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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자유에 대해 얘기했다.

"완전한 자유는 없습니다. 자유의 실제 모습은 밸런스인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사실을 깨닫고 나면 그때부터는 더 이상 자유가 아니거든요."

어제(28일) 저녁, Sunny Gallery의 사진전 '개입에의 충동' 전시 오픈닝에서 한 분을 소개받았습니다.

"하버드대학의 논문심사과정에서 지도교수와의 충돌로 그 학교를 뛰쳐나와……."

이어서 세계의 유수한 대학을 전전한 이력들이 대수롭지 않게 덧붙여졌습니다. 그 분에 대해 소개한 분의 말 중에서 졸업의 마지막 관문에서 학교를 박차버렸다는 내용에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갤러리의 잔디밭에서 잘 숙성된 맥주를 앞에 두고 대면했습니다.

우리의 대화주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유'였습니다.

그분은 맥주와 와인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의 기름진 모든 안주를 외면하고 있었습니다. 채식을 위주로 하는 식이요법 중이었던 것이지요.

"통풍을 앓고 있습니다. 혈액 내에 요산의 농도가 높아지면서 요산염 결정이 관절의 연골이나 힘줄 등 주위 조직에 침착되어 발생하는 병입니다. 그 요산이라는 것이 음식을 통해 섭취한 퓨린이라는 물질의 대사 산물이기 때문에 식단에 제한이 있습니다. 저는 아무것이나 먹을 수 있는 자유를 잃었고, 그것은 지금까지 제가 누린 자유의 결과입니다."

다른 테이블에 계시던 사모님이 잠시 들려서 테이블의 가운데 놓인 제 접시의 잘 구워진 고기들을 보시고 말을 흘렸습니다.

"이 분은 드시면 안 되는데……."

저는 맥주와 잘 구워진 닭고기와 새우, 가리비를 게검스럽게 먹으면서 위안의 뉘앙스가 담긴 말을 드렸습니다.

"작년 말에 과천 서울대공원의 말레이곰 한 마리가 우리를 탈출해서 인근 청계산으로 달아난 일이 있었지요. 결국 그 곰은 배고픔을 이기지못하고 등산객이 버린 쓰레기를 탐하다가 다시 포획되어 우리로 되돌아 왔습니다. '자유'를 갈구하는 말레이곰의 입장에서는 이 절망적인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저라면 우선 방사장과 방사장 철책의 바깥을 바꾸어 생각하겠습니다. 방사장을 세상으로, 철책너머의 관람객이 있는 곳을 우리로……. 그 경우에 철책에 갇힌 자는 말레이곰이 아니라 오히려 관람객이 되는 것이지요. 말씀대로 세상에 완전한 자유는 없습니다. 관람객들도 말레이곰이 사는 곳보다 좀 더 넓은 방사장에 사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예, 저도 상대가 먹는 것을 통해 그 맛을 느끼고자합니다. 요즘, 저는 철저하게 관리 받고 있어요. 이제는 그 관리가 고맙고 편해요."

철저하게 자유를 구가했던 분의 이 말에 대해 저는 탐구욕을 느꼈습니다. 또한 학위를 눈앞에 두고 지도교수와의 충돌로 논문을 집어던지고 그 학교를 박찬 뒤의 시간과 그 선택의 이익과 불이익에 대한 경험들이 궁금했습니다. 저의 참기 어려운 질문들은 일단 유보했습니다. 그 탐구가 계속되기는 밤이 그렇게 길지 못했습니다.

'자유는 밸런스다.'

자유를 구가했던 결과로 자유를 구속당한 분의 자유에 대한 정의만으로도 충분히 가치로운 밤이었습니다.

호好와 불호不好, 욕망과 인내, 공격과 후퇴, 저항과 순응 등 우리는 항상 그 양자의 어디쯤에서 절충점을 찾아야합니다. 밸런스가 무너지면 결국 모두를 잃는 것이니까요.

Sunny Gallery 젊은 사진전
개입에의 충동김정현, 박승훈, 이상재, 최세은
제가 '자유'에 관한 담론을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된 써니갤러리의 이번 전시의 제목은 '개입에의 충동'이었습니다.

김정현, 박승훈, 이상재, 최세은 등 네 명의 젊은 사진가들은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스스로 선택한 방식으로 현실과 또 다른 현실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하나의 모티프를 택했습니다. 그것이 '개입intervention'입니다. 그들은 '사진이 재현과 해석의 틀을 제공하는 매체로서 현실과 예술에 개입하려는 충동의 지점을 모색'하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개입은 그 상대에게는 침해이고 간섭입니다. 결국 자유의 제한이지요. 우리는 그 밸런스의 지점을 찾는 노력은 어디에서나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기간 | 2011. 5. 28(Sat)_6. 13(Mon)
-장소 | 헤이리 써니 갤러리 www.sunnygallery.co.kr
-기획 | 아르키펠라고archipelago(현혜연, 현지연)
-문의 | 031-949-9632

ⓒ 이안수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개입에의충동, #써니갤러리, #김정현박승훈, #이상재최세은, #헤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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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다양한 풍경에 관심있는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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