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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폭염을 대비해 각 지자체별로 지정·운영 중인 '무더위 쉼터'가 유명무실한 공간으로 전락하고 있다. 해마다 여름철이면 지정만 할 뿐 실제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지자체가 폭염대책을 내놓고 있다는 한 줄 홍보용 자료로 쓰기 위한 명목상의 지정일 뿐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지난달 16일 전주시는 하절기 폭염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살수대책반 운영, 폭염특수 구급대 운영과 함께 무더위 쉼터 65개소를 운영해 폭염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익산과 완주지역에 올해 첫 폭염특보가 발효된 20일 전북지역은 남원이 최고 32.8℃를 기록하는 등 불볕더위를 방불케 했다. 하지만 전주시는 폭염특보가 발효된 이날까지 무더위 쉼터를 지정조차 하지 않는 촌극을 내보였다.

전주기상대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폭염특보는 7월 초부터 발효되기 시작한다. 지난해의 경우 평년보다 다소 늦은 7월 19일에 최초 발효됐다. 전주시 관계자는 "이번 주까지는 모두 지정할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폭염특보가 예상보다 일찍 발효되는 바람에 미처 대비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더 큰 문제는 무더위 쉼터가 지정되더라도 예산 지원이 전혀 없다보니 지자체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전주시 관계자는 "무더위 쉼터는 공공기관 중 동주민센터 33곳과 전주시청과 완산·덕진 구청, 양로당 중에서 에어컨이 설치된 곳 등을 지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정된 후에는 관계기관에 협조공문을 보낸다. 그 속에는 '무더위 쉼터'라는 표지판도 함께 프린터해서 첨부한다. 이곳이 무더위 쉼터임을 알릴 수 있도록 기관 앞에 부착하라는 뜻이다. 예산이 없으니 별도의 표지판을 제작할 여력이 없어 프린트를 하는 것이다. 무더위 쉼터 관리자의 업무는 거기까지다.

관계 공무원 혼자서 지원예산도 없는 사업을 확인하기 위해 65곳 모두를 돌며 실태를 파악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전주시는 2009년에 무더위 쉼터 65곳을 지정했고, 지난해도 65곳, 올해도 65곳을 지정할 예정이다. 사업시행 후 점검 과정을 거쳤다면 동일한 곳이 지속적으로 선정될 리 없다. 전주시의 사후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더구나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곳의 활용가치가 낮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공공기관은 지난해부터 '공공기관 에너지 10% 절약을 위한 실행지침'에 따라 실내온도를 기존 27℃에서 28℃ 유지로 변경했고, 냉방일수도 연간 60일에서 42일로 대폭 줄였다. 민원인들이 자주 찾는 공공기관은 특히 사람들의 열기까지 가세해 쉼터로써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가 없다.

지난해 무더위 쉼터로 지정됐던 A동주민센터 직원은 "평소 다니던 민원인이 찾아올 뿐 쉼터 지정으로 특별히 누가 더 오는 것 같지는 않다"며 "이런 유명무실한 제도를 왜 운영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북도민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무더위 쉼터, #폭염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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