, 경남청년실업극복센터는 22일 오후 경상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지원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은 이주여성 양티김간씨가 발언하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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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에 앞서 이주여성들이 어려움을 토로했다. 초등학생 2명과 7살의 자녀 3명을 둔 엘리자베스(필리핀)씨는 "엄마의 출신국에 따라 자녀가 받는 혜택이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면서 "엄마의 출신국과 관계없이 한국에서는 다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반 가정과 같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다문화가정 아이를 차별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아들이 다른 아동과 장난을 치다가 한 아이가 울었는데, 담임 선생님은 물어보지도 않고 우리 아들의 잘못이라고 판단했다"며 "학교에서 엄마가 한국어를 서툴게 한다고 해서 무조건 아빠와 상담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인재를 키우는 학교에서 다문화가정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아이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주예진(중국)씨는 "제가 한국어시험 4급인데, 얼마전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시험 문제를 보니 모르겠더라. 초등학생 문제까지 엄마가 모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면서 "아이가 점점 커갈 것인데, 그러면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어쩌나 걱정이다. 아이가 학년이 점점 올라갈수록 걱정만 쌓인다"고 말했다.

창원여성의전화와 강성훈 경남도의원, 경남청년실업극복센터는 22일 오후 경상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지원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은 다문화가정 이주여성인 엘리자베스, 주예진, 양티김간씨가 방청석에 앉아 있는 모습.
 창원여성의전화와 강성훈 경남도의원, 경남청년실업극복센터는 22일 오후 경상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지원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은 다문화가정 이주여성인 엘리자베스, 주예진, 양티김간씨가 방청석에 앉아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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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티김간(베트남)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과제를 물어도 모르는 게 많다. 그래서 학습지 교사를 기다리게 된다. 아이한테 가르쳐 주지 못해 미안하다"면서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는 게 부끄럽다. 남편은 직장에 가고, 한국어를 잘 몰라서 아이와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만 있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오성배 교수 "중·고등학교 중퇴자 많이 생겨... 대책 필요"

오성배 동아대 교수는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지원 실태 제언'을 통해 "다문화가정 자녀는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라며 "중·고등학교에서 중퇴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학벌중심 사회에서 중퇴자는 심각하다. 이 문제에는 경남도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가 밝힌 자료에 의하면, 다문화가정 자녀는 초등학생 이하 연령대가 87.2%를 차지하고 있다. 2010년의 경우 국제결혼가정 학령기 자녀는 초등학생 2만3602명, 중학생 4814명, 고등학생 1624명이었다. 이혼가정과 무국적 자녀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창원여성의전화와 강성훈 경남도의원, 경남청년실업극복센터는 22일 오후 경상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지원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은 오성배 동아대 교수가 발제하는 모습.
 창원여성의전화와 강성훈 경남도의원, 경남청년실업극복센터는 22일 오후 경상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지원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은 오성배 동아대 교수가 발제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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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 자녀의 교육 실태에 대해 오 교수는 "어머니의 언어·문화 부적응 상태에서 출산과 양육을 하고, 유아기 언어 발달이 늦으며, 음식문화와 셈 방법 등의 차이로 인한 혼란이 오고 있다"며 "정체성 혼란으로 이어져 엄마를 부정하는 현상도 발생하고, 늦은 취학과 취학 후 조기 중도 탈락도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오 교수는 "인지적 능력 부족으로 인한 결과는 아니라고 판단되고, 일부 이중언어 역량이 뛰어난 자녀들도 확인되고 있다"며 "그러나 단어와 문자 이해력 부족에다 맞춤법과 작문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가정의 교육지원 부족과 학교·지역의 지원(교육시설) 부족 등으로 학업 성취도가 낮다"고 지적했다.

오성배 교수는 "자녀 교육과 관련해 부모와 담임 교사들은 별도 프로그램을 할 필요가 있고, '아버지 학교' 등 부모의 적극적인 자녀 교육 참여가 필요하며, '특별학급' '거점학교' 등 자녀 대상 특별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벌여야 한다"고 제시했다.

다문화 교육도 강조했다. 오 교수는 "다인종·다문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음을 사회구성원들이 이해해야 하고, 소수 집단과 그 자녀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하며, 다문화가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도록 모든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원여성의전화와 강성훈 경남도의원, 경남청년실업극복센터는 22일 오후 경상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지원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은 오성배 동아대 교수가 발제하는 모습.
 창원여성의전화와 강성훈 경남도의원, 경남청년실업극복센터는 22일 오후 경상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지원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은 오성배 동아대 교수가 발제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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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에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박종훈 경남교육포럼 상임대표는 "학교와 교육청 중심으로 다문화가정에 대한 교육과 지원사업을 추진해 왔으나 지역 내 관련 기관과 연계·활용을 통한 시너지 효과는 미흡하다"면서 "다문화가정 등 소수를 위한 교육 지원에 집중해야 하고, 다문화가정 학생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문화 가정에 다양한 지원 필요"

또 그는 "지난 달 일본 후쿠오카 다문화센터를 방문했던 적이 있다. 넓지는 않았지만 구성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중심으로 알차게 운영되고 있었다"면서 "다문화 정책에 대한 모두의 관심과 사회적 합의를 위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승해경 창원여성의전화 회장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대부분 소통을 어머니와 하고 있으며 아버지는 가부장적이고 다소 폭력적이며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다"면서 "다문화가정 아버지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 소통을 대화로 하는 것에 익숙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승 회장은 "다문화가정 아동을 위한 교육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하고, 교사 연수를 내실화해야 하며 지역사회와 연계해야 한다"면서 "현재 다문화가정 지원사업을 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지속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하고, 주5일제 수업 시행을 앞두고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창원여성의전화와 강성훈 경남도의원, 경남청년실업극복센터는 22일 오후 경상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지원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은 박종훈 경남교육포럼 공동대표와 강성훈 경남도의원이 방청석에 앉아 오성배 동아대 교수의 발제를 듣고 있는 모습.
 창원여성의전화와 강성훈 경남도의원, 경남청년실업극복센터는 22일 오후 경상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지원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은 박종훈 경남교육포럼 공동대표와 강성훈 경남도의원이 방청석에 앉아 오성배 동아대 교수의 발제를 듣고 있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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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소 용호초등학교 교사는 "교사가 아동의 모국어를 지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므로 부모와 외부 단체의 도움을 통한 지도가 바람직하다"며 "한국문화체험과 토요휴업일 등을 이용하여 도덕․사회교과 지도를 동시하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주 교사는 "학급에 소속감을 갖고 성취욕구를 만족시켜 주기 위해서는 아동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주고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아동의 수행결과에 대해 조언해 주며, 도우미 아동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성훈 경남도의원은 "다문화가정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하고, 교육고과 전반에 대한 안내가 필요하며, 학교에서 인권에 대한 이해와 상호존중의 다문화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문화에 대한 교사 연수 활성화와 사회 전반의 다문화교육, 방과후 다문화가정 아동지원 프로그램 운영,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한 아동․청소년센터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태그:#다문화가정, #오성배 동아대 교수, #강성훈 경남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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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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